평화군축센터 파병 2004-04-20   563

[성명] 정부 조사단의 쿠르디스탄 현지조사결과에 대한 논평 발표

쿠르드 지역의 지정학적·정치역학적 불안정성 분석은 누락한 채 ‘안전하다’ 강변

1. 이라크 파병지역 선정을 위해 현지조사에 나섰던 정부합동조사단(단장, 송기석 합참 작전부장)이 귀국, “쿠르드지역은 쿠르드민병대가 잘 통제하고 있어서 비교적 안정적인 반면, 이라크-이란간 전쟁, 국제사회의 제재 등으로 인해 재건 소요가 대단히 많다”고 강조함으로써 파병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2. 그러나 우리는 정부조사단이 지난 모술과 키르쿠크 현지 조사의 문제점을 답습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군의 안내와 교섭을 통해 주민 또는 지역 정치 종교지도자들과 인터뷰하는 방식을 답습한 것이다. 이런 조사방법이 얼마나 부실하고 왜곡의 소지가 많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미 부실로 판명난 기존 파병예정지 조사의 사례를 통해 이미 확인된 바 있다. 나아가 모술 키르쿠크 등이 안정적이고 주민들이 우리 군을 반길 것이라던 정부의 조사결과가 이같은 조사방법의 부실과 문제점에 기인하는 것인지, 아니면 애초부터 파병을 정당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진상조사가 불가피한 지경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조사단의 조사결과 역시 파병을 정당화하기 위한 요식절차가 아니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

3. 이번 조사결과의 중대한 결함은 쿠르디스탄 지역 조사의 핵심인 역사적, 지정학적, 정치역학적 불안정성에 대한 조사를 누락하였거나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쿠르드 지역의 표면적 평온함에 잠재되어 있는 ‘복병’에 대한 고려와 분석을 결여하고 있는 것이다. 아르빌, 슐라이마니아 등 쿠르드 지역에서 주민과 일부 정치지도자들이 한국군을 점령군으로 여기지 않는 우호적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정부의 조사결과가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것으로 쿠르드 지역의 안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쿠르디스탄은 정치적으로 단일하지 않고, 이라크 또는 주변국들의 정치적 갈등이 심화될 때마다 그 대리전의 전장戰場이 되어왔던 역사적 경험과 지정학적 조건을 갖고 있다. 특히 미국의 이라크 점령 하에 만들어진 임시헌법이 쿠르드지역의 자치와 본 헌법에 대한 거부권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민정이양 및 헌법 제정 과정에서 아랍민족이 중심이 된 이라크 다른 정파와의 갈등이 예상된다. 또한 이라크내의 반미저항을 종파 또는 민족간 내전으로 변질시키고자하는 세력 또는 국가들에게 악용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라크내 반미운동이 격화될 경우, 쿠르드와 아랍종족의 무력충돌로 이익을 보는 집단은 역설적이게도 영구 주둔의 정당성을 얻게 될 미국이다.

4. 파병반대국민행동은 이미 지난 4월 8일 발표한 쿠르드 지역 정치세력 분석자료를 통해 △쿠르드 자치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치세력들은 단일하지 않으며 각각 무장조직을 보유하고 있고 정치외교노선과 종교에 따라 종종 주변국 및 각 정치세력간에 무력갈등의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 △특히 지난 해 말 아르빌에서 두 차례 일어난 전 후 최악의 폭탄테러는 배후가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 갈등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 △KADEK와 안 사르 알 이슬람 등 서로 입장이 다른 강력한 반군조직이 쿠르드 자치지역의 북부와 동부를 각각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고 이들은 주변국, 여타 쿠르드계 정치조직, 이라크 점령 미군정에 대해 무장투쟁을 선언하고 있다는 점, △쿠르드 지역 주둔에 대한 주변국들의 반응도 충분히 조사해보아야 하며, 무엇보다도 이라크 중남부의 반미저항이 쿠르드 지역에 어떤 미묘한 역작용을 가져오는가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관찰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 등을 조목조목 지적한 바 있다.

5. ‘재건지원 소요가 많다’는 국방부의 발표내용도 낯간지러운 언어유희에 불과하다. 20년 전 에 종전된 이란-이라크 전쟁과 국제적 제재로 인해 재건소요가 많다는 국방부의 논리대로라면, 같은 경우인 이란을 위한 경제적 지원은 왜 마다하며, 굳이 군대를 보내서 돕겠다는 것은 또 뭔가? 게다가 이르빌에 주둔하는 미군의 10배에 가까운 3700여명의 군대가 가야할 절박한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6. 정부 조사단이 파병의 안전문제 외에도 반드시 고려해야할 파병의 도덕적 정당성에 대한 조사를 게을리 한 것도 매우 심각한 문제점 중 하나이다. 이미 한국군의 파병은 안전한 파병지가 어디냐하는 논란을 넘어는 중대한 문제제기에 직면하고 있다. 그 단적인 사례가 팔루자 학살이다. 팔루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미군의 보복공격으로 인해 이라크인 1000여명이 학살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4월의 ‘팔루자 학살’은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 논란에 이어 군사작전을 빌미로 한 최악의 보복적 학살이라는 점에서 두고두고 국제사회의 비난거리가 될 것이며, 미점령당국에 대한 저항의 근거가 될 것이다. 팔주자 학살로 인해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은 더욱 침략적 성격을 띠게 되었다. 정부가 이라크 국민을 돕고자 한다면 불가능한 재건지원을 말할 것이 아니라 팔루자 학살의 진상부터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

7. 정부는 이라크 파병에 있어 중대한 사정변경이 생겼다는 점을 부인한 채, 파병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한 의도된 정보왜곡에만 절치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파병의 도덕적 근거에 대해 재고해야 하며, 파병으로 입게될 국민 생명의 위협과 국가위신의 추락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할 때이다. 정부는 부질없는 여론호도 중단하고 파병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선언해야 한다.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peace20040420.hwp

첨부파일: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