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정부와 해군, 해군기지건설 중단 요구 모르쇠로 일관할 테인가

사법부 판단 왜곡하고 강정주민 모욕한 김황식 총리 비난받아 마땅

어제(6/8)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제주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합리적인 갈등해소방안이 마련될 때까지 정부의 해군기지 건설의 일시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채택하였다. 뒤늦게나마 민주당이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갈등해결 노력없이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고 있는 정부를 향해 경고하고 나선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우리는 이 같은 민주당의 입장표명이 제주를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하고도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확정지음으로써 갈등과 분열의 씨앗을 뿌렸던 전임 정부의 책임을 통감하고, 제주해군기지 건설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기회로 삼기를 기대한다.

 

민주당이 기지건설 공사 중단을 촉구하고 나섬으로써 공은 정부와 해군에게로 넘어갔다. 그러나 정부와 해군은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6월 2일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관한 민주당 김유정 의원의 대정부질문에서 김황식 국무총리가 했던 답변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김황식 총리가 제주해군기지 건설 추진과정에서의 절차적 하자를 다투는 소송에서 국방부와 제주도가 모두 승소했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적법한 절차에 의해 이뤄졌다는 사법적인 판단이 내려진 사건”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한 사실왜곡이다. 강정주민들이 제기한 ‘국방·군사시설 실시계획승인처분의 무효확인 소송’의 경우 1심의 일부 승소 판결 이후 6월 16일 항소심 판결이 내려질 예정이며, ‘절대보전지역변경처분 효력정지 및 무효확인 소송’ 항소심이 기각되었지만, 그것은 원고 부적격이 그 이유였다. 절차상 적법했다는 사법적 판단이 단 한 번도 내려진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김 총리의 발언은 기지공사를 강행하려는 해군 측의 거짓 논리를 그대로 읊은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주장임에도 불구하고 대법관 출신의 국무총리의 이 같은 발언이 현재 진행 중에 있는 소송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 총리는 해군기지 건설에 ‘일부’만 반대하고 있고 ‘합리적이고 제주를 사랑하는 분들하고는 충분히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수 년 동안 힘겹게 기지건설에 저항하고 있는 강정주민들을 모욕하는 매우 위험하고 부적절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해군기지에 반대하면 비합리적이고 제주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석될 법한 이 같은 발언은 반대세력들을 비하하고 편가르기를 하기 위한 치졸한 흑백논리에 다름 아니다. 

그렇기에 이번 김황식 총리의 발언은 납득할 수 없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의 타당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제주 지역의 오랜 갈등을 해소하는 그 첫걸음도 제주해군기지 건설문제를 전면 재검토하는 일이다. 우리는 정부와 해군이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결코 불요불급한 일이 아니며, 추진과정이 편법과 불법으로 점철되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기지건설 공사 중단이라는 결단을 내리기를 다시 한 번 요구한다. 평화, 환경, 종교, 문화예술계 등 전국의 각계인사들이 기지건설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하고 있고, 야당들도 기지건설 중단과 진상규명을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더 이상 정부와 군은 국회와 시민사회의 거듭된 요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독단적인 태도를 보여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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