룡천역 사고, 대북관계 초당적 협력 계기될 수도

적십자 1차 구호 물품 29일 남포항 도착

최근 발생한 북한 룡천역 폭발 참사로 인해 조성된 우리 사회의 대북지원 열기가 향후 대북관계에서 보수와 개혁, 진보진영을 포괄하는 초당적 협력의 계기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향후 남북 경제사업 등에서 초당적 협력 기대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의 김연철 교수는 “룡천역 사고는 사안 자체가 인도적 지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치·군사적 현안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그동안 대북지원 문제에서 뚜렷하게 대립했던 각 정당과 정파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상황은 분명히 향후 남북관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총선 이후 수구 이미지 탈피에 나선 한나라당이 이번 룡천역 폭파 사고를 기점으로 대북관계 초당적 협력기구 구성을 제안하는가 하면, 시민사회에서 ‘대북 퍼주기론’을 소리높여 외쳤던 보수단체들도 대북 지원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우리 사회와 정치권이 대북정책에서 보여온 극한 대립을 벗어나 민족 이익을 중심으로 최소한의 협력이 이뤄질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김 교수는 “보수언론과 보수단체가 인도적 지원에 적극 협력하는 모습은 앞으로 남북 경제협력사업을 위한 제도나 기금 마련 등에서 초당적 협력의 가능성을 높이는 측면”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정부 차원의 남북관계 역시 “우리 정부의 신속한 지원 결정과 국내의 높은 지원 열기로 인해 남북 신뢰 형성의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룡천역 사고로 인한 국제적 지원 열기가 북핵 문제 등 정치군사적 현안에 당장 큰 도움이 될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미국과 일본이 인도적 지원에 나서기는 했지만 북핵과 군사문제에서는 전혀 입장 변화를 기대할 상황은 아니다”면서 “북한 역시 사고 초기에 이를 국제사회에 알리고 도움을 요청한 것은 과거와는 변화된 모습이지만 구호물품 육로수송 거부에서 확인됐듯이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가 원하는 수준의 개방과 협력적 자세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적십자사, “동포의 아픔에 동참” 호소

한편 1차 구호물품을 실은 배가 28일 정오 12시 인천항을 떠나 내일 남포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대한적십자사가 보낸 1차 구호물품은 컵라면 10만개, 생수 1만통, 긴급의료물품 70여 세트, 의료장비 90여 종, 담요 3천장 등 총 9억5000만원 상당의 액수에 해당한다. 적십자사는 모금 상황과 룡천역 상황에 맞춰 2차 구호품을 조만간 보낼 계획이다.

현재 정부 차원의 지원은 대한적십자를 통한 선박수송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고, 민간단체와 국제사회는 중국 국경을 통해 룡천역 사고 희생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참여연대도 방송 3사가 적십사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모금 캠페인에 동참해, SBS와 공동으로 모금활동에 나섰다(모금 페이지로 가기).

대한적십자 룡천재해대책본부의 한 관계자는 “일단 기부금을 모금할 수 있는 기간이 7월 23일까지인데, 그 이후에도 필요하다면 모금을 연장하겠다”면서 “한 민족으로서 가슴 아픈 일을 당했는데, 여러 사람이 동참해서 아픔을 같이 나누자”고 성금 모금에 동참을 호소했다.

장흥배 기자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