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9-03-04   946

[2009 아프간 모니터④] 아프간인들 “이젠 누가 적인지 모르겠다”


지난 달 오바마 대통령의 아프간 추가 파병 발표 이후, 다시 아프가니스탄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영국 인디펜던트 신문은 최근 아프간 정부를 향한 공격, 납치, 암살, 외국군 뿐만 아니라 민간인에 대한 공격 발생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NATO 보고를 인용하며, 아프간 상황을 ‘폭력이 소용돌이치고 사회가 해체되는 무자비한 상태’라고 묘사했다.

미군이 아프간에 파병된 지 7년 이래, 민간인 사상률이 최고 수치에 도달할 정도로 지난 6개월 동안의 아프간의 치안 상태는 현저히 악화되었다. 반면 탈레반은 아프간 수도 카불 근접 지역까지 바짝 공격을 해 오는 추세이다.


관련기사: http://www.alertnet.org/db/an_art/47985/2009/01/24-162733-1.htm



헤르브 모린 프랑스 국방장관은 나토연맹이 무기한 아프간에 주둔할 수는 없으며, 군사적 지원을 언제까지 할 지 그 시기를 못박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모린 장관은 나토군이 아프간인들에게 그들의 자유와 안보를 지켜주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에게 나토를 비롯한 외국군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http://news.yahoo.com/s/ap/20090303/ap_on_go_ca_st_pe/us_france_afghanistan_1



2월 22일자 워싱턴 포스터 기사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과의 인터뷰에서 이들 대부분이 미군의 추가 파병을 반대한다는 의견이 높게 나왔다고 전하고 있다. 미군 및 나토군이 저항 세력들을 패배시키기는 갈수록 힘들 것이며, 오히려 국가폭력을 더 심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답한 것이다. 아프간 사람들은 공공장소에 일어나는 탈레반의 자살 폭탄 테러도 대단히 위협적이라고 보지만, 미군과 나토군이 일으키는 폭력 또한 그 동기가 의문스럽고 그들의 민간인 살상이나 가택 침입 등의 인권 유린 행위에 대해서 큰 분노를 나타냈다.


▲ 70세인 라비아씨는 카불 변두리 지역 난민 캠프에서 지내고 있으며, 탈리반과 교전 중이던 나토군의 공격으로 인해 자신은 부상을 입고 그의 남편과 아들은 목숨을 잃었다.@뉴욕타임즈


파키타 지역에 사는 이브라힘 칸씨는 또 다른 외국군들을 데리고 온다고 해서 치안에 도움이 될 거라는 보장이 없다고 주장했다. 미군을 비롯한 외국군은 항상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아프간에 왔으며, 또한 늘 패배해서 돌아갔다고 했다. 아프간 사람들은 더 이상 누가 적인지 모르겠고 더 큰 두려움과 절망을 크게 느낀다는 것이다.


시계상에서 일하는 한 상인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교전상황에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지만 자살폭탄에 대해서는 아직도 두려워 한다고 전했다. 또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외국군 증파로 인해 자살 폭탄 테러를 비롯해 여러 폭력사태가 동시에 증가하는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미군의 도움은 고맙게 생각하지만, 사실 주요 분쟁이 일어나는 파키스탄 국경 쪽으로 병사들을 보내는 것이 옳지 않겠느냐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민간인들을 다치게 하면 더 큰 증오만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하메드 와르닥씨는 아무도 싸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탈레반과 정부군과의 전투로 인해 발생하는 끔찍한 일들이 재발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간 사람들은 오직 이슬람 깃발 아래서 안정을 느끼고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기대를 밝혔다.

인터뷰한 대부분의 아프간 사람들은 미군과 나토군이 군사작전 강도를 높이는 것보다는 저항세력과 협상을 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몇몇은 공동 지역회의나 부족회의로 통해서 서로의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아프가니스탄의 전통적인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탈레반도 똑같은 아프간 사람이자 이슬람 교도이기에, 교전보다는 이와 같은 협상을 통한 방식을 통해 접근하는 것이 그들을 설득하는 데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2일, 파키스탄 정부와 스왓 계곡(Swat Valley)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탈레반과 평화협상이 진행되었다. 양측은 이 지역에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제정하기로 하고 탈레반군의 공격은 줄이기로 합의했다. 이를 두고 파키스탄을 비롯한 일각에서는 급진 이슬람 단체들이 자신들의 종교적 영향력을 강화시켜 나가기 위한 디딤돌을 마련한 것이라고 강하게 우려했다.

오바마 정부의 파키스탄, 아프간 지역 신임 특사인 리챠드 홀브루크도 이 협정을 두고 사실상 파키스탄 정부가 항복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아프가니스탄에도 ‘스왓과 같은 협상’을 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내비췄다.

관련기사:
http://www.washingtonpost.com/wp-dyn/content/article/2009/02/21/AR2009022101712_2.html


이처럼 아프간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날이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다만, 아프간 국민들을 비롯해 미국 행정부와 나토연맹, 파키스탄 정부 모두에게 더 이상 탈레반을 무력으로 패배시키기는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이 우세해지고 있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또한 아프간인들의 탈레반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90%에 육박하지만, 한편으로는 미군 및 외국군에 대한 우호적인 시각 역시 절반도 안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오바마 정부의 추가 파병결정이 아프가니스탄의 평화로운 미래를 보장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작성자_김문선(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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