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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시민사회
  • 2007.01.19
  • 1530
협력적 위협감축조치(Cooperative Threat Reduction) 또는 넌-루가(Nunn-Lugar) 방식을 통한 북한핵 문제 해결방안에 관한 고찰

김재천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I. 협력적 위협감축조치 또는 넌-루가 방식의 개요, 현황, 및 특성

협력적 위협감축조치(Cooperative Threat Reduction: 이하 CTR)란 핵무기를 비롯한 여타 대량살상무기(Weapons of Mass Destruction: 이하 WMD)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안보위협을 감축, 제거하기 위하여 WMD 소유국과 이를 우려하는 국가들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다양한 협력적 국제안보 프로그램을 총칭한다. 실제로는 구소련의 붕괴로 야기된 WMD 위협에 대처하기 위하여 미국은 1991년 상원의원 Nunn과 Lugar의 주도로 Soviet Threat Reduction Act of 1991 법안을 제정하여 러시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벨로루시 등 구 소련국가들의 WMD 해체를 관리하여왔다.

그래서 CTR을 통한 WMD 해체 모델을 Nunn-Lugar방식이라고도 일반적으로 호칭한다. CTR은 대상국의 WMD 해체와 참여국의 정치, 외교, 경제, 안보적 보상을 교환하는 “비대칭 상호주의”에 입각한 군비 축소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주로 구소련 국가들을 대상으로 하던 CTR은 현재 구소련 국가 외의 다른 지역의 WMD 위협을 해결하는 주요 수단으로 확대 적용되고 있는 추세이다. 2002년 6월 캐나다 카나나스키스(Kananaskis)에서 개최된 G-8정상회의에서는 CTR을 Global Partnership(이하 GP)라는 명칭 하에 세계적인 차원으로 확대하기로 합의하였고, 2012년까지 200억불 규모의 CTR 프로그램을 추진하기로 결정 하였다. 200억불 중 100억불은 미국이 출연하고 나머지 100억불은 여타 GP 참여국들이 공동으로 출자하기로 하였다. 한국은 2004년 6월부터 GP에 참여하고 있다. CTR이 GP로 확대된 후, 리비아, 이라크, 알바니아 (화학무기 해체) 등을 대상 지역으로 CTR 프로그램이 운영되어 왔고, CTR의 북한 WMD 적용 가능성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CSIS 등의 씽크탱크에서 진행되고 있다.

CTR의 주 특성 중의 하나는 포괄성이다. 우선 CTR에 의한 해체와 관리의 대상이 포괄적이다. 일반적으로 CTR은 핵무기, 생화학 무기, 미사일과 이들의 개발에 필요한 물질, 기술, 시설, 인력을 해체와 관리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CTR의 다른 특성은 협력성이다. CTR은 현존하는 WMD 위협을 대상국과 참여국 모두 공통의 안보위협으로 인식하고 공동의 노력으로 이러한 위협을 감소시켜나가는 방안이다.

II. 대북 CTR 적용의 한계와 가능성

1.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CTR적용의 어려움

우선 미국과 구소련 국가의 CTR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CTR의 실행을 위해서는 대상국과 참여국의 정치적인 타결이 선행되어야 한다. 즉, 북의 핵포기와 미국과 여타 참여국들이 제공하는 안전보장, 외교관계 정상화, 경제적 보상의 교환에 대한 대타협이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2005년 9.19 성명에 이와 비슷한 합의가 이루어져 있지만, 합의를 이행할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되어있지 않고 이행계획이 있다고 하더라도 계획의 첫 수순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상호 신뢰조차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CTR은 일반적으로 핵무기와 이의 개발에 필요한 물질, 기술, 시설, 인력의 해체 및 관리 외에도 생화학 무기와 같은 여타 WMD와 이의 운반체인 미사일의 개발과 관련된 물질, 기술, 시설, 인력의 해체 및 관리도 포함하고 있다. 이렇듯 군사력에 의한 안보방편의 대부분을 포기해야 하는 CTR은 북한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특수 상황에 맞추어 CTR을 구성하여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우선 핵무기 (물질, 기술, 시설, 인력 포함)에 대한 해체 및 관리와 보상의 교환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이러한 과정의 이행을 거쳐 신뢰가 구축되면 단계별로 CTR 대상과 범위를 확대 적용하는 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CTR는 “비대칭적 상호주의”에 의거한 군비 축소 방안이다. 일방이 군비를 축소하면 다른 일방이 같은 수준의 군비를 축소하여 목표로 한 군축을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의 군비축소를 다른 일방이 정치, 외교, 안보, 경제적 보상으로 호환하는 “상호적”이지만 “비대칭적”인 군축방식이다. 북한은 핵무기실험 후 실질적인 핵보유국으로 자처하고 있고, 핵보유국의 지위로 미국과 “대칭적”인 군축논의를 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북한에게 “비대칭적 상호주의”에 의거한 CTR은 매력적인 방안이 아닐 수 있다. 실제로 2004년 6월일 거행된 3차 6자 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에게 HEU를 포함한 핵 폐기를 선언하고 해체를 위한 준비조치를 이행하면 대체에너지 지원과 테러 지원국 해제 등 단계별 조취를 취하고 해체의 비용과 관리를 책임지겠다는 CTR 제안을 하였으나, 북한은 이에 대해 리비아식 선핵포기 방식이라 하여 반대한 것으로 보도 되었다.

2. 대북한 CTR의 가능성과 장점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CTR을 북한과의 정치적인 대타협을 유도하는 incentive또는 유인책으로 활용해 볼 만하다. 북한에게 일괄적인 핵포기를 요구하고 포기의 대가로 제공할 수 있는 안보, 경제적 보상의 결과를 제시하여 북을 유도하기 보다는, 해체의 어느 단계와 수준에 도달했을 때 구체적으로 어떠한 성격의 보상이 이에 상응하여 제공될 것이라는 구체적이고 단계적인 로드맵을 제시함으로써 북한을 유도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북한은 합의 이행과정에서 단계별로 미국의 진의를 확인하고 평가할 수 있는 이행 방안을 선호할 것이고, 합의가 성실하게 이행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합의를 무효화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싶어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한다면 북이 핵을 포기하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 할 수 있다는 식의 큰 제안보다는 단계별로 서로의 의중을 확인하고 평가할 여지가 있는 구체적인 CTR이 북한을 핵포기로 유도하는데 효과적일 수 있다. 참여국들은 대북 CTR에 관한 국내법을 제정하여 대북 인센티브의 예측성과 투명성, 그리고 장기적인 committment를 북에게 보장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CTR이 제공하는 보상의 포괄성은 북에게 매력적인 제안이 될 수 있다. 북의 핵물질, 기술, 인력의 민사용 전환을 유도하여 북의 민간경제 활성화, 경제 현대화, 산업화에 기여를 도모할 것이라는 CTR의 내용은 개방경제를 지향하는 북의 인사들에게 솔깃한 제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CTR은 참여국의 장기적인 committment와 해체 후의 사후 서비스를 보장해 줄 수 있기 때문에 경제개혁을 희망하는 북한의 온건파들이 심각하게 고려해 보아야 할 제안이다.

북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참가국들이 대북 CTR의 구체적인 내용, 기간, 규모, 효과 등을 단계별로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구체적 CTR 제안을 6자회담을 통해 유인책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CTR은 CTR참여국들이 북의 핵해체 이행의지를 단계별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핵해체 이행과정에서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점진적이고 단계별로 이행되는 CTR과정을 통해 상호 신뢰가 구축된다면, CTR이 신뢰구축의 메커니즘으로 작용하여 정치적 타결이 깨지지 않게 하는 안전장치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CTR은 핵포기의 대가로 북의 안전을 보장하고 경제를 현대화하여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전환하는 궁극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으므로 기존의 평화 번영정책의 연장선에서 추진해 볼 만하다.

6자회담의 개최를 계기로 논의되고 있는 동북아 다자간 안보체제의 확립에도 성공적인 대북 CTR은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성공적인 대북 CTR은 본격적인 남북간의 (대칭적 상호주의) 군축논의로 이어져 한반도 긴장완화에 기여를 할 것이고, 대북 CTR로 구축된 북의 민간경제 기반은 통일의 초석이 될 수 있다.

III. 대북 CTR 실행방안

1. 단계주의

CTR의 제안과 실행은 철저히 단계별로 그리고 점진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우크라이나에 비해 북이 소유하고 있는 핵프로그램이 소규모이니 단기간 내에 일괄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발상은 매우 비현실적이다. 북은 미국과 생사를 건 투쟁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데 안보의 마지막 보루를 일괄적으로 단기간 내에 포기하라는 것은 북의 반발을 초래 할 것이다. 참여국들은 10년 이상의 기간을 염두에 두고 순차적이고 점진적으로 그러나 인내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CTR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CTR에 의한 해체와 관리의 대상도 핵, 탄도미사일, 생화학 무기의 순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우선 이들 위협요인의 물질을 이전 또는 제거하고, 시설의 해체, 인력을 전환하는 순서로 프로그램을 운영해야한다. 초기 단계의 성공적 이행으로 발생한 신뢰를 바탕으로 해체 관리의 대상과 영역을 점진적으로 확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2. 북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를 통한 대북 CTR의 “북한화”

미국을 비롯한 참여국들은 공통의 위협요인 제거를 위한 협력자의 입장에서 대북 CTR을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북한과 체결한 계약을 이행하는 사업자의 입장에서 북한을 계약대상으로 인식하고 다뤄서는 신뢰가 발생할 수 없다. 또한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CTR에 북한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여야 하고, 북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CTR 프로그램을 “북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CTR에 북한이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면 CTR의 순조로운 이행이 본인들이 이익에 부합하고 CTR이 “자신들의 것”이라는 인식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발생은 CTR의 성공에 반드시 필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3. 지속적인 정치적 관심의 유지

CTR 이행과정에서 기술적이고 세부적인 문제로 프로그램의 진행이 지연되고 CTR 자체가 좌초될 수 있는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이런 경우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여 정치적 대화의 채널을 지속적으로 가동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1994년 AF(Agreed Framework)에 의거해 진행되었던 KEDO의 프로그램이 기술적인 이유로 난관에 봉착했고, 결국 1998년 북한은 미사일 실험발사를 강행했던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고위관료로 구성된 조정위원회를 발족, 가동 시켜 프로그램의 순조로운 이행을 위해 정치적 조율의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CTR 진행에 각국의 최고 지도자급 인사들이 관여를 하여 프로그램의 진행을 정치적으로 조율, 관할하였던 점을 참고로 해야 할 것이다.

4. 다자주의적 접근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여 대북 CTR을 운영해야한다는 의견이 국내에서 대두될 수 있으나, 미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6자회담의 참가국과 EU 등이 참여하여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미국 주도의 다자주의적 방식”이 대북 CTR 모델로 가장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이 미국과의 적대관계에서 비롯된 안보위협에 대한 대비책의 차원에서 추진되어왔다. 그렇다면 미국의 참여정도와 CTR에 대한 열의 등이 북한의 참여여부와 미래 행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둘째, 미국은 구소련을 대상으로 성공적인 CTR을 운영해온 경험이 있으므로 대북한 CTR에 필요한 노하우와 기술 등을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이다.

5. 한국의 역할

구소련 대상 CTR 등에 재정적인 부담을 지고 있는 미국이 대북한 CTR에 결정적인 재정적 기여를 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를 것이라 예상된다. 그렇다면 한국이 CTR운영을 위한 재정지원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한국은 북의 WMD 자원을 민수용으로 전환하여 북한의 민간경제 기반을 조성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WMD자원의 민수용 전환은 대북 CTR의 주요 내용이 될 것이고 한국은 개성공단을 운영해온 경험 등을 활용하여 커다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목적을 염두에 둔 기금을 조성하고 사업을 준비하는데 국내의 반대여론으로 인한 정치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금의 조성과 사업의 준비는 합의과정을 통해서가 아니라 북한의 붕괴에 의해서 핵해체를 해야 할 경우를 대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도 하겠다. 북의 WMD 자원의 민수전환과 경제현대화는 결국 한국이 많은 부분 책임지고 수행해야 할 사업이니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하여야 할 것이다. 한국은 넌-루가 법안과 유사한 “남북공동위협감소법”을 제정하여 기금조성과 사업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고, 이러한 국내법의 제정이 여의치 않다면 통일부의 대북기금 중 일부를 출연하여 대북 CTR 기금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제도적이고 법률적인 준비 절차 외에도 정치적인 지지를 유도해 낼 수 있는 적극적인 대내외교(public diplomacy)노력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대북 CTR에 대한 국내정치적 합의가 도출되면 통일부 산하로 “남북공동위협감소기구” 등을 발족하여 프로그램을 관장해야 할 것이다. 고위급, 실무급 협의 기구를 모두 가동해야 할 것이고 이들 기구에는 외교부, 통일부의 고위관료뿐 아니라 과학자, 공학자 등을 포함 각 방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력의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

IV. 맺는 말

대북한 CTR은 북한정권이 안전보장과 경제적 보상 등 포괄적 보상조치가 확실히 보장된다면 핵프로그램을 포기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야 추진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김정일정권이 정권의 유지와 체제보장을 위해서는 핵무기를 지속적으로 보유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안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 섞인 추측이 일각에서 제기 되고 있다. 김정일정권은 설령 핵을 포기하여 미국으로부터 안전보장과 경제보상을 얻어낸다고 하여도 종국에는 개방과 개혁의 여파로 인해 정권의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북한의 핵 의지가 완고하다면 CTR의 제안이 북핵 포기를 유도할 수 있는 “당근”의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그러나 상호주의에 입각한 구체적이고 단계적인 대북 CTR은 개방, 산업화, 경제의 현대화 등에 열의를 가지고 있는 북한 내 온건파들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제안이 될 수 있다. CTR의 제안이 북한 내 온건파의 입지를 강화하여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정치적 대타협을 유도해 낼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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