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칼럼(pd) 2009-05-26   1412

PSI 전면 참가선언, 정부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온 나라가 슬픔에 빠져 있다. 많은 국민들이 울분을 토하고 서러워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정국에서 정면 대결로 치닫는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불안하고 답답하기 짝이 없다. 핵문제를 북미간의 문제로 보고 있는 북한이 남쪽 상황을 외면한 채 2차 핵실험을 강행한 직후 이명박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오늘 PSI 전면 참가를 선언했다.


물론 정부가 주장하고 있듯이 북한과의 무력충돌을 의도할 심사가 아니라면 실제 한국 해경이나 해군이 PSI를 통해 북한 선박이나 항공기 검문검색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줄곧 강조해왔듯이 PSI 전면 참가의 의미는 대북봉쇄, 압박에 나설 것을 선포하는 상징적인 정책결정이다. 북한이 사실상 선전포고와 다름없다고 주장해 왔던 것처럼 그 후과나 파장은 PSI 너머에 있다.


현재 큰 난관에 봉착해 있는 개성공단 현안 해결이나, 개성공단 관련 계약 재검토를 계기로 시도하겠다던 남북간 접촉, 문제해결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던 현대아산 직원 석방 노력도 사실상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남북간에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순식간에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서해 NLL문제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과거에도 있었던 새롭지 않은 갈등일 수 있다. 하지만 현 정부는 문제가 발생할 때 해결할 수단이나 협의할 대북창구가 없다. 남북간의 불통과 신뢰단절 국면에서 갈등은 쉽게 위기상황으로 증폭될 수 있다.


연일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북한의 태도가 남북관계든 북핵문제든 해결국면으로의 전환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나 최근의 북한의 태도를 보면 핵실험에 그치는 게 아니라 탄도미사일 기술도 배가하면서 명실상부한 핵보유국 지위를 얻고자 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북미관계 정상화와 핵폐기를 거래 대상으로 삼았던 북한은 최근 “미국과의 관계정상화 없이는 살아갈 수 있어도 핵 억제력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이 한반도의 현실임”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북한의 핵불능화 조치에 상응하는 데러지원국 해제가 상당기간 늦어졌고, 기대했던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수립도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자주권 행사라고 주장하는 장거리 로켓발사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의장성명 발표 등으로 6자회담에 대한 회의감과 참가불가 입장을 밝힌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합의이행이 일관되게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이 작정하고 실질적인 핵무기 보유국가의 지위를 갖고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꼬일대로 꼬인 형국이다. 그러나 이러한 난국에 처해있음에도 반드시 고수해야 할 원칙이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한반도비핵화를 달성하며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해야 한다는 것, 그 만큼 중요한 것이 대화와 협상을 통한 설득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핵무기 보유를 고집하고 있는 북한을 협상을 통해 포기하도록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무력충돌까지 불사했던 과거 남북관계로 돌아갈 수 없는 일이다. 상황이 어렵다고해서 즉흥적이고 감정적으로 대응한다면 국가의 외교정책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다시 남북을 포함한 각국이 북한의 핵폐기와 대북 안전보장,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 등을 합의한 9.19 공동성명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여건과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명박 정부가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복안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국민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만일 이 정부가 그럴 역량이나 의지가 있다면 지금처럼 위기로 치닫는 한반도 정세를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를 리가 없다. 북한이 핵실험까지 하고 나오는데 한국도 맞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는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즉흥적인 싸움의 방식일 뿐이다.

지금의 난국이 문제해결의 방향이 없어서가 아니라 서로간의 신뢰가 없기 때문에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이명박 정부의 책임은 매우 크다. 현 정부 출범이래 기존 합의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으로 남북간의 신뢰관계는 산산이 깨졌고 남북관계 진전과 신뢰를 무기로 주변 국가들을 중재하고, 북한을 설득하던 역할이 실종된 지 오래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관계 단절을 초래할 PSI 전면 참여는 결코 해법이 아니다. 남측의 지원없이 북한이 오래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던 이명박 정부는 이제 남북관계 단절이라는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려고 하고 있다. 정부에게 묻고 싶다. 정부는 되돌아오는 길은 알고 있는가.




박정은 (참여연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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