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리포트] 아프간 재파병에 반대해야 할 6가지 이유


 


내일 국무회의에서 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유력한 가운데,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소장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정부의 아프간 재파병 추진이 이미 파병한 자국 병력을 철수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흐름과 전쟁을 반대하는 우리 국민의 여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결정이라고 비판하며, ‘이슈리포트 :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에 반대해야 할 6가지 이유’를 발표했다.




 프가니스탄 재파병에 반대해야 할 6가지 이유


외교통상부가 지난 10월 30일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지방재건팀(PRT) 요원의 확대 파견과 이들에 대해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경비 병력을 파견하겠다며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방침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 파병이 아프가니스탄 재건지원을 위한 것이며, 국제사회에 기여하고 글로벌코리아로서의 위상을 제고를 위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정당성과 타당성을 잃고 있다.



1.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미 철수한 국군부대를 재파견하는 것은 국민과의 합의에 반하는 일이다.


정부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재파병 결정은 지난 2007년 정부와 국회의 결정에 의해 아프가니스탄에서 국군부대를 철수한 이래 유지되어온 국민적 합의에 반한다. 이와 같은 합의가 번복되어야 할 아무런 중대한 사유가 없다.


정부는 2006년 12월 “국군부대의 대테러전쟁 파견연장에 관한 동의안”을 제출하면서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는 의료지원부대와 건설공병부대는 내년(2007년) 중에 임무를 종료하고 전 병력을 철수시킬 것”이라고 보고했고, 이같은 철군계획에 따라 2007년 국군부대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였다.


이로써 “유엔 회원국으로서 아프가니스탄에서 인도적 차원의 구호 및 진료활동을 지원하는 국제적 연대(連帶)에 동참함으로써 세계평화와 안정에 기여함은 물론, 한‧미 동맹관계의 공고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아프가니스탄 파병은 임무는 이 철군으로 인해 종료되었다고 볼 수 있다.


2006년 12월 국방부의 철군계획 보고 시 여야 모두가 동의했고, 2007년 철군 당시 이를 반대한 당이 없었다. 따라서 아프가니스탄 철군은 국민적 합의임에 틀림없고 그 후 이 합의를 변경할만한 어떤 중대한 사유도 발생하지 아니하였다.


파병도 국가중대사이지만 철군도 국가중대사이다. 성숙한 민주국가에서 파병과 철군과 같은 국가중대사를 납득할만한 중대한 사유 없이 번복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점에서 정부의 재파병 결정은 국민적 합의에 반하는 독단적인 것이다.     



2. 미국과 다국적군이 철군전략을 모색하는 지금 우리 정부가 2년 6개월간의 재파병을 준비할 어떤 타당하고도 설득력 있는 이유를 찾기 힘들다.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 등 국제사회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한 기존 병력에 대한 철수를 결정하거나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재파병을 강행하는 것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와 판단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합리적인 판단을 할 기회를 국민으로부터 박탈하는 일이다. 또한 국회의 헌법적 권한인 사전 동의권을 훼손하는 일이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미군을 증파를 결정하면서 동시에 2011년 7월부터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할 것을 천명하였고, 네덜란드, 캐나다 등 주요 파병국들도 2011년까지 철군할 것을 밝히고 있다. 내년 1월에는 영국이 주도하는 아프가니스탄 출구전략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이들 주요 국가들의 철군일정과 계획이 구체화되어 가는 것은 지난 8년여를 지속해온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중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고 근본적인 전략변경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한국정부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아프간 출구전략 논의의 추이도 지켜보지 않은 채로 재파병을 서두르고 있다. 이는 국가정책 결정에서는 있어서는 안될 맹목적이고 무책임한 선택이다.


또한 국제사회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합리적인 판단을 할 기회를 박탈한 채 행정부가 국회에 재파병안에 대한 동의여부를 결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국회의 헌법적 권한인 사전 동의권을 훼손하고 사실상의 백지위임을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3.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그 시작과 과정, 목표와 방식에서 명분 잃은 전쟁이며 전망이 불투명한 전쟁이다.
 
아프가니스탄 정세와 전황, 그리고 지속되는 갈등의 심층원인과 대안에 대한 종합적 검토 없이 다국적군의 파견이 아프간의 안정화와 재건을 가져올 것이라 전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대테러전쟁’에 대한 신뢰할만한 평가와 전망을 제공하지 않고 재파병을 추진하는 것은 우리나라와 국민을 또 다시 출구 없는 무장 갈등에 연루시킬 위험하고 무책임한 행위이다.


아프가니스탄 정세는 최근 크게 악화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을 안정화하고 민주정부를 안착시키려 했던 다국적군의 의도와 목표는 다국적군의 군사적 정책적 실수들, 카르자이 정권의 실정과 부패, 탈레반을 비롯한 저항세력의 빠른 영향력 확대로 인해 그 현실성에 대한 회의가 확산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 이래 미국 스스로 ‘대테러전쟁’이라는 개념을 폐기하였는데, 이 개념이 국제사회에서 많은 인권침해와 국제법 위반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실제로도 국제테러리즘의 근절이 아닌 확산을 가져왔다는 내외의 평가에 기초한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 개입한 어느 나라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한 명확한 목표와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국군부대를 대테러전쟁에 파견”(2002년에서 2007년)한 이후 이른바 ‘대테러 전쟁’의 성과와 한계, 그리고 수정되어야 할 목표 등에 대한 어떤 평가도 국민과 국회 앞에 제출한 바 없다. 평가 없이 정책이 있을 수 없고 파병은 더더욱 불가하다.



4. 정부는 지방재건팀(PRT, Provincial Restruction Team) 에 대해 국민과 국회에게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지방재건팀의 활동은 아프간 주둔 국제안정화지원군(ISAF)과 구분되지 않는 군사활동으로서 다른 UN 및 인도지원단체들의 재건활동과는 명확히 구분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지방재건팀은 군사활동과 재건지원활동의 경계를 불분명하게 함으로써 원칙과 현실 양면에서 아프간 재건지원에 부정적으로 작용해왔다.


정부는 마치 지방재건팀이 민간지원단이고, 아프가니스탄 재건을 지원할 민간지원단을 보호하기 위해 군대를 파병하는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재건팀에 소수의 민간인이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그 기본성격은 국제안정화지원군(ISAF, International Security Assistance Force), 즉 아프가니스탄 주둔 다국적군이다.


지방재건팀에 대한 국제적 통념은 군이 주도하여 일부 민간주체와 더불어 재건지원을 시도한다는 것으로 이를 설계한 미군을 비롯한 국제안정화지원군(ISAF)도, 아프가니스탄 중앙 및 지방정부도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 유독 한국정부만이 군사개념인 지방재건팀을 민간지원단 혹은 민간전문가들이 주도하는 비군사적인 재건전담기구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이는 2008년 국제안정화지원군 사령관과 국제비정부기구들, 그리고 유엔의 합의 하에 “민간과 군의 명확한 구분을 보장하는 것이 인도지원 주체들의 안전과 이들(인도지원 주체들)이 아프간인들에게 긴요한 원조를 제공하도록 하는데 필수적이다”라고 명시한 ‘아프가니스탄을 위한 민-군 협력 가이드라인’과도 상충하는 것이다.


실제로 UN 긴급 구호 코디네이터는 “지방재건팀이 자신이 일반적으로 하는 일을 인도적인 것으로 묘사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프간에서 활동하는 94개 비정부기구들의 연합체인 ACBAR(Agency Coordinating Body for Afghan Relief) 역시 “지방재건팀이 개발원조 활동에 관여하는 것은 효과적이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지방재건팀은 축소되어야 하며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에서는 철군계획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미 미군이 운영하는 지방재건팀의 일원으로 파병하였다가 철군한 한국정부가 재건지원효과를 의심받고 있고 나아가 축소 혹은 철수를 권면받고 있는 지방재건팀 운영을 위해 다시 군대를 파견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더구나 재파병을 정당화하기 위해 지방재건팀의 실체, 원조 효과성, 재건지원효과 등에 대한 그릇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국민과 국회에 신뢰할만한 바른 정보를 제공할 정부의 책무에 반하는 나쁜 행동이다.  



5. 명분도 효과도 불투명한 가운데 파견된 국군부대와 일부 민간요원들의 안전마저 장담할 수 없다.


다국적군의 아프가니스탄 점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전망이 확산되고 군대 파견을 통한 재건지원 효과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부가 우리 군대와 일부 민간요원들을 불안정하고 위험한 상황에 노출시키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위에서 열거한 바와 같이 철군 이후의 국민적 합의를 번복할만한 아무런 중대한 사유가 없고, 도리어 우방국들의 철군논의가 본격화되고 있고, 군대 파견을 통한 재건지원 효과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부가 우리 군대와 일부 민간요원들을 불안정하고 위험한 상황에 노출시키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삼환기업과 같은 아프가니스탄 진출 기업이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는 등 재파병이 가져올 반작용이 이미 확인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기정사실화하고 매우 제한된 일정과 인력으로 구성된 실사단을 파견한 직후 아프가니스탄 정세와 주둔환경, 임무와 파견 규모 등을 서둘러 판단하고 결정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같은 졸속적인 정책판단을 바탕으로 국회의 동의를 요구하는 것은 국회에 대한 무시이자 국민안전에 대한 무책임한 방기이다.



6. 기대할 수 있는 국제기여의 수준은 낮은 반면, 감수해야 할 위험은 매우 크다.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은 기대할 수 있는 기여 효과에 비해 아랍 혹은 이슬람 국가 공동체들 내에서 나라와 교민의 평판을 악화시킬 위험이 더욱 크다.


다국적군의 아프가니스탄 점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확산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국군부대를 재파견할 경우 아프가니스탄 안정화나 재건지원을 향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기여하는 바는 많지 않은 반면, 아랍 혹은 이슬람 국가 공동체들 내에서 나라와 교민의 평판을 악화시킬 위험은 매우 크다.


이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인해 확산된 국제테러리즘에 범 이슬람 지역의 우리 교민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이 점에서 정부는 ‘글로벌 코리아’ 혹은 ‘국제사회 기여’라는 추상적인 명분과 아프간 재파병을 연결시키는데 보다 신중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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