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기관리에 치우친 대미외교, 한반도평화 위한 큰 그림 없어

참여연대, 노무현 정부 대미외교 2년 평가 토론

노무현 정부가 북핵 위기관리를 위한 대미외교에 치중하고 있으나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으며 새로운 대북정책을 기대하기 어려운 부시 2기 행정부 등장으로 북핵해결 전망 역시 밝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실행위원장, 이대훈)가 12월 7일 개최한 ‘노무현 정부의 대미외교 2년 평가토론회’에서 외교안보전문가들은 북핵, 이라크 파병, 주한미군재배치와 한미동맹 재조정 등 한미협상 현안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평가하는 심도깊은 토론을 진행하였다.

대북협상채널 확보 시급

백학순 박사(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는 북핵외교에 대한 평가에서 현 정부가 남북협상채널도 갖지 못한 채 한미공조에 의거하여 미국의 유연한 입장 전환을 기대하고 있으나 북핵문제에 대한 해결의지가 결여된 미국의 적극적인 협력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백학순 박사는 북핵문제를 중대한 이슈로 다루고 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최근 APEC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서도 큰 성과로 자평하는 한국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회담결과는 새로운 내용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미국 측에서는 기존의 대북정책에 대한 동의를 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미국의 대북강경책에 반발해 북한이 실질적인 핵개발과 핵보유로 나가는 경우가 한국 정부에게는 가장 치명적인 재앙이 될 것이라고 진단한 백학순 박사는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북핵문제의 조속한 해결에 외교력을 집중해야 하며 이를 위해 대북 협상채널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하였다.

북핵해결이 외교안보의 모든 것이라는 강박관념 버려야

덧붙여 백학순 박사는 현 정부가 북핵해결이 외교안보의 모든 것이라는 강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북핵문제 해결이 중대하고 시급성을 요구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북핵문제는 여러 외교안보 현안 중 하나라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선 북핵문제 해결 원칙을 고집한 나머지 남북관계 개선을 방기하고 대북특사 파견 혹은 남북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또한 북핵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는 대담한 제안을 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하였다.

북핵외교에 대한 토론에서 강태호 기자(한겨레 산문)는 현 정부가 북핵해결과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병행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선 북핵해결 입장이라고 진단하였다. 강태호 기자는 북한이 회담에 나오게 하기 위한 정부의 대북협상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하고 있는 현 정부가 교착상태에 머물러 있는 북핵문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을 경우를 대비한 정책이나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정당성 완전부재, 시간끌기와 연이은 판단착오로 점철된 파병정책

이라크 파병에 대해서 이대훈 실행위원장(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은 정부가 사실적 법적 근거 등 일체의 정당성이 부재한 정책으로 일관했으며 시간끌기와 연이은 판단착오로 점철된 무책임 태도를 보여주었다고 평가하였다.

이대훈 실행위원장은 애초 미국이 주장한 테러리즘과 대량살상무기(WMD)와의 연계 등 허구적인 논리에 기대어 정부가 불가능한 전후 재건복구를 명분으로 파병을 강행했으며 미국의 전쟁명분이 명백한 허구임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책임지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균형잡힌 사실을 확인하고자 하는 노력도 하지 않은 정부는 미국의 이라크인 고문과 학살 등에 대해서도 철저히 눈 감고 있는 등 반윤리적인 외교를 펼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대훈 실행위원장은 패권국가 주도의 국제의제에 대해서 정부가 원칙을 갖고 대처하고 강대국의 부당한 간섭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윤리적 외교’를 천명하고 국제적으로 합의된 인권의 기준과 평화의 원칙에 따라 외교안보 현안에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외교당국자들이 시민사회의 성숙도를 인식하고 민간외교를 수행하고 자원을 제공해 줄 시민사회와의 협력관계를 구축할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윤리적 외교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 안병진 교수(창원대)는 북핵해결을 명분으로 이라크 파병을 추진하는 것은 미국의 강경파의 입지를 강화해주는 것으로 의도치않게 북핵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정부와 여당은 국민이 테러의 표적이 된 것은 큰 위기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함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하며, 현 정부의 파병정책은 결과적으로 한국 정부가 안고 있는 대미외교의 제약, 한계를 더욱 벗어나게 어렵게 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한미동맹 강화로 정부정책 중심축 이동

첨예한 현안이 되고 있는 주한미군재배치와 한미동맹 재조정에 대한 정부정책 평가에서 이혜정 교수(중앙대)는 결과적으로 미국의 요구에 한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끌려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한국 정부가 정책적 자율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적 제약이라는 불가피한 측면이 존재함을 지적하였다.

이미 지난 김대중 정부 때부터 미국은 군사력 전환을 추진해 왔으며 2002년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를 통해 한미 양측은 주한미군재배치와 한미동맹 재조정에 대해 원칙적인 합의를 한 바가 있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의 운신의 폭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존의 동맹 재조정의 유제뿐만 아니라 미국의 일방주의적 패권정책과 한국 국내정치의 균열도 제약으로 작용했음을 지적하였다.

그러나 이혜정 교수는 이러한 역사적, 구조적 제약이 아니더라도 한미동맹 재조정에 대한 미국 측 입장을 한국 정부가 전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정부가 북핵위기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한미동맹 강화를 정부정책의 중심에 두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애초 한반도평화체제를 최우선 정책목표로 내세웠던 정부가 정부 출범과 함께 맞은 북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한미동맹 강화를 정책의 중심으로 이동함으로써 이라크 파병과 한미동맹 재조정에 대한 미국 측 요구를 다 들어주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러한 정부의 연계전략이 과연 실효성이 있었는지 따져보아야 하며 분명한 것은 한국 정부의 기대와 이해와는 달리 미국 측은 각 사안들을 연계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무엇보다 시민사회는 향후 안보정책구상(SPI)에서 다뤄질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지역동맹화 문제를 집중 제기하여 미국의 동북아 군사전략에 한국 정부가 편승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 정책을 견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였다.

한미동맹 미래에 대한 구상없이 사안별 대책마련에 급급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한국 정부가 원칙적인 수준에서 동의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조성렬 박사(국제문제조사연구소)는 미국이 명확하게 지역안보동맹을 추진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 정부는 한미동맹재조정에 대한 구상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채 각 사안별로 대책을 마련하는데 급급해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조성렬 박사는 지금처럼 정부가 군사력 증강을 도모한다면 북핵문제뿐만 아니라 남북관계개선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남북한이 동시에 군비통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또한 정부정책의 우선순위가 유턴하게 된 상황을 부정하기는 어렵지만 여론의 지지를 받고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비젼제시나 지지세력을 끌어 모으려는 전략적인 자세가 아쉽다고 평가하였다.

종합토론에서 구갑우 교수(경남대 북한대학원)는 그 동안의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 확보한 자원을 정부가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구 교수는 향후 한미관계가 전시작전권 환수 등을 통해 형식적 평등을 확보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종속 관계로 갈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러한 실질적인 종속문제를 어떻게 이슈화하고 극복해나갈 것인지 시민사회 차원의 논의를 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날 토론회를 마무리 하면서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노무현 정부의 대미외교에 대한 평가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는 한편 시민사회 차원의 한반도평화체제 구상 논의를 시작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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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 (평화군축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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