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한반도 평화 2005-04-27   1854

정부는 조건 없이 대북 비료지원에 나서야

당국자 회담을 이유로 인도적 재난 방치해서는 안 될 일, 북한도 더 이상 남북회담 거부해서는 안돼

정부가 당국자 회담 재개를 조건으로 내세워 시급한 대북 비료지원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추진해야 할 문제를 남북 정치상황과 연계하는 것은 결코 합당하지 못한 처사이다.

정부는 그 동안 대북 비료지원이 당국자 회담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관례상의 이유를 대고 있지만 남북대화 재개에 북한이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남북 당국자 간 대화 재개를 희망하는 정부 측 입장을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에게 비료를 지원하는 것은 북한 주민들의 생존권 보장 차원에서 검토될 문제이지 회담재개 여부에 달린 문제가 아니다. 또한 이러한 정부의 입장은 정부가 줄곧 밝혀왔던 조건 없는 대북 인도적 지원이라는 원칙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정부의 태도가 악화되고 있는 북핵문제와 대북압박을 가하려는 미국의 입장에 정부가 지나치게 압도된 것에 기인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하는 바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북한의 2.10 선언 직후 미 행정부는 한국 정부의 대북지원 중단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북핵문제와 별개로 남북경협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보다는 속도조절을 요구하는 미 행정부의 강경책에 부응하듯 경협을 북핵문제와 연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우리는 정부가 미 행정부를 지나치게 의식하여 대외적으로 이러한 입장을 강조한 것이 비료지원 같은 인도적 지원조차‘당국자 협의를 통한 지원’이라는 명분에 매달리게 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정부 스스로 발목을 잡는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그러나 비료지원 문제는 북핵문제와 연계할 사안이 결코 아니다. 정부는 핵문제와 남북경협 및 대북 인도적 지원을 연계했던 과거 김영삼 정부의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상황을 더 악화시킬 미국의 대북압박 정책에 공조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남북대화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는 북한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지난해 김일성 주석 조문 파문과 탈북자 대량 입국 문제로 남북대화를 거부한 이후 지금껏 남북대화에 호응하지 않고 있다. 물론 최근 이해찬 총리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만나 당국자 회담 재개에 공감한 것이나, 북한이 산불진화를 위해 한국 측의 비무장지대 진입을 허용하고 월북 어민을 송환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그나마 긍정적인 신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반도 위기가 더욱 고조되고 있는 지금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남북관계 개선과 실질적인 진전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북한은 더 이상 남북대화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민족공조를 강조하면서 남북대화를 거부하는 것이나, 미국만을 협상 상대로 두고 한반도에서 핵무장을 추구하는 것은 결코 지지받을 수 없는 행위이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가 대북지원 문제에 대한 남남 갈등을 심화시켜 남북관계 개선을 더욱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도 북한 스스로 남북대화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조건 없는 비료지원에 과감히 나서야 한다. 당국자 회담을 이유로 인도적 재난을 방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북한 또한 더 이상 명분상의 이유를 내세워 남북대화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 북한도 남북회담에 적극 응해야 한다.

평화군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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