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에 오른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부시 행정부도 폐기한 북한 무시전략 고수한다면,
  남북관계와 핵 협상  에 대한 한국 입지만 축소될 것




   남북관계가 갈수록 경색되고 있다. 우선 문제의 발단이 되었던 김하중 통일부 장관과 김태영 합장의장의 발언은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부적절하고 불필요한 것들이었다. 개성공단 확대를 북의 핵 폐기와 연계하겠다는 것은 남북 간의 합의사항을 뒤집은 것이며, 북 핵시설 타격이나 NLL 고수발언 등은 이명박 정부가 남북정상선언들을 배제하면서 내세웠던 ‘남북기본합의서’에도 배치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대화와 협상의 상대자인 북한을 고려하지 않는 정부 당국자들의 부적절한 발언들이 쏟아져 나오고 이에 대해 북한이 연일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은 정부가 상황을 타개할 아무런 대책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그 동안 이명박 정부는 비핵개방3000을 내세우면서 한편으로는 유연하고 실용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확인되듯 북의 핵폐기와 상호주의를 전제로 하는 대북정책에서 어떤 식의 유연하고도 실용적인 접근이 가능한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지금까지 확인된 신정부의 입장은 많은 부침 속에서 남북관계 진전을 이루었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과의 차별성만 부각시키는 것이었지 실제 그 내용은 여전히 실체가 불분명하거나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최근 북한이 강경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에 대해 정부가 “당당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도 사실상 정부가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거나 문제를 해결할 복안이 없음을 실토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금 상황이 남북 간의 일시적인 긴장조성에 그치지 않고 남북관계의 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남북관계 진전이 일방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상대방과 조율하지 않은 일방적인 합의사항 폐기나 입장관철 시도 역시 어렵게 쌓은 신뢰관계를 일시에 허물어버릴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정부가 진정 남북관계 진전을 희망하고 있다면 대화 상대자를 염두에 두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정책변화를 꾀할 것이 아니라 기존의 남북관계의 성과를 취하는 한편 개선할 부분에 대해서는 대화와 조정을 통해 쇄신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이명박 정부뿐만 아니라 북한에게도 적용되어야 할 원칙이다. 북한은 “우리식의 앞선 선제타격이 일단 개시되면 불바다 정도가 아니라 모든 것이 잿더미로 된다”는 식의 일련의 감정적이고 공격적인 언사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 문제해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시험대에 오르게 되었다. 북미간의 핵신고를 둘러싼 갈등이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관계도 순탄하지 않은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가 지금처럼 핵 신고 문제와 경색된 남북관계를 북한의 탓으로 돌리며 뒷짐 지고 있을 만큼 한가하지 않은 상황이다. 현 상황에 대한 무대응이 지속된다면 남북관계 뿐만 아니라 북핵 협상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지가 축소될 것이며 한반도 불안정이 심화되어 경제안정도 기대하기 어렵다.

혹여 한미정상회담에서의 정책조율에 의존하고자 한다면 그것 역시 적절치 못하다. 남북관계 복원은 미 부시 행정부와의 정책조율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뿐더러 북핵 문제에 종속시킬 문제도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의 북한 무시와 핵 폐기 우선정책은 부시 행정부가 이미 폐기한 낡은 정책이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대북정책으로 현 상황을 돌파하거나 안정적인 남북관계를 이끌 수 없다면 과감히 정책방향을 조정하는 것이 문제의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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