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와 김태환 지사의 밀어붙이기식 해군기지건설 규탄한다

국책사업이면 주민여론 무시해도 된다는 비민주적 발상 지탄받아 마땅

지난 4월 10일 김태환 제주도지사가 해군기지건설관련 로드맵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데 이어 오늘(4월 13일) 김장수 국방부 장관이 제주도청을 방문하여 해군기지와 공군‘탐색구조’부대를 건설할 입장임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제주지사와 군 당국이 이 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주민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해군기지 건설을 관철시키겠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현재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싸고 제주도민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기지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의 주민들 대다수가 기지건설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일어난 일련의 과정을 보면 제주도 지사는 국방부장관의 입장이 나오면 여론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히고, 국방부장관은 이에 화답하듯이 “해군기지 취소는 있을 수 없고, 어디든지 건설해야 한다”며 제주기지 건설입장을 공식화하는 식으로 도당국과 군이 주고받기식으로 기정사실화를 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계산된 여론호도책에 다름 아니다.

제주도지사가 제안하는 여론조사라는 것도 가관이다. 제주 해군기지 결정여부를 도민 1,500명의 여론조사를 통하여 결정하고 3개의 후보지의 주민들이 압도적으로 반대하더라도 그 중 가장 높은 찬성율이 나오는 곳을 기지 후보지로 선정하겠다는 것이다. 국방부 장관은 해군기지건설에 따른 후보지는 주민들의 여론조사 결과가 아닌 국방부가 정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는 곧 기지 예정지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여론은 아예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말이다. 해군기지가 국책사업이므로 주민투표 혹은 주민여론을 묻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군 당국과 제주지사의 이 같은 생각은 그 자체로 매우 비민주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지금까지 김태환 제주도지사가 이른바 3원칙을 제시하며 주민의 뜻을 물을 것이라고 밝혀온 것과도 모순되는 것이다. 또한 도의회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한 심층적 검토를 통해 평화의 섬 제주도의 올바른 발전방안을 찾고자 했던 도민의 여망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 할 수 있다.

오늘 제주도의회 군사기지특별위원회 역시 김태환 지사의 로드맵 발표철회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며, 김 지사의 일방적인 로드맵 발표가 특위는 물론 도민의 대의기관인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전체를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특위는 정부의 입장발표가 정책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으며, 충분한 공론화를 거쳐 도민과 대상 지역주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될 때까지 여론조사 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여론조사결과 1%라도 찬성이 많은 지역을 기지후보지로 결정하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특위는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무엇보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하여 제기되는 문제점들은 여전히 해명되지 않고 있다. 과연 제주도에 기항할 해군함대의 성격이 군이 말하는 남방항로 보호 목적인지 아니면 미국이 주도하는 지역해양안보구상과 중국견제가 목적인지 아직 뚜렷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국방부가 알뜨르 비행장 등에 유치하겠다는 이른바 탐색구조 부대도 말 그대로 믿어야 할지 의문이다. 이미 대통령 재가까지 받은 국방중기계획 상의 공군부대는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도 확인되지 않은 조건에서 국방부장관이 “탐색구조부대가 되어야 한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라는 애매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꺼림직하기 그지없다.

이렇듯 제주해군기지가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고 있고 주민들이 격렬히 반대하는 가운데 국방부와 제주도가 이를 묵살하고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기지건설을 밀어 부쳐서는 안된다. 우리는 이미 평택 등의 사례에서 정부의 일방적 사업 추진이 주민과 국가 전체에 얼마나 큰 갈등과 후유를 남기는지 경험했다. 또한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의 우려나 의혹제기에 대한 정부가 얼마나 사실을 왜곡하고 책임을 회피해왔는지도 목도해왔다. 또 다시 주민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군사기지 건설을 강행하는 일이 재연되어서는 안된다. 게다가 평화의 섬으로 정부 스스로 발표한 제주도에 전략적인 기지가 들어서는 문제가 이런 식으로 처리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제주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은 해군기지 건설을 일방적으로 강행하려는 김태환 지사와 국방부 측이 자초한 것이다. 시민의 정당한 저항을 경찰병력을 동원해 강제 연행하는 것은 그 자체로 비민주적인 처사이다. 제주도와 국방부는 합의없는 기지건설 강행을 즉각 중단하고 주민들의 이유있는 반대논리에 대해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평화군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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