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03-25   802

국회 파병동의안 본회의 표결 연기

[1신] 국회 덮친 거대한 파병반대 물결이 표결 연기 이끌어

▲25일 오전 11시 국회 국민은행 앞에서 500여 시민단체 활동가와 시민들이 모여 파병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사진 장흥배

25일 오후 2시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던 ‘이라크 국군파병 동의안’ 처리가 국내외 반전 여론을 의식한 여야의 결정에 의해 연기됐다. 민주당 정균환 총무와 한나라당 이규택 총무는 오늘 오후에 만나 이라크전 파병 동의안 처리문제를 논의한 끝에 오늘 오후 2시 표결을 진행키로 했던 본회의를 연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국회, 오랜만에 여론 의식한 결정

여야의 이번 본회의 연기 결정은 압도적인 국민의 파병반대 여론과 시민사회의 강력한 저항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어제(24일)까지만 해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오늘(25일) 오후 1시30분에 의원총회를 개최해 당론을 결정한 방침이었다. 파병반대를 주장하는 의원들이 증가하는 추세였지만 동의안 부결을 이끌기엔 역부족인 상황.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국회의 파병 동의안 연기는 파병 찬성 의원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한나라당의 요구에서 비롯했다. 한나라당은 파병 동의안에 대한 당론 결정 대신 자유투표를 제시하며 여론을 의식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급기야 일부 중진의원들이 “야당이 반전여론의 표적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이 제시되면서 동의안 처리 연기까지 이르게 됐다. 한나라당보다 훨씬 많은 수의 의원들이 파병 반대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민주당 지도부 역시 한나라당의 동의안 처리 연기 주장을 부담없이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오늘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반전 및 파병반대 분위기가 이렇게 높은데 대통령이 담화문 발표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하는 의견이 나와 향후 청와대의 대응이 주목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 동의안 처리 연기는 청와대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론의 강력한 반대와 이로 인한 국회 동의안 처리 연기라는 ‘악재’를 만난 청와대가 어떤 식으로든 파병반대 여론에 대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차량 넘어선 파병반대 물결

국회의 이번 동의안 처리 연기 결정은 국내외적인 반전여론과 함께 오늘 있었던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파병 반대 집회도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집회참가자들은 국회의원들이 볼 수 있도록 경찰 차량에 올라 “파병반대”를 외쳤다. 사진 장흥배

민노총 등 노동관련 단체와 한총련 등 학생단체 그리고 제 시민단체는 파병 동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25일 오전 11시부터 국회 앞에 모여 파병반대 집회를 전개했다. 500여 단체활동가와 시민들이 참가한 이 집회는 국회 정문 앞을 가로막은 경찰들과 시위대의 격렬한 몸싸움과 공방이 전개되며 오후 4시 30분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다.

“전쟁 반대, 파병 반대”

오전 11시 국민은행 앞에서 시작된 집회는 11시 35분 국회 앞마당 분수대에서 “파병계획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치던 대학생 3명이 경찰에 의해 밖으로 밀려나며 정문 앞 연좌농성의 형태로 전개됐다.

연좌 중에 계속 “전쟁반대”를 외치는 한사람 한 사람을 밀쳐내기 위해 경찰들은 참가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했고, 격분한 시위대 역시 경찰에게 강력하게 맞서며 국회 정문앞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경찰 무전기에서는 끊임없이 경찰의 자리이동과 대응방침을 전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시위대를 끌어내는 과정에서 경찰들은 문정현 신부를 강제로 들고 가다 주변 집회 참가자들의 강력한 항의를 받고 내려놓았다. 격렬한 시위의 와중에 이미 국회에서 파병반대 농성을 펼치고 있던 김원웅 개혁국민정당 대표가 나타나 경찰의 자제를 요청하고, 집회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가수 윤도현 씨가 오후 12시 30분 국회 앞에 나타나 ‘전쟁반대와 파병반대’를 주장하는 1인시위를 펼쳤다. 사진 김선중

정문 앞에서 밀려난 시위대는 건너편 신호등 앞에서 계속 경찰과 대치하면서 몸싸움을 펼쳤다. 12시 30분에는 가수 윤도현 씨가 나타나 정문 앞 도로에서 1인시위에 나섰다. 윤 씨는 “오늘이 국회에서 파병 결정하는 날이라서, 파병을 반대하는 분들과 연대하기 위해 1인시위에 나섰다”면서 “진심으로 평화를 원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높이고 싶다”고 시위 참가 이유를 설명했다.

오후 1시 30분 시위대 일부는 정문 앞을 둘러싼 경찰차 위에 올라가 파병반대 요구를 담은 프랭카드를 들고 국회를 향해 “파병안에 찬성하는 국회의원은 준엄한 국민을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오늘 집회에서는 최열 환경연합 사무총장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대표자 30여 명이 국회의 본회의 방청불허 방침에 항의하다가 영등포경찰서로 연행되기도 했다. 일부 집회 참가자는 탈진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가기도 하고, 또 한 명의 참가자는 탈골 부상을 입기도 했다.

장흥배<매체사업국>

반전여론의 벽에 부딪친 정부 파병안

[2신]국회 본회의 파병동의안 표결 연기 여야 합의

정부의 국군 공병부대와 의료지원단의 이라크 파병동의안에 대한 국회의 찬반 표결이 연기되었다. 25일 예정되었던 표결은 2시 본회의에 앞서 여야가 각각 세시간 여에 걸친 의원총회 끝에 한나라당 측이 표결연기를 요청, 민주당 측이 받아들임으로써 4월 2일께로 잠정 연기됐다.

표결연기를 제안한 한나라당의 방침은 오늘까지 국회 안팎으로 이어진 대대적인 반전여론과 민주당의 입장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파병찬성을 ‘권고’하되 반대의사 표명의 여지를 열어두기로 했다. 반면에 한나라당은 파병찬성을 당론으로 하되 자유투표를 하기로 정했다. 하지만 각당의 입장이 양당에 알려지면서 이규택 한나라당 원내총무가 표결연기를 요청해 온 것이다.

이와 관련, 그간 파병반대 입장을 보여온 이부영 한나라당 의원은 “여당이 책임을 회피하며 반대하고 있는데 야당이 나설 이유 없다. 여당은 평화세력, 야당은 호전세력이라는 분위기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해 표결이 강행될 경우 과반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당론에 따라 파병안이 통과됐을 때 입게될 비난여론에 대한 부담을 드러냈다. 참여연대 24일 조사당시 파병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밝힌 한나라당 의원수는 15명이었다.

서상섭 한나라당 의원 역시 “많은 시민단체들을 비롯해 대통령을 지지해온 노사모조차 파병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이 제대로 당론을 모으지 않은 채 표결을 하려한다면 결국 (당론이 파병찬성인) 한나라당 때문에 통과되었다는 말이 나오지 않겠는가. 우리만이 국민여론에 반한다는 말을 들을 수는 없다”며 “대통령이 검사들과 대화했듯이 국민들을 설득하고 다시 여당과 논의해서 하나로 모아진 결과를 국회에서 보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근태 민주당 의원은 “행정부 수반의 결정과는 별도로 입법부의 뜻을 결정하는 것이 맞다”며 “(파병찬성을 당론으로 정한) 한나라당이 직접 시민단체들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대응했다.

▲ 의원총회가 시작한 지 30분이 채 지나지 않은 시각, 셔터가 내려진 국회안내실 밖으로 기습시위를 벌인 학생들이 연행되어 가고 있는 모습.

이날 2시 본회의를 앞두고 1시 45분께 각각 시작한 여야 의원총회 주변은 내내 긴장된 분위기였다. 부분공개로 진행한 한나라당 의원총회와 달리 비공개로 진행한 민주당의 경우 간간이 이뤄진 문석호 대변인의 브리핑으로 “(파병)반대의견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총회의 분위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문 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두 가지의 수정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하나는 민주당 김경재 의원이 제안하고 여야 의원 30여명이 찬성한 ‘의료지원단만으로 구성된 파병안’으로써 이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붙이는 방안이 검토되었다. 이에 찬성한 의원 중에는 이미 파병반대 뜻을 밝혔던 의원들도 몇몇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안은 박상천 의원이 제안한 것으로 공병부대를 세분화, 전투공병이 아닌 건설공병 파견을 담은 수정안이었지만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는 않은 상태다.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는 마지막 발언자였던 박승국 의원이 “지뢰제거하고 탱크길을 닦는 공병을 비전투병이라고 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 (파병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론으로 정하자”고 말하자 의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어 이규택 총무가 “찬반의견을 내는 사람들 모두가 국익을 얘기하고 있다. 국정운영의 한 축을 가진 당으로써 괴로운 순간이다”라며 “원내총무입장으로서 얘기한다. 파병을 당론으로 정하되 구속력은 없기 때문에 크로스보팅(자유투표)를 해달라”고 마무리짓자 “안돼! 당론으로 정해!”라는 고성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날 본회의장에 접근조차 하지 못한 채 의원총회에서 토론을 벌이고 나온 의원들은 굳은 표정이었다. 이들의 발목을 붙잡은 국회너머 시민들의 파병반대 목소리는 하루종일 국회안을 울렸다.

김선중<매체사업국>

장흥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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