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칼럼(pd) 2014-07-27   2500

[2014 강정생명평화대행진⑤] 연산호 가득한 바당밭, ‘강정바당’이 사라진다

제주의 생명과 평화를 위한 ‘2014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이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제주에서 개최됩니다. 이에 강정마을회,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와 <오마이뉴스>는 대행진을 앞두고 제주해군기지의 안보적, 환경적 문제점, 입지타당성 문제 등 최근 들어 다시 제기되고 있는 제주해군기지의 끝나지 않은 문제점들을 짚어보는 칼럼을 연속 게재합니다. [편집자말]

 

① 바다에 가라앉은 150억, ‘너구리’ 탓만은 아니다 (윤상훈 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

② 생명의 발걸음, 평화의 몸짓에 함깨해주세요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

③ ‘부담’될 게 뻔한 제주해군기지,그만둬라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④ 제주해군기지, 제2 세월호 될까 두렵습니다 (고권일 강정마을 부회장)

⑤ 연산호 가득한 바당밭, ‘강정바당’이 사라진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⑥ 어떻게 감옥 갈 생각 했냐고요? 여기선 가능해요 (김동원 강정지킴이)

 

연산호 가득한 바당밭, ‘강정바당’이 사라진다

[2014 강정생명평화대행진⑤] 잘못 끼운 제주해군기지 건설 첫 단추, 다시 끼우자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기사 관련 사진
▲  지난 2012년 3월 해군이 구럼비 바위 지역의 발파를 강행하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 해군기지 건설현장 해상에서 시공사가 평탄화 작업을 하기 위해 모래를 투하하고 있는 모습.
ⓒ 유성호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은 후보지 검토단계에서부터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사업이다. 이는 강정주민들의 생각만이 아니다. 여야 일부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각 정권의 일부 정부 인사들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최근 발생한 태풍피해와 강정연안 천연기념물 훼손문제들도 후보지 선정과정에서 이미 지적되었던 사안이다. 갖가지 문제들이 예견되었고 눈앞에서 벌어지지만 손쓸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그렇다고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알고 있지만 애써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강정바당, 그렇게 쓰일 곳이 아니다

 

아직까지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하나 있다. 왜 강정마을이었을까? 해군기지 후보지로 왜 강정마을이 선정되었을까 하는 점이다. 강정연안은 제주도 남쪽 여러 해안마을 중에서도 환경적 가치가 매우 뛰어난 지역이다. 이는 정부가 지정한 각종 보호지역 현황으로도 증명된다. 

 

강정연안은 문화재청이 지정한 문화재 보호구역이다. 바다 속에서 서식하는 생물군락지로는 처음으로 이 지역 연산호 군락지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이곳은 세계적으로 희귀한 연산호 군락의 전형적인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어 학술적 가치가 높게 평가된다. 그리고 해양수산부는 다양한 해양생태계의 보전을 위해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하였다. 연안관리법에 의한 법정계획으로 각종 개발 및 해안매립을 불허하는 절대보전연안이기도 하다.

 

제주도 역시 강정해안을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했고, 강정 앞바다를 해양도립공원으로 지정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네스코는 한라산과 문섬, 섶섬, 강정 앞바다 범섬 등이 포함하는 생물권 보전지역을 지정했다. 세계적으로도 환경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이처럼 생물다양성이 뛰어나고 생태적 보전가치가 높은 강정바다를 해군기지 후보지로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백번 양보해서 이 지역이 항만입지라도 적합한 지역인가. 절대 아니다. 오히려 태풍의 길목인 이곳은 평소에도 파랑이 잦아 선박운항에 불편이 많은 곳이다. 

 

최근 몇 년간 태풍의 발생 수가 적어서 그렇지 작은 규모의 태풍에도 해군기지 공사장은 난리가 아니다. 텃밭 고추모종도 성한 태풍이지만 해군기지 공사장은 오탁방지막이 완파되고, 아파트 규모의 케이슨이 맥없이 무너져 내린다. 일련의 상황은 강정해안이 환경적 입지적정성 문제뿐만 아니라 항만 기능적 측면의 입지 또한 부적합하다는 것은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방파제 공사로 절멸하는 연산호 군락

 

이러한 지형적·환경적 조건은 오히려 강정바다의 생태계 다양성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연산호 군락이 대표적인 사례다. 제주연안 해역에는 한국산 산호류 132종 중 92종이 서식하며, 이중에 66종은 제주해역에만 서식하는 특산종이다. 특히, 강정연안 연산호 군락지에는 법정보호종이 눈에 띈다. 해송, 긴가지해송 등의 천연기념물은 물론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야생동식물로 지정된 15종의 산호충류 중에 7종이 강정연안에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해군은 해군기지의 환경적 입지적정성을 검토하는 단계인 사전환경성검토서에 연산호 군락의 서식현황을 누락했다. 단순한 누락의 차원이 아니다. 이미 연산호 군락이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상태였지만 연산호 서식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었다. 고의적인 누락이 다분하다. 다른 생태계 조사 역시 부실하기는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된 이후 해군이 실시한 사후환경영향조사에서 해상공사장 주변 연산호 군락의 서식현황이 크게 변했다. 공사 전 환경영향평가 당시와 비교해 연산호의 개체수가 감소했고, 서식밀도 역시 눈에 띄게 줄었다. 해군은 태풍의 영향에 기인한 결과라고 평가한다. 과연 그럴까? 태풍의 영향이라면 인근지역 연산호 군락도 같은 상황이었어야 한다. 

 

최근 연산호 전문가들의 현장조사 결과 해군기지 방파제 공사로 인해 이 지역 조류가 크게 변한 것이 확인되었다. 조류의 흐름이 변하고, 정체되는 현상은 연산호의 서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태풍의 영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연산호 군락 서식환경 악화의 근본원인은 조류의 변화로 생긴 문제라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연산호 군락에는 공사장에서 밀려온 것으로 보이는 퇴적물이 광범위하게 쌓여 있었다. 공사장 주변지역의 연산호 군락 보호를 위한 대책이 유명무실한 상황인 셈이다.

 

잘못 끼운 단추 다시 풀어 끼워야

 

바다환경의 중요성과 연안자원의 경제적 가치를 굳이 논하지 않더라도 지금까지 비쳐진 강정바다의 가치만으로도 이곳을 지켜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더 근본적으로는 강정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바당밭이 정당한 절차도 무시된 채 파괴되고 사라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정권이 바뀌고, 도지사가 바뀔 때마다 제주해군기지의 갈등해결을 내세워 왔다. 그러나 그들이 내미는 해법이라는 것은 결국 해군기지 건설을 전제로 한 보상수준에 불과했다. 또 다른 갈등을 양산하고, 환경적 재앙을 반복적으로 재현할 뿐이다.

 

제주해군기지 사업은 그 계획의 타당성을 인정받지 못한 사업이며, 입지의 적정성이 부적합한 사업이다. 추진과정에서는 절차적 정당성이 부재했다. 각종 불법·탈법을 동원해 절차를 강행한 사업이다.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국민의 권리를 침해한 부끄러운 사업이다. 

 

이처럼 비뚤어질 대로 비뚤어진 제주해군기지 문제의 해결방법은 단 한 가지뿐이다. 잘못 끼운 단추를 푸는 것이다. 현재 자행되는 불법공사를 즉각 중단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에 대해 갈 때까지 간 사업이라 되돌리기 어렵다는 주장도 한다. 쏟아 부은 예산이 수백억이라는 논리도 제기된다. 민주적 절차를 짓밟고 온 국토를 파괴하며 강행해온 과거 토건사업들의 논리와 다를 바 없다. 

 

해군기지 사업의 추진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부재했고, 이로 인한 주민의 고통이 현저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대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은 정부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이며, 국가인지 국민들이 묻고 있다. ‘강정바당’이 소리치고 있다. 이제 박근혜 정부가 대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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