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H 감사보고서 공개 항소심, 서울고법도 ‘공개하라’ 결정

감사원은 소송에 들이는 노력을 아껴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한 정보공개에 나서야

서울고등법원(재판장 이성룡 판사)은 지난 3일 한국형 다목적 헬기 도입사업(이하 KMH, Korean Multi-role Helicopter 사업)의 감사보고서 비공개 처분과 관련하여, 감사원의 항소를 기각하고 이를 공개 하라고 결정하였다.

참여연대는 조 단위의 초대형 국책사업으로 국방부가 추진하고 있는 KMH 사업과 관련하여 감사원이 작성한 감사보고서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하였으나 2004년 감사원의 기각 결정으로 정보공개가 거부된 바 있다. 그 후 참여연대는 서울행정법원에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하였고 작년 9월 1심에서 승소 하였다. 감사원은 이에 불복하고 서울고법에 항소하였으나 법원은 감사원의 정보공개청구와 관련한 절차상의 흠결을 이유로 원심과 마찬가지로 정보공개거부 처분은 위법한 것으로 판시한 것이다.

문제의 KMH 관련 감사원 감사보고서는 참여연대 등이 동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국회가 이를 검증하기 위해 감사원에 요청한 데 따른 것으로, 동 감사 과정에서 참여연대도 자체 의견서와 참고자료 등을 제공한 바 있다. 감사원은 감사보고서를 통해 ‘경제성이 결여된 사업’이라는 취지의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결과, 정부는 KMH 사업 재검토에 나섰고 2005년 KHP(Korean Helicopter Program)사업으로 명칭과 내용을 바꾸어 이를 재개하기로 한바 있다. 참여연대가 감사원에 제기한 정보공개청구는 해당 사업에 대해 감사원이 문제점으로 지적한 부분이 과연 무엇인지 국민적 이해와 판단을 돕기 위한 것이었고, KHP 사업에서 그러한 문제점이 시정되었는지 검증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감사원은 이 감사보고서가 ‘2급 군사비밀’이라며, 본문은 물론 표지, 목차, 요지까지 비공개한 결정하고 있어 참여연대와 감사원간의 소송으로 이어졌다. 이에 대한 1심 판결의 요지는 감사원이 동 보고서가 2급 군사기밀이라며 비공개한 처분은 정보공개법에 우선하여 군사기밀보호법을 적용한 것으로써 위법하지 않으나, 정보 비공개의 근거로 인용한 ‘군사기밀보호법’ 상의 절차적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절차적 흠결이 있는 위법한 비공개라는 것이었다.

서울 고법 재판과정에서 감사원은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기관의 장이 국방부 산하기관에 한정된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감사원장은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기관의 장이 아니므로 군사기밀 공개여부와 관련된 검토의견서를 작성하여 국방부 장관에게 제출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법원은 군사기밀보호법에서 규정하는 ‘기관의 장’은 단순히 국방부 산하기관의 장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기관’의 장이면 동법상의 ‘기관의 장’임을 판결로 명시하였다 이는 감사원장이 동법의 절차를 따르지 않고 군사기밀 공개여부에 대한 합리적 판단과 검토를 배제한 채 국방부의 군사비밀 지정을 핑계로 참여연대가 제기한 정보공개청구에 응하지 않은 것은 위법한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편, 진정한 쟁점은 이러한 절차적 쟁점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소송 과정에서 국방부와 감사원의 관료주의적이고 비밀주의적인 태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국방부와 청와대는 부실과 비효율로 점철된 KMH사업이 문제가 되자, 이 사업만큼은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어떤 사업보다도 투명하게 진행하겠다고 수차례 걸쳐 약속한 바 있었다.

그런데 이 사업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한 감사보고서에 대해서는 표지, 목차, 담당자 싸인 까지도 군사기밀로 지정해 놓은 것이다. 감사원 역시, 감사결과보고서 전체가 군사기밀이라 하더라도, 요약보고서나 표지, 목차, 감사담당자 싸인 등에 대해서는 비밀해제를 국방부에 얼마든지 요청할 수 있는 위치임에도 관료적 태도로 일체의 자료에 대한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참여정부를 표방한 노무현 정부의 국방부와 감사원의 태도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우리는 이 비생산적인 소송으로 2년을 허비하고 있다. 이에 따른 국민의 알권리 침해를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감사원과 국방부는 더 이상의 근거 없는 정보통제를 중단하고 일체의 자료를 공개해야 할 것이다.

평화군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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