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8-02-18   1330

PKO법 제정으로 또 다시 ‘묻지마’ 파병 시도하나

PKO법 제정으로 또 다시 ‘묻지마’ 파병 시도하나

– PKO 평가보고서도 국가기밀이라고 비공개, 국민의견 수렴 의사 없어
– PKO 실효성 논란에다 정부 논리 설득력 없어, PKO법 제정해서는 안돼

이명박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방부와 외통부는 PKO파병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국제평화에 기여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PKO법안들은 예외없이 국군의 PKO 파병 시 매번 국회동의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도록 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국방부는 아예 2000명 규모의 상비부대를 신설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UNIFIL.jpg국제평화를 위해 한국이 더 많은 역할을 하고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데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병력파견을 많이 해야 국제평화에 기여하는 것인 양 홍보하거나, 최후의 수단이어야 할 군대 파견을 국회 동의절차조차 배제하면서까지 손쉽게 하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주지하듯이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아, 네팔 등 PKO병력 파견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들을 국제평화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나라들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또한 많은 경우 10명 이내의 PKO 병력을 파견할 때는 국회동의를 받지 않다가 앙골라나 레바논 파병 등 몇몇 대규모 파병의 경우에만 국회 동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국회 동의절차에 많은 시일이 소요된다는 이유를 대고 있는 것도 궁색하기는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국회에서 파병동의안이 처리되는데 걸린 시일은 단 3일에서 길어도 3주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평화유지군은 분쟁이 종료되어 안정적 관리를 위해 파견되는 것이 보통인데, 이 정도 시간도 불필요하다는 것은 사실상 국회와 국민이 검토할 최소한의 시간도 주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PKO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말하면서, 국민들이 PKO법 제정의 타당성을 판단할 근거나 정보제공은 등한시하거나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련하여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지난 1월 PKO 파병과 관련한 11개 항목의 정보공개사항을 소관부처인 외통부에 청구한 바 있다. 정부가 기존의 PKO파병의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국회 심의를 위해 제출한 자료들은 무엇인지, 관련 국무회의에서는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파병관련 예산과 유엔으로부터의 보전은 어느 정도 이루어졌는지 등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PKO 소관부처를 자임하는 외통부는 단지 4개의 항목만 답변했을 뿐 나머지는 자료가 없다며 국방부와 청와대 비서실로 떠넘겼다. 그나마 외통부가 답변한 4개의 항목 중 2개의 항목은 유엔 사이트에 들어가 확인하라는 것이었으며, 유엔의 PKO파견 요청서한은 비공개 처리하였다. 외통부의 유일한 내용 있는 답변은 PKO파견 사례별 국회비준 여부였는데, 관련 국회제출 자료는 국회 사이트에서 확인하라고 답변하였다.

그리고 청와대 비서실은 PKO파병 평가보고서와 관련 회의 목록 및 회의록이 모두 국가기밀이라며 비공개 처리하였다. 뿐만 아니라 외통부와 국방부의 자료는 PKO 파견 현황 수치가 불일치하기도 했다. 특히 소관부처인 외통부는 PKO 관련 장차관회의 목록이나 예산, 평가보고서 등의 자료조차 보유하지 않고 있었다. 최근 PKO관련 전담국을 신설할 정도로 PKO 확대를 도모하고 있는 국방부는 PKO활동 평가를 국방백서에 서술한 정도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주지하듯이 현재 PKO법 제정을 주도하는 곳이 바로 외통부와 국방부이다. 그러나 이번 정보공개에 대한 답변 및 답변과정에서 확인된 것은 외통부와 국방부는 PKO법 제정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납득시킬 충분한 근거자료를 갖고 있지 않으며, 그나마도 국민들에게 공개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기존의 PKO 파병이 어떤 성과와 효과를 거두었는지 확인해 줄 평가보고서나 회의목록 자체가 국가기밀이라고 비공개하고, 국회 심의를 위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가 파견동의안 밖에 없다는 답변이 그것을 말해준다. 레바논 파병 당시도 다르지 않았다. 파병될 현지시찰보고서도 비공개 처리했고, 파병의 타당성을 따지는 단 한차례의 공청회도 없이 레바논 파병을 강행했던 것처럼 정부는 국민들에게 그 어떤 판단의 기회를 주거나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결국 유엔 PKO파병법 역시 아프간․이라크 파병에서 익히 보아왔던 것처럼, 반드시 수렴해야 할 국민의사는 뒷전이고, ‘묻지 마’식의 정보차단과 왜곡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밝히지만 한국이 국제평화를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것은 국민과 국회의 통제에서 벗어나 손쉽게 군 병력을 보내고자 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더욱이 PKO활동의 실효성에 많은 논란이 있고, 정부의 PKO법 제정 논리 역시 그다지 설득력이 없으며, 국민들이 당연히 알아야 할 기본 정보조차 비공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참여연대는 지금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PKO파병법 제정에 반대하며, 이번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처리해서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두고자 한다. 그리고 민주국가의 정부로서 법제정을 강행하기에 앞서 국민들이 법제정의 타당성을 검토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자료와 근거를 제시하고, 국민의 의견을 먼저 묻기를 촉구한다.

PDe2008021800.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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