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진전은 미국의 정책전환에 달려 있다”

4차 6자회담에 즈음한 한국 시민단체의 입장발표 기자회견 열려

4차 6자회담을 앞두고, 오늘 7월 25일(월) 7개 시민단체들은 한반도 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정책전환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였다.

이들 단체들은 부시 행정부의 불성실하고 일방적인 태도가 핵문제 해결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고 주장하면서 특히 이번 회담에 임하는 미국의 태도를 예의주시할 것임을 강조하였다. 또한 이들은 이번 회담의 실질적인 진전을 위해, 미국의 정책전환이 필요하다면서 구체적으로 이 북한의 HEU 보유 의혹시인과 폐기를 협상전제 조건으로 삼지 말 것, 동시행동원칙을 수용하여 북한의 핵포기에 대해 대북안전보장 및 보상을 동시적으로 이행할 것, 핵보유 국가의 임무로써 북한에 대해 소극적 안전보장(NSA)을 이행할 것, 그리고 북 인권문제를 6자회담의 의제로 삼지 말 것과 북미 관계 정상화 의지를 분명히 밝힐 것 등을 요구하였다.

한편 오늘 기자회견에는 녹색연합,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참여연대, 평화네트워크,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한국 YMCA 전국연맹, 환경운동연합 등 7개 단체의 활동가 및 회원들이 참가하였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4차 6자회담에 즈음한 한국 시민단체의 입장

우리는 미국의 정책전환을 촉구한다

7월 26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는 4차 6자회담이 열린다. 다른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6자회담의 좌초는 한반도의 위기를 고조시킬 것이라는 점에서 회담의 재개는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이미 3차례의 회담을 하고서도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6자회담 재개는 한반도 핵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돌파구가 마련된다면 대타협을 향한 의미 있는 첫발을 내딛을 수 있지만, 성과 없이 끝난다면 6자회담 무용론이 거세지면서 위기를 가속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현실에 주목해 이번 회담이야말로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여 한반도 핵위기 해결의 발판을 마련하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서는 핵심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이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도 성실하며 유연한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한국의 창의적이고도 적극적이며 주도적인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우리는 이번 6자회담에 임하는 미국의 태도를 주시하고자 한다. 물론 북한 등 다른 참가국들의 태도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미국의 불성실하고 일방적인 태도가 북핵 문제 해결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는 제네바 합의 체제의 붕괴 및 북핵 문제의 재발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책임을 북한에게 떠넘기면서 선 핵폐기를 강요해왔다. 특히 미사일방어체제(MD) 등 군비증강을 구실을 잃지 않기 위해 ‘북한위협론’에 집착해왔다. 이 사이에 북한의 핵무장 능력은 강화되어왔다.

우리는 이번 회담이야말로 미국이 지금까지의 과오를 씻고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를 위해 협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믿는다. 부시 행정부 스스로도 2기는 전쟁이 아니라 외교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6자회담 수석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미국은 북한에게 좋은 의도를 갖고 있으며, 기존의 제안을 수정해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 차원에서 문제를 풀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러한 전향적인 입장이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번 4차 회담은 미국의 태도 변화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이다.

우리는 거듭 이번 4차 회담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적인 변수는 미국의 실질적인 정책 변화 여부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 정부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미국은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보유 의혹에 대한 시인과 이에 대한 폐기를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지금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것은 실체가 불분명한 HEU문제가 아니라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무기 제조를 막는 일이다. 물론 우리 역시 북한의 HEU 보유 의혹은 해소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인 미국이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고, 이에 대해 북한이 해명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껏 미국은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북한이 HEU 보유를 시인하고 폐기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회담의 진전을 어렵게 하였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이 HEU 시인요구를 종전처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오히려 HEU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는 출발점은 미국의 증거 제시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둘째, 미국은 동시 행동 원칙을 수용해야 한다. 핵문제는 관련국들의 상호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각 국의 우려와 요구를 동시적으로 고려해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이는 북한의 핵 포기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철회 및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 등이 동시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미국이 ‘동시 행동 원칙’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미국은 북한에 대해 핵무기 사용 및 사용 위협을 하지 않겠다는 보장을 해야 한다. 우리 역시 “6자회담이 핵군축 회담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러한 주장은 한반도 비핵화와 양립할 수 없을뿐더러, 북한의 의도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굳이 북한의 주장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미국의 북한에 대한 핵 위협은 가중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50년이 넘도록 미국이 단 한번도 북한을 핵 선제공격 대상에서 제외시키지 않았다는 것은 이를 뒷받침해준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6자회담에서 미국의 핵우산 정책 및 핵무기 감축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더라도, 소극적 안전보장(NSA) 문제는 의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핵무기 사용 및 사용 위협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장하는 것은, 핵보유국의 당연한 의무이자 한반도 비핵화의 중요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넷째, 미국은 북한 인권 문제를 6자회담 의제로 삼아서는 안된다. 우리 역시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고 또한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이 문제를 핵문제 해결과 연계하거나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의 구실로 삼는 것은, 핵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나아가 우리는 미국이 진정으로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를 원한다면, 미국이 부과해온 북한의 평화권과 발전권에 대한 제약부터 푸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 미국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대체하는데 협력하고 대북 경제제재와 테러지원국을 해제하며,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를 추구하면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한다면 우리는 이를 적극 환영할 것이다.

끝으로,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정상화 의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북미간의 적대관계를 완전히 청산하는 것은 북핵 문제 해결의 중요한 수단이자 목표이다. 동시에 60년 동안 지속되어온 한반도의 냉전 구조를 청산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그러나 미국은 핵문제가 해결된 이후에도 인권, 미사일, 생화학무기, 재래식 군사력 문제 등 다른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관계정상화가 가능하다는 초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가 자의적이고 선별적이라는 점에서 온당치 못하다고 생각하며, 오히려 북미관계 정상화를 통해 한반도 냉전체제가 낳은 문제들을 해결하고 북한의 체제 개혁과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믿는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이 이번 회담에서 북한과의 수교 의지를 분명히 밝히기를 요구한다. 그것은 북핵 문제 해결의 중대한 진전을 가능케 하고, 미국이 진정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평화군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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