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핵없는 세상 2005-01-04   1009

2005 한반도 정세 전문가 심층조사(한겨레-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2005.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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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은 광복 60돌을 맞는 해일 뿐만 아니라 6·15 남북 정상회담 5돌이 되는 해다. 2차 핵위기는 이제 3년째를 맞는다. 더 지체할 시간이 없다. 북핵 문제의 시한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2005년은 한반도가 평화의 갈림길에 서는 운명의 해이다.

주변 4강의 역학관계 속에서 남북관계의 미래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한겨레〉는 지난해 12월 초부터 중순에 걸쳐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와 공동으로 2005년 한반도 정세 및 남북관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두 가지 큰 과제를 북한 핵 문제와 2차 남북 정상회담으로 보고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물었다. 외교·안보·통일분야의 원로 및 전문가 57명을 선정해 △2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와 핵문제 해법(분석과 전망) △핵문제 해결과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남북한 당사자의 역할(정책 제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필요성(실천적 과제의 제시) 등 모두 20여 항목에 걸쳐 구체적인 의견을 구했으며, 이 가운데 28명이 답변을 보내왔다.

국내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올해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6·15 남북 공동선언 5주년이라는 상징성과 북핵 문제의 진전 여부에 따라 달라질 한반도 정세를 감안했을 때 남북 정상회담 개최 압력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 개최와 북핵 문제 해결의 선후관계에서는 시각차를 드러냈다. 남북 정상회담을 열어 북핵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이른바 ‘입구론’과, 북핵 문제를 해결한 뒤 남북 정상회담을 열어야 한다는 ‘출구론’이 엇갈렸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서라도 남북 정상회담과 6자 회담을 선순환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출구론 쪽에 선 이들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북한이 핵문제를 북­미 현안으로 인식하고 있어 남북 정상회담 의제로 삼지 않을 것이며 △미국이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고위 관리는 “북핵 문제는 북­미관계 정상화와 얽혀 있어 남북 정상회담에서 해결을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북핵 해결’ 전이냐 뒤냐 엇갈린 전망

서울 아니라도 가능…군축등도 의제

입구론 쪽에 선 이들은 △북핵 문제 해결은 긴 시간을 요구하고 △해결이란 개념적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상태이며 △남북의 주체적 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등의 근거를 댔다. 임원혁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남북 정상회담 전에 북핵 문제가 풀려야 한다는 주장은 스스로를 제약하는 접근법”이라고 비판했다.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는 “남북 정상회담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가를 세계적으로 확정하는 작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핵 해법의 돌파구를 기대하는 이들은 필요조건으로서 노무현 정부의 결단과 남북당국의 대화채널 복원, 미국의 긍정적 신호 등을 꼽았다. 김선혁 고려대 교수는 “남한이 북한의 붕괴나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주적개념 삭제나 국가보안법 폐기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남북 최고당국자의 신뢰 회복과 인식 공유를 위해 북한에 특사를 보내야 한다는 특사론도 제기됐다. 박순성 동국대 교수는 “북한이 신뢰할 만한 특사를 보내야 한다”며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과 김대중 정부 때 특사로 일했던 임동원 세종연구소 이사장을 추천했다. 정욱식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인식 공유를 위해 두세 차례 특사회담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남북 정상회담 의제로는 북핵 문제 뿐만 아니라 6·15 남북 공동선언 실천, 재래식 군사력 감축, 경제협력 및 교류 확대, 지역 안정 등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방안 등이 제기됐다. 이수훈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2000년 남북합의서의 철저한 이행 방안과 북한의 경제회생 대책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방연구소 관계자는 “고위급 군사대화 정례화 등 군사적 신뢰구축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 정상회담의 시기에 대해선 6·15 5주년을 즈음해 여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권만학 경희대 교수는 “사전 정지작업이 필요하고 북핵 문제가 해결국면에 들어서야 하기 때문에 4/4분기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대중 정부 첫 통일부장관을 지낸 강인덕 경남대 북한대학원 초빙교수는 “4~5차 6자 회담을 통해 미국의 대북정책 수정 여부가 확인된 뒤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북 정상회담의 장소에 대해서 전문가들 대부분은 서울을 고집하지 않는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 국내 정치상황이나 경호 문제를 고려해 제주도 대안일 수 있으며, 남북경협의 상징인 금강산이나 개성도 후보가 될 수 있다고 피력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평양에서 다시 여는 것이 오히려 파급효과가 클 수도 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중국 등 제3국도 후보지로 고려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일부에선 남북 정상회담의 의미를 깎아내리는 것이라는 반론을 제기했다.

“특사교환으로 관계복원 물꼬 터야”

남북한이 핵문제 해결과 정상회담을 위해 걸어가야 할 길은 멀고 험하다.

전문가들은 남북 당국 모두에게 ‘쓴소리’와 함께 분발을 촉구했다. 노무현 정부는 병행전략의 관점보다는 ‘선 핵문제 해결 후 남북관계’의 자세를 보여 남북 관계가 악화되지 않는 수준에서 관리하는 데 치중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북한도 북-미 관계 우선론으로 남북 관계에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노무현 정부가 표방한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 관계 병행 원칙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나 유보적 평가가 많았다. 북핵에 발목이 잡혀 대북 정책을 펴지 못했거나 원칙을 견지했으나 가시적 성과가 미흡하다는 응답자가 전체 28명 중 22명(79%)이었다. 이에 비해 ‘병행 원칙’이 제대로 관철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사람은 6명(21%)에 머물렀다.

“북핵 매달려 대북정책 성과 미흡” 80%

북도 북-미 관계 치중 남북관계 소극적

임원혁 연구위원은 “핵문제가 해결된 뒤 남북관계를 풀어나간다는 접근에 따라 스스로 우리 입지를 축소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봉근 원장은 제2차 북핵 사태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남북 관계가 퇴보하지 않은 현 상황을 고려할 때 핵문제 해결과 남북 관계의 병행 원칙이 성과를 내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북의 비협조, 미의 압력 등으로 병행원칙 관철의 어려움이 있었으며, 현상유지를 하는 데도 어려웠다고 이해를 보였다. 박건영 교수는 최근 들어 노무현 대통령이 북핵 문제의 주도권을 되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높이 평가했다.

‘남북 관계가 현상 유지에 머물렀다’는 지적에는 김선혁 교수 등 12명(44%)이 ‘그렇다’고 대답한 반면, ‘그렇지 않다’는 6명(22%)에 그쳤다. 양무진 교수 등 9명(33%)은 ‘노력은 했으나 성과가 미흡하다’는 유보적 평가를 내렸다. 김근식 연구교수는 “북핵 문제를 돌파하기 위한 남북 관계 진전이 아니라 북핵 문제로 인한 남북 관계 유지에 그침으로써 남북 관계 진전과 핵문제 해결 모두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핵에 ‘갇힌’ 남북 관계가 아니라 북핵을 ‘뛰어넘는’ 남북 관계를 주문했다.

‘노무현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추진해야 하는가’에 대해선 응답자 25명 가운데 12명(48%)이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정상회담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8명(32%)였고 나머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유보적인 태도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원로급 북한 전문가는 노무현 정부가 남북 관계의 모멘텀을 살리지 못했으며, “남북 최고 당국자간 의사소통을 위해 특사 교환이 필요하고 정상회담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이수훈 연구실장은 북핵에 발목이 잡혀 대북정책을 제대로 펴지 못했으나 정상회담은 최우선 순위가 아니라는 견해를 보였다. 전성훈 연구위원은 “이 문제에 조급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구갑우 교수는 “정상회담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핵 문제와 군축을 의제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대부분은 북한이 ‘북-미 관계 우선을 내세우며 남북 관계에 소극적’(70%)으로 나왔다는 점에 매우 비판적이었다. 그러나 ‘핵문제 해결의 의지는 있다’(54%)고 평가했다. 이들은 ‘북한도 남북 정상회담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65%)고 주장했다. 박순성 교수는 “북한이 남한의 역할을 소극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비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북한 자체의 전략적 선택을 제한한다”고 말했다. 김기정 교수도 “북핵의 기본 해법이 북-미 관계에 있지만 북한이 남한을 우회하는 전략적 신축성이 부족했다”며 “현 상황은 북한이 핵동결 의지, 궁극적으로 핵폐기와 관련된 선언을 먼저 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우영 교수는 남한과의 관계개선을 통하여 핵문제 해결과 체제위기 극복이 바람직하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근식 교수는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서는 △남북 관계 복원 △북한 내부의 개혁 후유증 해결 및 정책방향 정립 △미국의 대북정책 완화 등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우선은 노무현 정부가 특사파견을 통해 남북 관계 복원의 첫 조처부터 시급히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 명단

강인덕(전통일부장관,경남대초빙교수) 구갑우(북한대학원대학 교수) 권만학(경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권혁범(대전대 정외과 교수) 김근식(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김기정(연세대 정외과 교수) 김민웅(성공회대 겸임교수) 김선혁(고려대 정외과 교수) 김영수(서강대 정외과 교수) 동용승(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박건영(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박순성(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박영규(통일연구원장) 박재규(전통일부장관, 경남대총장) 신종대(북한대학원대학 교수)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 교수) 윤대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부소장) 이수훈(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실장)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 교수) 임동원(전통일외교안보특보, 세종연구소 이사장) 임원혁(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전봉근(평화협력원장) 전성훈(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세현(전통일부장관, 이화여대 석좌교수)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차두현(국방연구소 선임연구위원) 한태규(외교안보연구원 원장) 함택영(북한대학원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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