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국 앞에 당당한 대통령을 원한다!

김대중 대통령과 정부의 굴욕적인 대미 외교 규탄

“우리나라 대통령이 참으로 부끄럽다”

마침내 대통령이 부끄럽다는 외침까지 나오고 말았다.

12월 9일 오후 1시, 여중생 압사사건 관련, 김대중 대통령의 미온적인 태도를 규탄하는 집회가 청와대 근처 우리은행 효자동 지점 앞에서 있었다.

“어린 생명이 더 이상 억울하게 죽어가지 않도록 수많은 시민들이 SOFA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가로막고 있는 사람이 김대중 대통령이다. 조지 부시의 사과를 요구해야 할 사람이 오히려 부시의 사과를 부르짖는 시민들의 목소리까지 방해하고 있다. 이 사실이 너무나 부끄럽다.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할 땐 우리 국민들이 나서서 당신을 심판할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을 엄중히 경고하는 김제남 녹색연합 사무처장의 목소리가 청와대를 향해 메아리쳤다.

참여연대,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등의 주관으로 이루어진 이날 집회는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여중생 추모시위를 외면한 채 대미관계에서 굴욕적인 저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과 정부당국을 규탄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그동안 김대중 대통령이 여중생 사건에 대해 보여준 태도는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것이 의심스러울 정도라는 게 집회 참석자들의 판단이다.

사건 발생 6개월이 지나기까지 김 대통령은 사건의 해결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한미동맹 관계에 대한 우려만을 표시해 왔다. 여론에 떠밀려 뒤늦게 지시한 SOFA 개선안조차 미군의 훈련 편의만을 제공하고 있을 뿐 독소조항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지난 5일 미국에서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에서 정부는 소파개정에 대한 합의는커녕 오히려 주한미군 훈련여건 개선과 안정된 주둔환경을 약속했을 뿐이다. 오는 12일로 예정된 SOFA 합동위원회 산하 형사분과위원회에서도 재판권 행사에 관한 논의는 빠져 있다.

이수호 범대위 공동대표(전교조 위원장)는 “효순이와 미선이가 무참하게 세상을 떠난 후 이 땅의 교사로서 죄인이 되었다”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이 공동대표는 또한 “이 사건을 대처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와 경찰은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사건의 진실을 왜곡시켰다”며 “미군이 무죄평결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준 것이 바로 우리 정부와 경찰”이라고 비난했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면담을 거부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왜 못 만나는가. 그렇게 국민의 목소리가 무서운가.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용기가 없다면 당장 그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김 대통령과 정부를 질타했다.

다음은 이날 집회에서 낭독한 성명서 전문이다.

우리는 미국 앞에 당당한 대통령을 원한다

-김대중 대통령과 정부의 굴욕적인 저자세 외교를 규탄한다-

1. 미군 장갑차에 깔려 죽은 두 여중생에 대한 추모시위가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다. 지금 각계각층에서 분출되고 되고 있는 국민들의 분노는 오만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미국당국과 사건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도 못하고 있는 대통령과 정부당국에게 향하고 있다. 우리는 국민들의 분노를 외면한 채 굴욕적인 대미 저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대통령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낀다.

2. 이번 사건에 대한 김대중 대통령과 정부당국의 태도는 국민들에게 크나큰 상처를 주기에 충분하였다. 사건 발생 6개월에 이르는 지금까지 대통령은 주권국가 수반으로서 사건의 정당한 해결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반미는 안 된다’, ‘반미시위 엄단’ 등 한미동맹 관계에 대한 우려만을 표명하였다. 그나마 여론에 떠밀려 대통령이 뒤늦게 지시한 SOFA 개선안도 심각한 독소조항은 그대로 둔 채 초동수사 참여에 대한 개선만을 다루고 있을 뿐이고, 여중생 사건 재발방지책 또한 미군 측의 훈련편의를 제공하는 방안만이 있을 뿐이다.

국민들을 비참하게 하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5일 미국에서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에서 우리 정부는 소파개정은 아예 요구도 못하고 소파개선에 대한 미국 측의 합의를 구걸하다 그나마 공식적인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했고, 도리어 주한미군의 훈련여건 개선과 안정된 주둔환경을 약속하며 자국민들에게 동맹의 가치를 인식시키는데 ‘합의’를 했다고 한다. 한편 오는 12일에 있을 예정인 SOFA 합동위원회 산하 형사분과위원회에서도 SOFA 운용개선만을 논의할 뿐 재판권 행사와 관련된 사항의 개정은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3. 우리는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자국민이 대낮에 무참히 죽어나가도 미국 측의 단 한번의 공개사과도 요구 못하는 대통령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한미동맹’을 말하고 있는가? 그리고 미군에 대한 각종 특혜와 불평등한 조항을 담고 SOFA를 개정하여 일방적인 한미관계를 시정하자는 당연한 요구를 말하는데 왜 그토록 주저하는 것인가? 왜 대통령은 국민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전달하지 못하고 오히려 시민들의 데모 때문에 미군철수가 우려된다는 식의 굴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가?

4. 대통령은 작금의 사태를 제대로 직시하라. 이번 사건에 대한 항의 행동에는 일부 운동권이나 ‘소수 과격파’가 아닌 어린 학생에서 노인까지 국민대다수가 동참하고 있고, 이들은 당당히 부시 미 대통령의 직접사과와 SOFA 전면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 철저히 외면하던 각 당 대통령 선거 후보들도 동등한 한미관계 개선을 위해 SOFA 개정이 필요하다고 공언하고 있는 마당이다. 이러한 국민행동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한미동맹’이라는 명분으로 ‘반미’만을 우려하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분노한 국민을 설득할 수 없음은 물론, 한-미 관계의 바람직한 장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자세가 아님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5. 다시 한 번 요구한다. 대통령은 아무도 납득시키지 못하는 졸속적인 SOFA 개선방침을 즉각 철회하라. 그리고 국민들을 대변하여 부시 대통령의 직접적인 공개사과를 요구하고 SOFA개정을 미국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하라. 국민은 미국 앞에 당당한 대통령을 원한다. 끝.

이문영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