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한반도 평화 2009-04-21   2557

실효성 없는 북한인권법 제정에 집착하는 한나라당


위기의 남북관계, 갈등만 더 키워서 무엇하겠다는 것인가


한나라당이 4월 임시국회 중에 북한인권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오늘(21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발의한 북한인권법안들을 논의할 예정이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소장 구갑우)는 위태로운 남북관계 속에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개선에 대한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는 북한인권법 제정에 집착하는 한나라당의 태도에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처럼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남북관계 상황에서 북한인권법 제정을 서두르는 한나라당의 태도는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한 진정성에 근거한 것이기보다는 대북 압박을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나라당은 이미 반북활동 지원법이라는 논란을 낳았던 황우여 의원의 「북한인권법안」, 황진하 의원의 「북한인권증진법안」을 제출한 데 이어 두 의원의 법안을 통합, 조정한 「북한인권법안」을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의 발의로 새로 제출해 놓은 상태이다. 그러나 이 법안의 골자는 기존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부 논란이 되었던 조항을 모호하고 포괄적으로 수정했으나 여전히 정부가 일부 단체들의 반북활동을 지원 가능하도록 하였고, 법적으로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대상 범위를 넘어서는 역할을 요구하는 한편, 대북교섭력을 갖추어야 할 통일부로 하여금 북한인권기본계획을 주도하게끔 하였다. 또한 무조건성을 원칙으로 하는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전제 조건을 명시하고, 활동성을 거의 기대할 수 없는 북한인권대사를 외교통상부에 설치하도록 명시한 것 등이 이전 법안들과 다르지 않다.


아마도 한나라당은 대북적대 정책의 산물로 제정되었던 미국과 일본의 북한인권법 제정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미간의 극단적인 갈등 속에 만들어진 미국의 북한인권법이나 사실상 대북제재를 위해 만들어진 일본의 북한인권법이 대북 압박 수단의 하나로 이용되거나 대북 적대감을 고조시키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일본의 북한인권법은 법 제정의 목적이었던 납치 문제 해결에 전혀 기여하지 못한 채 도리어 국내정치용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미국과 일본의 북한인권법 제정과 대북인권대사 임명이 북한 인권 개선을 촉진하는 데 어떠한 긍정적인 기능을 했는지 제대로 파악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한나라당의 북한인권법 제정 시도가 실질적인 인권 개선 의도보다는 이들 나라처럼 국내정치용이라는 의구심을 갖게 되는 이유이다.


물론 한국 정부가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를 개선시키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이는 남북관계 진전, 화해협력 정책과 병행되어야 할 사안이지, 북한 인권상황을 비난하고 법을 제정하는 것으로 달성하기 어렵다.

주지하듯이 전임 정부 시절에 남북이 합의한 사항을 이행하길 거부했던 정부는 이미 합의한 대북 식량지원에 대해서도 북한의 공개적인 요청을 조건으로 삼으면서 결국 대북 식량지원을 하지 않았고, 시급한 인권 현안인 이산가족 상봉은 단 한 차례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남북협력기금은 절반으로 줄이고, 대북 식량지원액도 1/3 정도로 삭감한 가운데, 이마저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실제 집행된 내역은 전혀 없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북한 인권 개선을 내세우며 했던 유일한 활동은 유엔에서 대북인권결의안을 발의하고 찬성한 것뿐이다. 이것이 과연 ‘상생과 공영의 남북관계’를 지향하는 정부의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가.


실종된 정부의 대북정책, 북한 인권문제에 관한 편향성, 그리고 또 다시 위기 국면을 맞이한 남북관계 속에서 북한인권법이 북한의 인권문제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도리어 그것이 남북간의 새로운 갈등의 고리가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법을 굳이 제정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권개선 조치조차도 자의반 타의반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한나라당이 법 제정을 서두르는 것은 명분을 찾기 어렵다.

이러한 현실에서 그 동안 참여연대는 실효성을 갖기 어려운 북한인권법을 제정하여 논란을 조장하기보다는 한나라당이 합의하여 제정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해 왔다. 북한인권법 제정이 낳을 부작용을 고려한다면, 남북관계발전법에 근거한 정부의 책무로서 남북화해협력 정책을 추구하는 한편 이와 상충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정부의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과 개선 노력을 구체화해도 될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북한인권법 제정은 실질적인 효과보다는 남북간의 상호 불신만 깊게 하는 또 하나의 불씨가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한반도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색해야 할 때이지, 남북간의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때가 아니다. 더 이상 한나라당은 북한인권법 제정에 집착해서는 안된다.

PDe2009042100.hwp

첨부파일: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