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병역거부자 석방하고 대체복무제 도입하라

20161103_병역거부자석방 기자회견

2016. 11. 3. 병역거부자 석방·대체복무제 도입 기자회견 ⓒ전쟁없는세상

UN 자유권위원회 권고 1주년에 즈음한 기자회견

한국 정부는 자유권위원회 권고에 따라
병역거부자 석방하고 대체복무제도 도입하라

일시 및 장소 : 2016년 11월 3일(목) 오전 11시,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

2015년 11월 5일(제네바 현지 기준) 유엔 시민적 정치적 권리규약 위원회(UN Human Rights Committee, 이하 자유권 위원회)가 대한민국의 시민적 정치적 권리 전반을 심의한 후 내리는 최종 권고문(concluding observation)을 발표했습니다. 최종 권고문에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 철폐, 평화로운 집회결사의 자유 보장과 더불어 양심적 병역거부자 전원 석방과 대체복무제도 도입이 주요 권고 사항으로 명시되었습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자유권 위원회의 권고 이후에도 권고 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병역거부자들은 여전히 예외 없이 감옥에 수감되고 있습니다. 2016년 10월 기준으로 최소 399명의 병역거부자가 감옥에 갇혀있으며, 이는 전 세계 병역거부 수감자의 대부분에 해당하는 숫자입니다.

한편 법원에서는 무죄 판결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2015년 이후로 4곳의 1심 재판부에서 9명의 병역거부자가 무죄판결을 선고받았고, 2016년 10월 18일에는 항소심 재판부에서 3명의 병역거부자가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한국 정부와 국방부는 여전히 남북대치 상황과 국민 여론 때문에 대체복무 도입이 어렵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유권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대체복무를 도입할 경우 국가안보에 어떤 특별한 불이익이 있을 것인지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해왔습니다. 또한, 최근 잇따른 사법부의 무죄판결 판결문에서도 국가안보와 양심의 자유가 충돌하지 않도록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의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론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의견도 핑계에 불과합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5월 15일 세계병역거부자의 날을 앞두고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도입에 관한 여론조사에서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찬성(70%) 의견이 반대(22%)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오는 11월 3일은 한국 정부가 자유권위원회의 권고 사항에 대한 이행에 대한 이행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시한입니다. 한국 정부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의장국으로 인권을 보호, 존중, 실현하는 데 있어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우리는 한국 정부가 자유권위원회가 권고한 사항들을 조속히 성실하게 이행할 것을 촉구합니다.

<기자회견문>

한국 정부는 자유권위원회 권고에 따라
병역거부자 석방하고 대체복무제도 도입하라

1년 전 11월 5일 유엔 자유권위원회(UN Human Rights Committee)가 대한민국의 시민적 정치적 권리 전반을 심의한 후 최종 권고문을 발표했습니다. 자유권 위원회는 여러 권고 내용 중에서도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 철폐, 평화로운 집회결사의 자유 보장, 양심적 병역거부자 전원 즉각 석방과 대체복무제도 도입 등 세가지 권고에 대해 한국 정부가 1년 이내로 그 이행 여부를 보고할 것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당시 자유권위원회는 구체적으로 병역거부자의 전과기록 말소 및 배상 제공, 신상공개 자제, 대체복무제 도입, 수감 중인 병역거부자 전부를 즉시 석방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특히 이 가운데 병역거부자들을 즉각 석방할 것을 유엔이 촉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굉장히 이례적이고 강력한 권고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오늘 11월 3일은 한국 정부가 자유권위원회의 이 같은 권고에 대한 이행보고서를 제출해야하는 날입니다.

올해에 들어서만 벌써 1심 재판부에서 두 번, 그리고 항소심 재판부에서 최초로 병역거부자에 무죄를 선고한 판결이 나왔습니다.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판결은 예전에도 드문드문 있었지만, 작년부터 무죄판결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과 항소심 합의부에서 무죄판결이 나왔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병역거부자들을 감옥으로 보내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사법부 내 큰 공감을 얻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체복무제도 도입에 80.5%가 찬성한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병역거부권 인정과 대체복무제도 도입이 법조계에서 상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의 무죄 판결문들을 보면 병역거부권 인정이 더더욱 시대의 상식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올해 6월 14일 무죄 선고를 내린 류준구 판사는 “군인들이 복무 기간 매우 적극적인 방법으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성, 장애인, 노인, 청소년, 군 면제자, 군 전역자 등 모든 국민이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체복무제도가 헌법상의 국방의 의무와 충돌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최근 무죄 선고를 내린 광주지법 항소부는 판결문을 통해서 “대체복무제의 도입은 다소 이견이 있다 하더라도 소수자의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를 실현함으로써 사회통합을 공고히 하는 효과가 있고, 이러한 성숙한 민주주의 역량을 토대로 도덕적, 정치적 우위를 점함으로써 국가안보를 튼튼히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방의 의무와 양심의 자유가 충돌하지 않는다는 의견에서 더 나아가, 대체복무제가 사회통합에 기여하고 민주주의의 실현을 통해 국가안보에 오히려 기여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국제사회의 권고는 거듭 강해지고, 한국 사회도 병역거부 이슈가 처음 제기된 2000년대 초반에 비해 참 많이 변했지만 한국 정부는 고장 난 녹음기처럼 똑같은 말만 계속 늘어놓고 있습니다.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안보 불안 상황 때문에 병역거부를 인정할 수 없으며 대체복무에 대한 국민여론이 좋지 않고 악용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도입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 정부가 2007년 대체복무제를 골자로 한 사회복무제도 도입을 추진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이는 자기 기만적인 변명이며, 하나하나 따져보면 사실관계도 맞지 않습니다.

자유권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대체복무를 도입할 경우 국가안보에 어떤 특별한 불이익이 있을 것인지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해왔지만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국제사회를 납득시킬 만한 적절한 대답을 내놓은 적이 없습니다. 또한 위에서 소개한 무죄판결문에서도 지적했듯이 대체복무제도가 오히려 국가안보에 기여한다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국민여론이 대체복무제도에 부정적이라는 말도 사실과 다릅니다. 일례로 올해, 5월 국제앰네스티의 의뢰로 수행된 여론조사에서는 70%가 대체복무제도 도입에 찬성했습니다.

물론 병역거부권의 인정은 여론에 따라 정할 수 없는 인권의 문제입니다. 혹 여론을 고려하더라도 일방적으로 반대가 많이 나오지는 않고 있으며 조사에 따라서는 찬성 의견이 더 높은 여론조사도 많이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국민 여론 때문에 도입을 못하는 게 아니라, 정부의 의지가 없어서 도입을 하지 않는 것이며 국민 여론은 정부가 자기 입맛에 맞는 것만 뽑아서 핑계로 삼고 있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유엔 인권이사회의 의장국입니다. 인권을 보호, 존중, 실현하는 데 있어 모범을 보여야 하는 인권이사회의 의장국이 유엔 인권이사회, 유엔 자유권위원회 등 다수 유엔 인권기구에서 반복적으로 권고했고 세계적으로는 이미 상식으로 여겨지는 권리와 제도에 대해 변명으로만 일관해서는 안 됩니다. 한국 정부는 최근 이어지는 무죄 판결의 의미를 되새기고, 병역거부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우리는 한국 정부가 자유권위원회의 권고를 즉각 이행할 것을 촉구합니다.

2016년 11월 3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20161103_병역거부자석방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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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많은 사진 보기 >> https://flic.kr/s/aHskMYm9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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