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김황식 국무총리께 드리는 강정마을회의 입장

오늘 (2월 29일)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는 오후 1시 30분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강정주민들과 종교계, 평화, 인권활동가들이 참여하는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기자회견 직후에 국무총리 면담을 요청했으나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고 항의서한만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아래 전달한 항의서한 전문을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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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의서한>

 

김황식 국무총리께 드리는 강정마을회의 입장

 

2007년 4월부터 시작된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문제가 2012년 2월말일인 오늘까지 문제가 전혀 해결 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갈등이 깊어지기만 하고 있습니다. 그간 강정마을은 400건에 가까운 연행과 200여건의 사법처리를 통해 삶은 붕괴되고 불신과 반목으로 점철되어진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당장 지난 2월 27일에는 경찰의 불필요한 과잉대응으로 4명의 강정마을 원주민들이 손이 찢겨지거나 골절, 온 몸에 심한 찰과상과 타박상 등을 입었음에도 오히려 경관폭행이라는 죄명으로 연행되었고 또다시 불구속기소를 당할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그 현장에서 다친 사람은 이들 말고도 손자를 업고 있던 할머니를 포함해 10여명이 넘습니다. 이러한 국가권력의 폭력은 제주도를 고향으로 둔 사람에게는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4·3의 악몽을 되살려 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처럼 일방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는 국가안보사업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제주도민 중에서도 2.5%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또다시 밀어붙이기로 일관한다면 제주도 전도민적인 저항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현정부가 들어서며 제주해군기지를 민군복합형관광미항으로 추진한다고 하여 제주의 경제에 보탬이 된다는 생각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사람들조차 총리께서 15만톤 크루즈 여객선 사업의 불투명성을 선언하자 마음을 고쳐먹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크루즈여객선 입출항 시뮬레이션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제주도의회에서 제기되었고 제주도정이 검증T/F팀을 구성하여 용역조사를 한 결과 크루즈 여객선 수용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입증되었고 국회에서 검증하였을 때에는 군항으로서의 기능조차 의심 받았습니다. 국회 예결산 심의에서 ‘2008 국회 부대의견’ 미준수의 사유로 2012년 해군기지 예산의 96%가 삭감된 것도 이러한 설계오류가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강정마을회는 아예 제주해군기지 기본계획이 설계오류 정도가 아닌 군항으로서의 결격사유가 분명한 기준미달설계라고 주장합니다. 그 근거는 해군본부가 발간한 2009. 1 기본계획보고서와 2010. 1 조사 및 실험보고서 때문입니다. 두 보고서의 내용은 설계상에 문제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첫째, 설계풍속값 문제에서는 애초 입찰시 해군이 요구한 설계풍속값인 26.2m/sec보다 함정 등급에 따라서 5.4~10.8m/sec 감소하여 적용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조차 입출항 시뮬레이션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둘째, 풍향과 조류의 관계, 풍향별 출현률, 남서풍계열 출현 시 파도가 발생하는 지리적 특성을 고려했을 때 북동풍보다 남서풍계열이 더욱 입출항 제약요소에 해당함에도 해군의 입출항 시뮬레이션에 파고의 영향을 누락했습니다.

 

셋째, 횡풍압면적은 시뮬레이션 과정상 가장 중요한 변수값중 하나인데 대형함 모델링 시 8000톤급 KDX-III를 적용하지 않고 4000톤급 KDX-II를 모델링함으로서 입출항 난이도 신뢰성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넷째, 항로법선설계는 항만 설계기준을 완전히 무시한 교각 설정(국토해양부의 허용변침각은 30도, 자체적으로 설정한 기준은 40도, 입출항 시뮬레이션결과 변침각은 77도)에 최소곡률반경무시(대형함정중 최소크기인 KDX-II의 최소곡률반경인 560m보다도 한참 모자란 375m)로 인해 함정운행시 안전도가 크게 하락하고 해군이 요구한 왕복교행가능 능력도 입출항 시뮬레이션 결과 불가능 판정을 받았습니다.

 

다섯째, 선회장 기준은 대응가능수역이 없는 환경에서 선회장이 너무 협소하여 문제가 발생 할 수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가장 작은 대형함정인 KDX-II조차 기상악화시에 일정정도의 전진속도를 유지해야 하고 기본 2척의 예인선이 필요하며 예비로 1척 더 대기해야하는 악조건임이 드러났습니다. 통상적인 입항절차를 무시한 운행이 반복되면 안전에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지적 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섯째, 계류안전성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음을 지적했고, 태풍 내습시에는 아예 항만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며, 계절풍과 국지적해양성저기압이 자주 발생하고 그에 따른 파랑이 심한 지역적 환경에서 평상파 기준이 너무 작게 설정되어 해군이 주장하는 항만가동률 97.5%는 터무니없는 수치임을 지적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해군이 발간한 보고서는 한 마디로 항만으로서의 기능이 의심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해군은 자신의 요구능력을 처음부터 반영 못하는 설계임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드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설계기준을 완화했으며 그 완화된 기준조차 만족시키지 못하자 각종 변수값을 여러 가지 이유를 들며 낮추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모든 결함을 한 군데 모으면 설계의 신뢰성에 심각한 의문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대로 된 설계에 제대로 된 시공을 해도 예상치 못한 자연의 변수에 인간은 무기력 할 수밖에 없는데 설계부터 잘못된 점이 너무나 많다는 것은 그 결과가 불을 보듯 명징해집니다.

 

국가안보사업일 수록 국민의 신뢰를 얻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주해군기지 건설 사업은 입지조건이 맞지도 않는 곳에 건설을 하려다보니 무리수가 따르는 설계를 할 수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군항으로서의 기능도 담보되지 않는 사업이 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문제를 감추며 오로지 해군기지건설사업을 추진하려만 한다면 정부의 공신력에 심각한 의문이 발생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와 해군은 애초에 절차적으로도 민주주의 원칙을 무시하며 진행하여 왔고 인권탄압에 가까운 공권력 투입으로 갈등을 증폭시켜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정부와 해군은 지금이라도 공사를 일단 멈추고 공정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는 일부터 하여야 할 것입니다.

 

2012. 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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