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8-03-18   1871

이라크의 봄을 기다리며 철군을 노래한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5년, 평화단체들 “총대신 꽃을” 평화행진 개최


이라크 민간인 사망자 100만명 시대


2006년 10월 영국에서 발표한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의 이라크 민간인 사망자 수가 약 65만명(654, 965명)이라는 충격적인 보고서가 발표되고 난 후 1년이 지난 2007년 9월, 또 하나의 놀라운 통계가 발표되었다. 영국의 한 여론조사기관인 ‘Opinion Research Business’ 가 2003년 3월부터 2007년 9월까지 사망한 이라크 민간인수가 100만명에 이른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를 토대로 본다면, 2003년 3월부터 2006년 10월까지의 민간인 사망자수 절반에 해당하는 약 35만 명의 사람들이 불과 이듬 한 해 동안에 모두 사망했다는 추산이 나온다.


그렇다면 이렇게 등골이 오싹한 ‘전쟁 수치’가 나오는 동안 세계는 과연 무엇을 했을까? 조금 더 친근한 표현으로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 심지어 우리는 이라크 전쟁 그 자체가 얼마나 거짓말들로 얼룩져 왔는지도 잘 알고 있는데 말이다. 사실 이라크 전쟁에 대한 거짓말은 이미 2003년 미국의 침공이 벌어지기 전인 2002년 7월에 드러났었다. 당시 중앙정보국(CIA)의 조지 테닛 국장은 이라크 정부와 알 카에다가 직접적인 협력이 있었다는 그 어떤 증거도 전혀  보유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렸었다. 그럼에도 이라크 미 부시 대통령은 알 카에다와 이라크 후세인 정부와의 연계설, 대량살상무기 보유설 등을 가지고 꾸준히 거짓말을 해 온 셈인데, 무려 이러한 거짓 연설이 260번은 될 것이라는 보고서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부시 대통령이 얼마나 거짓말을 많이 해 왔나가 아니라 소위 미 워싱턴가의 ‘거짓말 정치놀음’ 속에 이라크인 10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는 그 믿기지 않는 전쟁 대가에 관한 진실이다. 


2003년3월29일 이라크 남부 바스라 지역에서 이라크 한 소녀가 어린 동생를 안고서 어머니가 배급식량을 가져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대한민국의 ‘파병 만능주의’ 우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러한 전쟁에 대해 대한민국이 했던 일은 주지하다시피 파병이다. 대통령이든 국방부 장관이든 매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이라크 자이툰 부대 주둔의 필요성 호도에 대해 이제 국민들은 반대의견을 넘어서서 권태로움을 가지고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이제는 그러한 국민들마저 이라크 전쟁 그 자체의 부당함을 망각하고 ‘국익이데올로기’ 속으로 자연스레 편입되고 있다. 현재 이명박 대통령이 주장하는 이라크와의 ‘자원외교’가 실제로는 이라크인들의 고통을 수반한 점령의 수혜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국익이라는 족쇄에 단단히 채워져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려 한다. 


뿐만 아니라 날이 갈수록  ‘파병 만능주의’ 병폐는 우리 사회 깊숙이 자리 잡아가고 있다. 국제평화도 국익증진도 군대 파견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논리들이 기승을 부리게 된 것이다. 최근 정부가 국회동의절차를 간소화하고 상설적으로 해외파병이 가능한 군부대를 갖추는 것을 법제화하려고까지 하는 움직임과 해외 테러집단이 자국민을 납치했을 때 군사작전으로 피랍자들을 구출하기 위한 군부대 창설 주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지난 아프간․이라크에서의 평화와 재건임무를 목표로 한 파병이 결국엔 우리사회에 해외파병을 남발하게 될 결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평화운동의 가능성을 기대하며


그러나 이라크 전쟁 5년이 진행되면서 대한민국은 이렇게 전쟁을 원조하는 한쪽 방향으로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전쟁과 점령이 지속될수록 평화를 기원하는 이들의 마음도 더욱 간절해지는 법이기 때문이다. 이번 미국의 바그다드 침공개시 5년에 즈음한 3월 22일에는 이러한 사람들이 인사동에 모여 “총대신 꽃을”이라는 기치로 평화행사를 개최한다. 무력으로 세계를 지배하고자 하는 전쟁과 군사주의를 비판하고 다시 우리가 원하는 평화를 만들어 가기 위한 노력을 모으기 위한 것이다. 이 날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전쟁에 대한 ‘식물성(비폭력)의 저항’을 상징하는 꽃과 화분을 들고 인사동에서 미 대사관까지 행진하며 철군을 노래하고 평화를 노래할 것이다.
 
아울러 이제 우리들의 평화운동은 이라크인들이 겪는 그 일상의 파괴에 주목하며 평화운동의 날갯짓을 계속 해 나갈 것이다. 알 카에다 조직원이라는 누명을 쓰고 갑자기 아부 그라이브 감옥으로 끌려가 고문을 당한 어느 무고한 아버지와 그 앞에서 면회를 기다리는 어머니, 미 대사관 건물 근처에서 살다가 저항군의 폭탄공격에 부모를 잃은 소년 소녀들, 폭발과 납치 등으로 심각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노인과 어린이들, 그리고 레바논으로 시리아로 피난을 다니며 겨우 생계를 이어가는 가족들… 이렇게 평범한 이라크인들의 고통과 아픔이 우리 안에서 쉽게 잊혀져 가선 안 될 것이다.


그럼으로 다시 이라크에 평화의 꽃이 만개한 봄이 어서 오기를 기대하며, 이번 주 토요일인 3월 22일, 오후 2시부터 인사동 북인사마당에서 펼쳐지게 될 “총대신 꽃을” 평화행진에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기다린다. 


작성자 지은(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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