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기수열외, 얼차려, 사랑의 매..효율성, 인권감수성 제로(0) 군대로부터 탈피하자

‘군대 내 폭력, 국가의 구조적 폭력 문제로 논한다’ 토론회를 보고
  
                                                         김안수연 (참여연대 인턴)

 

 

남성화/군사화된 시민사회를 말하다
   
천안함 사건 이후 해병대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고 한다. 해병대 지원률이 높아지고, 현빈이 해병대에 지원하는 등 해병대가 사회적으로 상당히 부각되었다. 이러한 것은 해병대의 군기문화, 끈끈한 유대관계 등이 남자다움, 남성성을 길러낸다는 인식에 의해서라고 권인숙 명지대 교수는 말한다. 여성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거나, 얌전한 친구들 중에 해병대를 가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한다. 남자답기 때문에 해병대에 자원하는 것이 아니라 남자가 되기 위해서 자원하는 것이다.

말로는 성평등 교육을 외치지만, 한국의 일상생활에선 남자답지 못하기에 소외되는 남성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는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남성성이 여성성보다 높게 평가되는 현실은 여성스러운 남성은 소외되고 남성성을 지닌 여성은 대우를 받는 사례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학교, 군대, 병원과 같이 근대적인 엄격한 규율 아래서 획일적인 군사주의 문화 안에서 길들여진 남자들은 상명하복의 문화를 교육받고 군대 내에서 그 문화를 뼛속 깊이 아로새겨 한국사회로 나온다. 대학교 졸업 이후에 군 복무를 시작하는 대만의 대학교 내 성평등지수가 한국보다 훨씬 높은 것은 이를 반증한다. 대만 대학생들이 성불평등 감수성이 발달되어 위계서열적/성차별적 문화에 민감한 것 또한 남성들이 대학 졸업 이후에 군대를 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건강한 시민사회는 건강한 군대로부터
 
분단체제 속에서 그동안 군의 중요성과 정당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토론자들은 한국 군대가 북한과의 군사적 대립이라는 명분하에서 불투명성을 키워왔다고 주장하며, 이를 핑계로 아직도 폭력의 문화에 의존한다고 말했다.

 
또한 토론자들은 정부에서 주장하는 ‘평화’와 ‘안전’을 지키고자 병역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젊은이들을 저임금으로 혹사시키는 현재의 병영문화는 시민들의 감시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얼차려와 같은 강압적인 기합이 아니라 정당한 보수와 인간적인 대우를 제공함으로써 동기부여를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군대 내 폭력 문제는 단지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 대학의 선후배관계의 폭력, 학교에서의 교사와 학생 간의 폭력, 가정안의 폭력 등의 폭력 문제에서 개인의 문제 해결 방식은 자살하거나 혹은 그 체제를 묵묵히 견뎌나가는 것뿐이다. 오늘날 군대 내에서 ‘사람 되어서 나온다’는 말은 부정의한 폭력에 저항할 수 없는 인간이 되어 나온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전 국민의 50% 이상이 강압적인 군사문화를 내면화하고 이것이 끊임없이 재생산된다면 국민이 민주주의 체제 안에서 행복할 권리를 추구할 수 있다는 헌법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동등한 권리와 인권을 지닌 국민들이 민주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해 나가는 데에서부터 바로세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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