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핵없는 세상 2002-12-27   1015

[성명] 북한의 핵동결해제 조치 관련 성명 발표

북한은 핵동결해제 조치를 즉각 철회하고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라

정부당국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에너지 지원 등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라

1. 북미간의 대결적인 강경책이 끝내 한반도 전체를 위기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지난 12일 핵동결 해제를 선언한 북한은 21일 영변의 5MWe 원자로 봉인제거를 시작으로 핵연료봉 저장시설과 핵재처리 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 봉인제거에 착수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급기야 24일에는 핵연료봉 제조공장에 대한 봉인을 제거하고 실질적인 재가동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 우리는 이번 북한의 핵동결 해제 조치가 협상의 여지조차 주지 않은 채 북한을 일방적으로 몰아가고 있는 미국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에 대한 반발조치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대한 위협을 외교적 수단으로 삼고 있으며 그것이 한반도의 전쟁위기라고 하는 원치 않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핵동결 해제조치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북한의 이번 핵동결 해제조치는 북한 핵개발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외에 어떠한 북미간에 유효한 합의틀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제네바 합의의 존립근거 자체를 허물어뜨린 것이다.

이로써 이 합의에 기초하여 사태의 평화적인 해결을 촉구하던 남한 정부당국 및 주변국의 입지를 크게 약화시키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북한이 잇달아 핵봉인을 제거하고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생산하게 될 원자로의 재가동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북한이 명분으로 내세웠던 ‘전력생산’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서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의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국제사회의 우려와 불신을 확대시키고 있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거친 대응은 미 강경파에게 대북제재와 전쟁의 명분을 주는 반면, 평화애호세력에게는 평화적 해결을 촉구할 명분을 약화시키는 자충수라 할 것이다.

우리는 한반도를 전쟁위기 상황으로 몰아갈 위험이 있는 북한의 벼랑 끝 외교에 동의할 수 없다. 북한이 진정으로 문제해결을 원한다면 극단적인 위기사태를 초래할 핵동결 해제조치들을 철회해야 할 것이며, 현 사태에 대한 유일한 중재세력인 남한 정부당국과 시민사회 그리고 국제평화애호세력을 설득하고 이들에게 중재를 요구하는 합리적이고 평화적인 접근방식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3. 우리는 한편, “2개 전쟁 가능성’, ‘비외교적 대응’ 등을 운운하며 한반도 민중의 생존에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미국의 태도에도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지난 10월 북한의 핵개발 시인 파문 이후 공세적인 강경책을 펴고 있는 미국에 대해 북한과의 즉각적인 대화와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지난 클린턴 행정부 시기의 북미간의 협상을 일방적으로 폐기한 부시 행정부는 ‘선핵포기’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걸면서 여전히 협상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북한당국을 ‘악행에 대한 보상은 없다’는 이유로 의도적으로 무시해왔고, 급기야 중유제공을 중단함으로써 현 사태의 원인을 제공하였다.

또한 공해 상에서 북한 선박을 나포, 억류하는가 하면 선제 핵공격 등을 언급함으로써 사태의 악화를 부채질 해왔다. 이렇듯 최대 핵무기 보유, 수출국가인 미국이 약소국의 비대칭적 위협에 대해 사활적 대응을 함으로써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다시 한번 오늘의 한반도 위기 상황을 초래하고 있는 미국의 대북강경책을 즉각 철회할 것과 북한과의 전제조건없는 대화에 나설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

4. 우리는 어떤 이유에서든 한반도 전체의 안전을 볼모로 하는 북미 쌍방의 군사적 모험주의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북한은 핵동결 해제 조치들을 즉각 철회해야 하며 미국 역시 두 개의 전쟁 등 호전적 강경 방침을 철회하고 북한과의 협상에 착수해야 한다.

우리는 이같은 절대절명의 당위적 요청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남한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라는 점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북미 쌍방간 자극적인 강경정책을 반복함으로써 어느 때보다 한반도에서의 전쟁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KEDO와 한·미·일 공조 틀에 갇혀 구체적인 방안제시없이 원칙적인 평화적 해결만을 되풀이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이제 남한 정부는 한반도 전체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주도적인 중재자로 나서야 한다. 우리는 특히 남한당국이 북한의 에너지난을 극복하기 위한 지원책으로 중유 혹은 전력지원책을 강구하고 식량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섬으로써 북핵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돌파구를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북한의 시급한 에너지난과 식량난에 대해 남한 정부가 지원함으로써 북한에게 핵 재가동 이외의 유연한 수단을 선택할 명분을 제공하는 한편으로 미국에게도 무모한 제재 수단을 철회하고 북핵 포괄 협상에 나설 근거를 제공하기 위해서도 정부당국의 결단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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