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군비축소 2019-10-17   3382

[stopADEX][연속기고 ③] 전쟁 준비하는 행사에 ‘학생의 날’이 왜 필요한가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19 (Seoul ADEX 2019 : Aerospace&Defense Exhibition 2019, 이하 아덱스)는 2년마다 열리는 국내 최대 규모의 방위산업 전시회입니다. 각국의 유수한 군수업체와 각국 정부의 방위산업 담당자가 참여하며, 실제 수많은 무기거래가 이뤄집니다. 전시회에 참가하는 군수업체들은 자사의 무기가 얼마나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목표물을 제거할 수 있는지 홍보하며, 전시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될수록 더 많은 무기가 거래됩니다.

 

이에 아덱스 저항행동은 전 세계 무기 산업이 초래하는 비윤리성과 인명 살상, 군비경쟁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정부의 방위 산업 육성 정책을 비판하는 칼럼 시리즈를 기획했습니다. 아덱스가 진행되는 10월 14일부터 20일까지 무기 박람회와 무기 거래의 본질을 폭로하는 글을 연재할 계획입니다. 아덱스 저항행동은 무기 박람회를 반대하는 활동을 하기 위해 모인 평화활동가들, 평화운동단체들의 네트워크입니다. 

 

오마이뉴스에서 보기 >> http://omn.kr/1lbhs

 

① 터키 시리아에서 벌어지는 참극, 한국에서 시작된다?

② 두 사진 통해 본 ‘아직 사용되지 않은 무기’들이 초래할 비극

③ 전쟁 준비하는 행사에 ‘학생의 날’이 왜 필요한가요?

④ “전쟁나면 여자부터 당한다”는 말, 전부 사실입니다. 

 

전쟁 준비하는 행사에 ‘학생의 날’이 왜 필요한가요?

[전쟁없는 세상을 위하여 ③] 무기박람회에서 청소년의 꿈과 희망을 찾을 이유는 없다

 

하늬 피스모모 활동가

 

 

▲  서울 ADEX에서 한 학생이 F-35 비행 체험을 하는 모습 ⓒ Seoul ADEX 2019 홈페이지

 

“방법은 간단합니다. 항공정비 VR체험의 경우 바이브 고글을 착용하고, 가상현실에서 손 역할을 하는 도구를 챙기면 됩니다. 그 다음 전투기 본체·날개·꼬리 날개·엔진을 손으로 직접 찾아와 한 곳에 모으면 되죠. 부품이 다 모인 전투기는 하나씩 손으로 집어 눈앞에 보이는 붉은 과녁을 향해 날립니다. 3개의 과녁을 전투기로 명중시키면 체험은 끝이 납니다. “

 

– 2017년 10월 30일, 중앙일보<학생기자가 직접 본 ADEX 2017> 기사 발췌 

   

마치 게임설명서와 같은 이 글은 2년 전 서울공항에서 열린 2017 아덱스에 참여했던 초등학생 기자 2명이 자신들의 체험을 기사 형태로 풀어낸 것의 한 부분이다. 발췌한 부분은 청소년 기자 2명이 록히드마틴사(미국의 방위산업체)의 체험 부스에서 F-35(전투기)를 블록 장난감으로 만들거나 VR(가상현실)로 체험하는 것을 설명해 놓은 것인데, 전투기 VR 체험을 놀이와 같이 무척 간단히 설명했다.

   

하지만 록히드마틴의 전투기 F-35는 가상현실에 갇혀 있지 않으며 단순히 과녁을 명중시키는 것으로 임무를 다하지 않는다. 최근 터키군이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서 쿠르드족을 향한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는 것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 정부에 쿠르드족을 공격하지 않는 대가로 F-35 판매 재개를 제안했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이처럼 무기가 생산되고 사고파는 행위 이면에는 국가들의 정치적 거래가 이루어지며, 이 군사적 거래는 심각한 전투와 전쟁으로 연결되고 무고한 민간인들의 삶과 그들의 터전을 빼앗는 것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처한 현실에는 무기에 대한 친절한 안내서가 존재하지 않으며, 가상현실 체험처럼 무기 사용의 시작과 끝이 정해져 있는 것도, 개인에게 선택권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아덱스 ‘학생의 날’에 성능 좋은 무기를 게임처럼 체험할 수 있는 장은 아덱스의 엄청난 규모와 같이 다양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이 무기들이 실제로 어떻게 사용되어 어떤 처참한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지에 대한 현실은 찾아볼 수 없다.

 

 

아덱스에서 ‘학생의 날’은 왜 열릴까

 

2년마다 열리는 아덱스는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육·공군본부, 해병대, 방위사업청 그리고 유일한 지자체인 성남시의 후원을 받아 개최되며 2017년 처음으로 ‘학생의 날(student day)’을 지정했다. 학생의 날에는 청소년들이 일반 관람객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방문할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학교 제출용 체험학습 참가확인서도 발급받을 수 있다.

 

지난 9월 17일 참여연대가 서울시 및 경기도 교육청을 대상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이 서울특별시 강남서초교육지원청 교육장, 서울특별시 강동송파교육지원청 교육장, 경기도교육감, 경기도 성남교육지원청 교육장, 경기도 광주하남교육지원청 교육장, 서울특별시 교육감에게 학생의 날 초청 공문을 보내 인근 지역 학교에 홍보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함께 공개된 ‘부대 인근 학교 참석 여부 현황’을 통해 이미 서울시와 성남시 42개 학교를 선정해 참석 여부를 확인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서울시 및 경기도교육청은 이 공문을 받았으나 지역 개별 학교에 따로 공문을 발송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성남시에 위치한 초등학교 및 고등학교 3개교 아덱스에 참여할 예정이다.  

 

▲  공군제15특수임무비행단이 학생의 날 초청을 위해 서울시와 성남시 42개 학교에 발송한 공문 ⓒ 공군제15특수임무비행단

 

 

아덱스 개최를 후원하는 8곳 중 5곳이 국방 및 방위사업과 관련된 정부 부처와 군대이고 세계 여러 분쟁지역에서 사용하고 앞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거래하는 전시회라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한다면, 아덱스 학생의 날은 ‘항공우주산업 특강과 체험교육을 통해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되었다고 주장할 수 없다. 무기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빠진 학생의 날은 ‘꿈과 희망’이라는 허울로 집단살해의 끔찍한 현실을 기만하는 일이다.

 

“전투기에서 비상 탈출한 아군 파일럿”이라 소개했지. (중략) 큰일이야! 총을 든 가상 적군이 파일럿을 생포하러 이동해오고 있어. 이를 놓치지 않은 A-10은 포탄으로 적군을 공격했고, 공군항공구조대 헬기인 HH-60에선 구출 작전에 나선 대원들이 레펠을 타고 내려와 지상에 뛰어들었지. 다행히 아군 파일럿은 대원들에 의해 무사히 구출됐고, 대원들과 HH-60을 타고 현장을 떠났어. 시범 비행이지만 실제처럼 긴박감이 넘치지 않니?”

 

2017년 10월 30일, 중앙일보<학생기자가 직접 본 ADEX 2017> 기사 발췌 

 

아덱스에서 말하는 ‘체험교육’이라는 것이 가상현실과 다양한 놀이를 통해 최첨단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무기의 성능만을 앞세우고, 적군의 죽음과 실패에 대한 죄책감을 무감각하게 만드는 직간접적 전투 체험이라면 이는 전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를 형성하는 준군사교육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아동에게 군사교육을 금지하고 있는 아동권리협약을 위반하는 행위이다.

 

<전쟁과 학교>의 저자 이치석은 한국전쟁은 1953년에 끝났으나, 학교 교육이 그것을 부활시켰다고 말하며 이분법의 기술은 어른들의 반인간적 정서를 합리화하고 한국전쟁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밝힌다. 적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적대감이 합리적인 사고가 되고, 강한 군사적 힘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는 정당성을 갖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반대편의 피해는 불가피한 것이며 그들의 고통을 알아차리는 감수성은 삭제되어 버린다. 정치적 사건이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적 문화적 현상으로 전이된다면 교육은 이 현상을 견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냉전시대의 반공교육을 거쳐 안보 교육, 치우친 통일 교육을 받으며 분단이 일상이 되어버린 한국 사회에서 교육은 편 가르기와 같은 이분법, 적대와 혐오, 배제와 같은 분단의 요소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왔다. 대형 군사 교육장이 될 수 있는 위험요소가 다분한 무기 박람회에 청소년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학생의 날을 시행하는데 사회적 비판이 존재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끝났다고 생각했던 한국전쟁의 공포가 여전히 일상 곳곳에 공기처럼 스며들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기에 공포를 조장하며 성장하는 무기 박람회의 존재가 불편하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닐까.

 

 

무기박람회에서 청소년의 꿈과 희망을 찾을 이유는 없다

 

이 글은 아덱스 학생의 날에 참여해 기사를 쓴 청소년 기자를 비판하거나, 그날 참석한 교사와 학생, 청소년들에게 뾰족한 말을 내뱉겠다는 것이 아니다. 글을 쓰기 전 조사를 하면서 민간 항공기 조종사나 정비사를 장래희망으로 삼고 있는 청소년들이 시간과 마음을 내어 학생의 날에 참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부에서 초대하고 학교에서 추천하는 무기 박람회에 가지 않을 이유를 찾기란 어렵지 않았을까.

 

다만 수많은 사람의 생명과 삶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는 분쟁과 전쟁의 도구인 무기를 사고팔기 위한 거래의 장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유치해 무기 산업의 긍정성을 포장하고 있는 아덱스에 대한 시민들의 재평가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더욱이 청소년에게 무기사용의 정당성만을 부각하고 전쟁을 합리화하는 문화를 형성하는 ‘학생의 날’은 즉각 폐지되어야 한다.

 

다른 이의 아픔과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고 무감각하게 만드는 구조 안에서 상상하는 꿈과 희망은 또 다른 잘못된 구조를 형성하는데 기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기에 미래의 전쟁을 준비하는 무기 박람회에서 청소년의 꿈과 희망을 찾을 이유는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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