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8-09-11   3387

[2008 이라크 모니터⑦] ‘대테러 전쟁’ 7년, 평화는 오지 않았다

2001년 미국을 강타한 9·11 테러가 일어난 지 올해로 7주년이 된다. 미국의 조지 부시 행정부는 알 카에다와 오사마 빈 라덴 세력을 잡겠다며 ‘대테러 전쟁’을 일으킨 뒤 “세계는 더 안전해졌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아프간과 뒤이은 이라크 전쟁 등 지난 7년간 오히려 더 많은 테러가 일어났고, 미군과 민간인 총 희생자만 해도 10만 명에 육박한다.

더구나 이라크 상황 역시  ‘실패한 국가’에서 벗어날만큼 재건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최근 유니세프는 이라크 당국이 석유 판매로 현금 수입을 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하수도 시설 같은 공공설비를 위해서는 거의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었다.

실제로  8월 28일자 로이터에서는 바그다드 인구 절반에 해당하는 6백만 명의 사람들이 식수 부족을 겪고 있으며, 그 중 3백만 명은 수돗물 공급이 전혀 안되고 있다는 이라크 정부 발표를 보도했다. 이라크 시민들은 5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에서 이렇듯 여전히 취약한 인프라 시설로 인해 커다란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거기다가 미군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우라늄 무기 사용에 대한 후유증도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다. 도쿄 신문 9월 5일자에 따르면, 이라크 환경부 장관이 UNEP 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해 우라늄 오염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이에 대한 일본정부의 지원을 요청한다고 보도했다. 오스만 환경부 장관은 도쿄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03년 이라크전에서 모두 105군데 지역이 우라늄에 오염된 것으로 발견되었으며, 일본 정부가 한 지역을 맡아 해당 지역민들의 건강 회복과 환경 정화 작업 등의 원조를 해 주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 날 오스만 장관은 우라늄에 오염된 지역들이 인체에 직접적인 해를 끼치고 있는지 여부는 현재 조사중에 있지만, 암발병률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등, 지역민들의 생활이 매우 위험한 상태에 노출되어 있다고 전했다.

 


한편 미 의회에서도 부시 행정부의 무모한 전쟁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초당적 기구인 의회 산하 ‘안보를 위한 파트너십’ 위원회는 “미국은 여전히 테러 위협에 취약한 상태”라고 지적하는 보고서를 발표한다는 국내 기사가 보도된 바 있다. 미 부시 행정부가 테러 공격 두 달 만에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일으키자 미국 내에서 그의 지지율은 90%에 육박했던 과거와는 달리 오늘날 미국에서는 실제로 안전에 대한 위협은 더욱 커진 것이 사실이다. 이에 더해 아부그라이브 감옥이나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미군이 저지르는 비인도적 행위들이 낱낱이 전 세계에 알려졌던 적은 물론 미 정보기관들은 테러범을 잡는다며 도청을 일상화하고 외국계 이민자들을 강압적으로 수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는 등 되려 미 정부의 인권침해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대두되었다.(기사 원문 경향신문 9월 10일자)

이런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9월 9일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정부군이 충분히 강화되고 있는 데 반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공격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 때문에 이라크에서 미군 8,000명을 내달부터 철수시켜 나갈 예정이며, 그 대신 내년 1월까지 4,500명의 병력을 아프가니스탄으로 증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라크로 다시 아프가니스탄으로 이어지는 미군 증파의 되풀이를 보며 혹시 '테러와의 전쟁'은 '끝이 없는 전쟁'을 일컫는 것이 아닌지 7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에게 의미심장한 평가를 남긴다.

김중훈 (평화군축센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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