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한반도 평화 2005-11-15   1252

북 인권, 정치적 접근이 아닌 실질적인 개선책 모색해야

유엔 총회 대북인권결의안 채택 논의에 대한 참여연대 입장, 인권개선 효과 기대 어려운 대북인권결의안 채택 바람직하지 않아, 북한 당국도 인권정보 공개, 인권대화 개시 등 유연한 입장 취해야

지난 3일 유럽연합(EU)이 유엔총회에 대북인권결의안을 제출하면서 북 인권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특히 유엔총회 표결에서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리는 북 인권 문제가 국내외에서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되고 있는 것에 반해 북 인권 개선을 위한 진지하고 실효성 있는 방안 논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데에 크게 우려하는 바이다.

우리는 유엔 결의안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촉구함에 있어 중요한 판단기준은 그 무엇보다 결의안 채택이 북 인권 개선에 과연 도움이 되는지 여부이어야 한다고 본다. 지난 4월 유엔인권위의 대북인권결의안 채택 당시에도 밝힌 바 있듯이, 우리는 유엔에서의 인권 논의가 각국의 이해에 따라 특정 국가를 압박하려는 수단으로서 활용되고 있으며 그 결과 결의안 채택은 해당국가의 반발만 부를 뿐 실질적인 인권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각국의 정치적 이해에 따라 인권문제를 접근하고 있는 병폐는 관타나모 수용소에서의 불법구금과 학대, 이라크 침공과 점령 등과 같은 명백한 인권유린 실태에 대해서 국제기구가 침묵하고 있는 것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유엔의 결의안 채택이 구체적인 실효성을 거두기보다는 일방적으로 비난하는데(naming and shaming) 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는 이유는 이렇듯 유엔 인권논의가 정치적이며 이로 인해 신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권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유엔의 대북인권결의안 채택을 촉구하는 것이나 결의안 채택을 둘러싸고 갈등과 분란을 증폭시키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북 인권 개선을 위해서는 이 문제가 과도하게 정치화되는 것을 차단하고 실질적인 개선책 마련에 초점을 두는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동안 한국 정부는 국제기구의 결의안 논의나 미국과 일본의 북한인권법 제정 등에 능동적으로 개입하거나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한 적이 없다. 물론 인권문제에 대한 북한의 경직된 태도나 어렵게 화해협력의 관계로 나가고 있는 남북관계 등을 고려할 때 북 인권 문제를 거론하기 쉽지 않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이해 못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대화와 협력이 아닌 비난과 성토로 인권문제가 해결될 수 없음을 국제사회에 이해시키고, 북한이 국제기구의 인권 프로그램 등을 수용하도록 설득하는 것은 한국 정부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남북 화해협력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도 한국 정부는 한반도 분단으로 인해 지금껏 남아있는 반인권적인 법제도들을 개선하기 위한 대화를 북한에 제안하는 등 점진적이되 능동적으로 북 인권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북 인권 개선을 위한 여건조성도 중요하다. 지금과 같이 북미, 북일간의 갈등상태가 지속되고, 북-EU간의 인권대화가 중단된 상태에서 미국, EU 그리고 일본이 주도하는 대북인권결의안을 북한이 수용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북한과의 갈등과 불신이 심화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북한이 인권 개선에 나설 수 있도록 동북아에서의 오랜 대결 상태가 완화되는 조건과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특히 핵문제 해결과 함께 북미, 북일 관계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에 조속히 착수하는 것이 북 인권을 개선시킬 수 있는 호조건이 될 것으로 믿는다. 유럽연합(EU)도 유엔을 통해 인권공세를 펼 것이 아니라 북한과의 인권대화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북 인권 문제가 국내외에서 비난일변도로 정치쟁점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 무엇보다 북한 당국 스스로의 자세변화와 노력이 요구된다. 물론 최근 몇 년간 북한이 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들을 시도한 바 있고, 논란이 되고 있는 인권침해 사항 중 사실 규명이 필요한 부분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유엔에 연이어 대북인권결의안이 제출되게 된 데는 북한 자신의 인권문제 자체를 인정하고 않고 있으며 적극적인 개선의지와 조치를 국제사회에 보여주지 않는 등 북한 당국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어느 나라에서나 내부의 인권문제가 존재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북한도 인권 상황에 대한 정보를 대내외에 공개하고 국제기구의 접근을 허용해야 한다. 그리고 유럽연합(EU)을 포함하여 쌍무간이든, 다자간이든 국가간 인권대화에 나서는 등 국제사회와의 접촉면을 확대해나가는 유연한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북한이 인권 논의 자체를 앞으로도 거부할 경우 실질적이고 점진적인 인권개선 노력조차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인권 문제에 대한 보편적이고 균형감 있는 문제제기를 강조하고자 한다. 각국의 인권 상황에 대해 국제사회가 진지한 관심과 해결 노력을 보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는 특정국가에 대한 인권개선을 촉구하는 것이 정치적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인권의 한 측면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인권에 대한 총체적이고 균형있는 인식과 접근이 이루어져야 하며 자국의 인권문제에 대한 개선 의지도 함께 표명되어야 한다고 본다. 강정구 교수 사태에서와 같이 적법하지 않은 사유에도 강 교수의 인신 구속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이들이 북한 당국의 인권유린을 비난하는 모순적인 태도는 그 자체로 정당하지 않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 내 북 인권문제는 다분히 정치적 의도에 의해 쟁점화하고 있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편협한 인권기준을 내세우고 정치적 구호로서의 인권을 내세운다면 그것은 이미 인권문제가 아닌 정치적 목적의 이전투구에 다름 아니며 인권보장에도 역행하는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평화군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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