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전국시민운동가대회 제주 해군기지 관련 성명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중단하라!

지난 5월 14일 제주도지사가 해군기지건설 동의 결정 이후, 오히려 제주도민들 사이에서는 반대여론이 더욱 커지고 있다. 최종 후보지인 강정마을도 반대 입장으로 돌아섰다. 여기에는 주민의사와 무관하게 오로지 국책사업 논리만을 앞세운 노무현 정부의 일방주의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그 동안 제주도민들은 제주의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해군기지 건설문제를 주민투표로 결정할 것을 요구하여 왔다. 이는 주민투표에 의한 결정만이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고, 무엇보다 첨예하게 치닫는 도민갈등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방부와 제주도 당국은 ‘안보 사업’이라는 이유로 이를 끝끝내 거부해 오고 있다. 이는 노무현 정부 역시 권위주의적 국가논리와 냉전적 군사안보논리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줄 따름이다.

지금 해군기지 건설문제로 인한 제주도민사회의 갈등양상은 4·3 이후 최대의 문제라고 할 정도로 그 양상이 매우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 그 동안 이러한 상황은 충분히 예견되어 왔다. 그럼에도 노무현 정부는 이 문제를 권한도 없는 제주도지사에게 맡겨놓고 수수방관으로 일관하다, 급기야 도민반대여론이 높아지자 이미 정당성을 상실해버린 도지사 결정만을 근거로 이를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안보이고, 무엇을 위한 기지인가?

노무현 정부는 그 동안 기회만 있으면, 동북아평화체제 구축 운운해 왔다. 지난 6월 22일 제주에서 열린 평화포럼 개막연설에서도 노무현 대통령은 “동북아 지역의 상호군비경쟁의 지속”을 걱정하면서, 이의 근본적 해소를 위해 6자회담이 동북아 평화안보협력을 위한 다자간협의체로 발전해 나가야함을 역설하였다. 그리고 이 협의체는 동북아지역의 “군비를 통제하고 분쟁을 조정하는 항구적인 다자안보협력체로서 기능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그럼에도 바로 한 시간 후에 열린 비공식 간담회에서 노대통령은 “무장과 평화가 같이 있는 게 잘못이 아니다. 안심할 수 없을지 모르는 평화를 위해서도 무장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합리화하고 말았다. 이러한 노무현 정부의 분열적 평화관은 점증하는 미·일· 중·러의 동북아 대결구도를 완화하고 균형자 노릇을 자처하였지만, 결국 군사력 증강으로 한미군사동맹에 기초한 ‘힘의 균형론’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던 지난 2005년 이른바 ‘동북아 균형자론’에서 보여준 노무현 정부의 딜레마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동북아평화협력 구상과 동시에 추진되는 제주 해군기지 문제는 이를 극명하게 대변하는 결정판이라 하겠다.

제주도가 정부에 의해 ‘세계 평화의 섬’으로 공식 지정된 배경에는 동북아평화체제 프로세스에서 제주도가 갖는 일종의 역할론이 작용하고 있다. 평화의 섬 과제 중 ‘동아시아 외교중심지 육성’, ‘주변국과의 협력체제 강화’, ‘국제평화기구 설립’등의 내용들은 제주평화의 섬 지정이 제주도 차원을 넘어서는 국가차원의 의제를 동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중국을 겨냥한 전략기지를 제주도에 추진하는 것은 한반도를 동북아 주변국간의 군비경쟁 대열로 끌고 가겠다는 상징적인 조치로 비춰질 것이다.

첨단 무기체계를 동반한 전략적 성격의 기지가 제주에 건설되어진다면,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이라 이름 붙여진 미군의 신군사전략에 어떤 식으로든 연동될 수밖에 없으며, 결국 미국의 해양패권을 위한 군사적 발판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미 제주에 건설하려는 해군기지 자체가 이른바 ‘대양 해군론’에 기초해 미군과 한국해군의 공동작전 범위를 더욱 늘리려는 위험천만한 공세적 구상임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바로 이러한 기지를 가장 군사적으로 민감한 제주도 건설하려는 것은 노무현 정부 스스로 동북아 평화구축에 대한 진정성 없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노무현 정부는 제주도를 평화의 섬으로 지정해 놓고, 한편에서 대규모 전략기지를 추진하는 분열적 행보를 당장 멈춰야 할 것이다. 제주도의 미래는 물론, 국익에도 도움이 안 되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계획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며, 만일 이의 추진이 계속된다면 평화를 사랑하는 국민의 이름으로 이의 저항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

2007. 7. 21

2007 전국시민운동가대회

평화군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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