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4-01-07   733

“UN결의안도 누락된 정부파병안, 국제법상 점령군에 해당”

파병반대국민행동과 국회 반전평화의원 공동토론회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과 국회 반전평화의원모임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파병동의안의 문제점에 대한 분석과 향후 국회내 파병안 처리과정에서의 반전평화의원모임과 시민사회의 역할” 등을 토론하는 공동토론회를 개최했다.

1월 6일 오전 10시30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정범구 의원의 사회로 박순성 파병반대국민행동 정책사업단장이 “현재 이라크 상황과 한국군의 역할,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의 관계와 한국군 파병 등” 추가파병의 쟁점을 포괄적으로 발제했다. 이어 국회 반전평화모임 소속 김영환 민주당 의원과 김성호 열린우리당 의원, 파병반대국민행동 장대현 상황실장이 파병반대를 위한 국회와 시민사회의 대응계획을 밝혔다.

“정부의 파병동의안은 이라크에 조선총독부 사령부 만들자는 것”

참석의원들은 추가파병이 “실제로는 전투부대”라는 것에 의견을 같이 했다. 열린우리당 김성호 의원은 “정부의 파병동의안을 보니 ‘평화’와 ‘재건’은 없다. 전투부대라는 성격이 다 드러난 것이다. 이라크에 조선총독부 식민지 사령부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정부안을 비판했다.

민주당 김영환 의원도 “실질적으로는 전투부대”라며 “정부는 재건평화부대인 양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회를 본 무소속 정범구 의원도 “엄연한 전투부대”라는 것에 동의했다.

“평화와 재건이 목표라는 파병동의안에 ‘UN’과 ‘이라크’는 찾아볼 수 없어”

▲ 서재정 교수이 자리에서는 특히 정부가 제출한 이라크파병동의안의 문제점이 조목조목 지적되었다. 국제정치와 국제법 전문가인 서재정 코넬대 교수는 “정부 동의안의 반평화성, 미국 우선주의, 행정우선주의”를 들어 정부동의안을 비판했다. 현재 정부가 제출한 파병동의안에는 ‘미국’ 밖에 없다. 세계평화와 이라크 재건을 위해 파병한다고 하면서, 정부동의안에는 UN과 이라크는 찾아볼 수가 없다. 최소한 이라크인 통치위원회와 상의라도 해봐야하는 것 아닌가”라며 표명하는 파병목적과는 전혀 다른 정부의 파병의도를 지적했다.

서 교수는 “형식적으로라도 UN결의안(1511호 결의안)을 언급하지 않는다면, 국제법상 우리의 파병은 점령군에 해당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2천억원이 넘는 예산이 소요된다고 하면서 이에 대한 예산은 물론 부대위치와 규모조차 누락되어 있는 동의안은 의회를 무시하는 오만한 행정부와 행정우월주의의 전형”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2월에 파병안 다시 상정되면, 시민사회와 반전 의원들 총력 투쟁 돌입할 터”

▲ 김성호 열린우리당 의원장대현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상황실장은 “본회의에서 의결할 때, 반드시 공개투표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실장은 “공개투표를 한다면, 소수 의원들만 투표한다고 할지라도 다수의 힘을 가질 것”이라며 “일단 정부안이 다시 상임위에 상정되면 그 즉시 시민사회는 국회 앞에서의 단식농성을 포함해 전국 단위의 총력투쟁으로 국회압박에 돌입할 것”임을 밝혔다.

김성호 의원도 반전평화모임을 중심으로 한 국회 차원의 파병반대투쟁 계획을 밝혔다. 김 의원은 “극단의 조치를 취해서라도 반드시 이번 파병은 저지되어야 한다. 일단 반전평화모임을 중심으로 충분한 논의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적어도 각 당의 당론이 ‘파병찬성’은 나오지 않도록 각 의원들이 자유투표라도 할 수 있도록 동료 의원들을 설득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이번 파병이 “북한을 겨냥해 사전에 경험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 대표는 “김희상 국방보좌관을 비롯해 국방부 대변인으로 내정되기도 했던 송영선 국방연구원 등 군안팍 일부 주요인사들이 이라크의 경험을 북에 적용하겠다는 등의 발언”을 예를 들며, 이번 전투병 파병의 의도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토론회 발제문 : 추가 파병 동의안, 이라크 평화에 기여하나?

박순성(파병반대국민행동 정책사업단장)

이러한 열매를 맺고 또 이 열매가 익는 대로 떨어지게 허락해 주는 국가는, 그보다 완전하고 영광스러운 국가, 내가 상상만 했지 결코 보지는 못한 그런 국가가 탄생하도록 길을 열어줄 것이다. H. D. 소로우, <시민의 불복종>

1. 이라크 상황과 한국군의 역할

○ 사담 후세인의 체포 이후 이라크 내부에서 동맹군에 대한 공격의 빈도는 줄어들고 있지만, 공격의 범위는 확대되고 있음

– 2003년 12월 29일 이라크 남부 카르발라에서 불가리아와 태국의 군대에 대한 자살폭탄차량 공격 발생; 불가리아 군인 5 명, 태국 군인 2 명 포함 14 명 사망, 약 200 명 부상

– 카르발라 북쪽 도시인 힐라 지역에서도 폴란드 군대에 대한 공격 발생, 네덜란드 군대와 이라크인 사이에 교전 발생

– 동맹군에 협조하는 이라크인에 대한 공격도 발생

○ 전망 1: 이라크인에게 정권이 순조롭게 이양되고 이라크 민중의 지지를 받는 정권이 수립될 경우, 이라크는 점차 안정되어 갈 것임 → 한국군의 파병은 무의미해지거나, 주권을 침해하는 점령군의 성격을 띨 가능성이 높음

○ 전망 2: 이라크인에게 정권을 이양하는 절차가 진행되지만 이라크 민중의 지지를 받는 정권이 수립되지 못할 경우, 내전이 일어나고, 점령군으로서 미군의 장기 주둔이 기정사실화됨 → 한국군은 치안 유지에 동원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라크인의 직접적 공격 대상이 되는 점령군이 될 가능성이 높음

○ 전망 3: 이라크인에게 정권을 이양하는 절차가 진행되지 못하고 미군의 실질적 군정이 지속될 경우, 이라크전쟁은 점령군 대 저항군이라는 전선에 따라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음 → 한국군은 실질적으로 제국주의적 점령을 추구하는 미국이 지휘하는 동맹군의 일부가 될 것임

○ 어느 전망의 경우에도 한국군의 파병이 이라크의 평화에 직접 기여하는 부분은 없다고 판단됨

– 결국 한국군의 파병은 오로지 한국이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하여 추진하고 있는 것임

– 문제는 파병을 정당화하는 한국의 국익(한미동맹, 한반도 평화, 국가신인도, 경제적 이익 등)이라는 관념 자체가 허구라는 사실임

※ 파병동의안에 제시된 한국군의 성격에 대해서는 별첨 “정부 추가파병 동의안에 대한 의견서” 참조

2. 미국의 대이라크전략과 한국군 파병의 의미

○ 미국의 대이라크전략에서 한국군의 파병은 외교적으로나 실전적으로 매우 긴요함

– 외교적으로 정당화 요인으로 이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구문명 대 아랍문명 사이의 전쟁이라는 구도를 깨어줄 수 있음

– 실전적으로도 한국군이 일정 지역을 독자적으로 담당해 주면, 미군의 순환배치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음

○ 미국의 대이라크전략이 친미정권 수립과 장기 주둔을 목표로 한다면, 한국군은 미국의 이익에 종사하는 점령군의 일부가 될 것임

– 내전이나 ‘반제국주의 독립투쟁’ 형태의 전쟁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으며, 주둔 자체가 장기화될 것임

○ 미국은 이라크 점령으로부터 군사적 ·경제적 이익을 획득하려고 함

– 중동 지역에 대한 군사적 지배를 확고하게 하고, 이를 통해 세계 석유자원에 대한 중장기적 통제권을 확보하려고 함

– 단기적으로도 군산복합체와 건설 및 에너지 자본에게 경제적 이익을 확보해 주려고 함(부시 대통령의 대선전략과 연계됨)

– 자연히 이라크 점령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을 동맹국과 공유할 가능성이 높지 않음(현재도 공유하고 있지 않음)

○ 미국의 대이라크전략을 고려할 때, 한국군의 이라크파병은 한국의 이익보다는 미국의 이익에 종사하는 것임

– 한국의 대중동 경제·외교관계 전반을 고려할 때, 파병과 관련한 한국의 손익계산서는 적자일 가능성이 높음

– 한국의 수출입에서 약 10%를 점하고 있는 중동 지역은 인구 규모나 경제성장 가능성으로 볼 때, 중요성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음

3. 국제사회의 대이라크정책과 한국의 국가이미지

○ 유럽연합 주요 국가들과 러시아, 중국은 미국의 대이라크정책에 대해 소극적 지지의 태도를 보이고 있을 뿐임

– 특히 재건사업과 관련하여 미국의 독점 또는 동맹국 중심의 배분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음

– 민정 이양 계획의 원칙적인 추진을 강조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자연히 한국에 대한 외교적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음

○ 국제시민사회는 한국군의 파병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며, 이는 장차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국제시민사회의 지원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음

– 유럽 시민사회가 중심이 되어 이라크전쟁 관련 전범재판을 개최할 경우, 한국은 전범국가로 기소당할 수 있으며, 이는 한국의 국가이미지에 치명적 상처를 입힐 수 있음

– 현재 제출된 동의안대로 파병하게 된다면, 한국은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병력을 이라크에 파견하는 국가가 됨

○ 세계평화와 관련하여 유엔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 최근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의 파병은 국제적으로 한국의 외교적 위상을 하락시킬 것이 분명함

– 장차 한반도에서 만일의 사태가 발생할 때, 한국은 강대국들 사이에서 외교적으로 의존할 수 있는 국제여론을 갖지 못하게 만들 것임

4. 북·미 갈등과 이라크전쟁

○ 미국의 이라크침략전쟁이 성공적으로 끝날 경우, 미국 네오콘의 세계전략은 더욱 힘을 얻게 될 것이며, 이는 부시 대통령의 재선과 미국의 대북강경정책으로 연결될 것임

– 이런 점에서 한국군의 파병이 북·미 갈등의 해결 방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움

○ 한국군의 파병은 미국의 ‘승리’에 직접적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지만, 미국에게 유리한 조건을 형성할 것은 분명함

– 한국군 파병의 목적(미국의 승리에 기여함으로써 미국의 대북포용정책 견인)과 파병의 성공이 가져올 결과(미국 네오콘의 강경정책 강화) 사이에는 모순이 존재함

– 이런 점에서 한국이 미국에게 북·미 갈등의 평화적 해결을 ‘요청’할 수는 있겠지만, 이라크전쟁의 승리가 가져올 네오콘 전략의 강화를 극복할 수 없음

○ 더욱이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 자체가 미국의 세계패권전략을 한국이 인정하는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음

– 이는 한국이 미국인 및 세계시민에게 북·미 갈등의 평화적 해결을 요구할 수 있는 논리적 기반을 침식할 것임

○ 북·미 갈등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서는

– 남북관계 확대·심화를 통해 북한의 대외정책 유연화와 대내정책 개혁을 유도하고

– 북·미 갈등이 가져올지도 모르는 한반도의 전쟁 위기에 대한 분석을 통해 평화적 해결의 필요성을 각인시키는 일이 오히려 필요함

○ 근본적으로는 우리 국민이 국가간 갈등을 전쟁이 아니라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해야겠다는 신념을 가져야 함

– 이라크전 참전은 전쟁을 갈등 해결의 유효한 수단으로 인정하도록 만들 것임

– 이는 우리 사회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남북관계와 한반도 통일에 대한 국론 분열을 야기하는 원인이 될 것임

5. 한미동맹과 한국군 파병

○ 한국군 파병은 한미군사동맹의 강화에 기여할 것이지만, 역으로 한미관계의 악화를 가져올 수도 있음

– 한미군사동맹의 비대칭성과 불균형성은 강화될 것임

– 한미관계의 불평등한 측면이 강화됨에 따라 오히려 국내에서 한미관계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음

○ 파병 후 한국군의 피해가 발생한다면, 파병에 대한 국민의 비판이 고조되고, 이는 미국에 대한 비판으로 발전할 것임

– 파병 자체가 미국의 압력에 의한 것이라는 인식이 퍼져있는 상황에서 파병 후에 발생할 책임은 상당 정도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가 공유해야 할 것임

– 한미군사동맹의 일시적 강화가 한미군사동맹을 중장기적으로 위협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

○ 이라크 파병이 주한미군의 재배치 및 철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매우 낮음

– 주한미군의 재배치 및 철수는 미국의 세계전략 및 중장기 한미군사동맹의 변화와 관련된 사안임

–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철수가 한반도 평화·통일과 동북아지역 경제·안보협력이라는 큰 틀에서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협상은 매우 근시안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지고 있음

– 더욱이 주한미군의 영향력은 더욱 강화되는 방향에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가 하는 우려가 있음

6. 이라크 평화와 한반도 평화

○ 미국 주도의 전쟁에 반대하는 한국의 파병거부는 이라크의 평화에 기여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기여하는 주춧돌이 될 것임

– 우리 국민의 의식 변화

– 한미관계의 전환

– 한국의 국가이미지 개선 등

○ 파병은 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의 기반을 위협하는 결과를 나을 수 있음

– 현 정부의 시대사적 사명의 포기

– 대미의존성 강화

– 국민의 분열 심화

– 평화번영정책의 지지기반 약화

정부 추가파병 동의안에 대한 의견서

정부는 2003년 12월 23일(화) ‘국군부대의 이라크 추가파병 동의안’을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하고, 24일(수) 이를 국회에 송부했다. 정부안에 따르면 3,000여 명의 병력을 2004년 4월부터 이라크 북부 키르쿠크 지역으로 파병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파병안은 정부가 지금껏 밝혀왔던 ‘이라크 평화와 재건지원 임무 수행’과는 전혀 동떨어진 안이며, 파병 자체를 반대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의사와도 배치되는 반민주적인 동의안이다.

이에 파병반대국민행동 정책사업단은 정부 파병안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적시하여 국회의원들에게 민의에 따른 반대의사 표명을 촉구하고자 한다.

○ 국민의견 수렴 배제한 파병결정 및 파병안 확정

–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는 당초 민의를 수렴하여 파병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하였으나 APEC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10월 18일, 마치 작전하듯이 서둘러 파병원칙을 발표하였다.

–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는 또 파병의 성격, 규모, 시기, 형태 등에 대해서만큼은 반드시 민의를 수렴하겠다고 밝혔으나 파병안 결정과정에서도 국민의견을 묻는 어떤 공신력있는 절차도 진행하지 않았다.

– 특히 국민 6-70%가 정부의 파병방침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와 관련해서 국민들에게 구체적 설명이나 동의를 구하지 않고 파병안을 확정해서 국회에 제출했다.

– 파병안 확정 직전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과 여야 반전평화의원들이 민의 수렴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제안하였으나 정부는 이마저도 거부하였다.

○ 재건지원부대라고 국민을 호도하고, 사실상 전투병 중심의 점령부대로 파병

– 정부는 당초 ‘치안유지 활동은 원칙적으로 이라크 군경이 맡도록 했다’고 밝혔지만, 23일(화) 김장수 합참 작전본부장은 기자브리핑에서 “이라크 군경의 능력이 닿지 않은 지역은 (우리가) 치안유지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직접적으로 치안유지 활동에 나설 수 있음을 시인한 것이다. 현재 키르쿠크 지역은 치안유지에 필요한 경찰과 민병대 병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파병시기까지 치안병력이 확보될 것이라고는 하지만 장담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우리와 아무런 연관도 없는 무고한 이라크인들을 향해 총부리를 겨눠야 하는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다. 사실상 정부는 또 한번 국민들을 속인 것이다.

– 정부는 이번 파병부대가 이라크 재건지원부대라고 규정했지만, 구성된 부대 어디에서도 재건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부대를 찾아볼 수 없다. 3,000여 명의 파견병력 중 1,400여 명의 경계병력을 제외하면, 나머지 1,600여 명으로 사단사령부, 직할대, 민사여단 등을 구성해야 한다. 이럴 경우 사실상 의료와 공병 등의 재건지원 부대가 들어갈 부분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정부안에 따르면 재건지원 부대가 아니라 이라크 점령군의 성격으로 주둔하게 되는 것이다.

– 이번 파병부대가 휴대하게 될 무기는 재건과 평화유지 임무와 달리 중무장한 부대로 구성될 예정이다. K-200 장갑차, 박격포, K-4(고속유탄발사기) 등의 무기가 공격용이냐 방어용이냐는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이런 중무장한 부대와 장갑차가 키르쿠크 지역을 활보할 경우 이라크인들에게 어떻게 비쳐질지 의문이다. 또한 이런 중무장 부대를 보내겠다는 것은 정부 스스로도 이라크 현지의 치안상황이 악화되고 있음을 시인하는 것이다.

○ 국회에 백지수표를 요구한 정부동의안

– 추가 파병동의안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파병부대의 구성, 임무, 소요예산 등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전혀 없는 상태이다.

– 파견부대 구성과 관련, 지난 1차 파병안의 경우 건설공병 600 명 이내, 의료지원단 100 명 이내로 명시하고 있지만, 이번 추가파병안에는 1개 평화재건지원부대 3,000 명 이내라고만 밝히고 있다. 경계여단, 민사여단, 사단사령부, 직할대, 재건지원부대가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국민들은 전혀 알 수 없다.

– 추가 파병 병력의 임무와 관련해서도 ‘이라크내 일정 책임지역에 대한 평화정착과 재건지원 등의 임무 수행’이라는 대단히 모호한 역할만 명시를 해 놓은 상태이다. 1차 동의안의 경우에는 부족하게나마 건설공병은 ‘미국 및 동맹국군 전개기지 운영에 필요한 지원과 이라크 전후복구 등의 인도적 지원 및 기타 지원 임무’라고 명시되어 있고, 의료지원단의 경우에는 ‘미국 및 동맹국군 부대에 대한 진료제공, 필요시 인도적 구호활동’이라고 최소한의 역할이라도 명시되어 있다.

– 특히 소요예산의 경우 1차 당시에는 전체소요예산 360억 원 중 건설공병 260억 원, 의료지원단 100억 원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이번 안에는 ‘대미협의 및 현지협조 결과에 따라 구체화될 예정’이라고만 밝히고 있어서 사실상 소요예산조차도 국회승인을 받지 않으려 하고 있다(예산 세부 내역은 국회 업무보고 자료를 통해 최근 공개됨).

– 결국 이런 모호한 파병안은 과도한 권한을 국방부에게 위임해 달라는 것이다. 국민의 안전 및 주권과 직결되고 국민적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파병동의안에 대해 국회차원에서의 검증작업도 거치지 않겠다는 의도이다. 그간 국방부가 대규모 전투병 파병을 주장해 왔던 것을 고려한다면, 명목상으로는 평화정착과 재건지원 부대라고 하고는 사실상 테러조직 소탕 등의 적극적인 치안유지 활동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고 힘들어 보인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막을 방안이 없다는 것은 매우 우려할 만한 일이다.

○ 키르쿠크 지역, 테러 및 폭동 가능성 높아

– 정부는 키르쿠크 지역이 대체로 안정된 지역이고, 한국에 대해 우호적이며 미국까지도 주둔에 동의함에 따라 파병지역으로 결정하게 되었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최근 키르쿠크 지역은 불안과 테러가 확산되고 있는 지역 중 하나이다. 정부가 파병안을 결정한 23일에도 종족간의 분쟁으로 학생들간의 충돌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이라크 경찰이 부상당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 또 송유관과 유류 저장고가 저항세력들의 주요 공격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이라크 전체 유전의 3분의 1이 매장되어 있는 키르쿠크 지역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테러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22일에는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키르쿠크 지역의 중추 송유관이 파괴됐다는 소식이 AFP통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 한국인들에 대해 우호적이라는 정부의 발표에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1월 말 한겨레신문사와 이라크 최대 국립대학인 바그다드대학 국제연구소(Center for International Studies)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키크쿠크인은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서 비전투병의 파병에도 반대한다는 의견이 95%를 넘어섰다. 당시 조사대상이었던 여러 지역 중 다른 어느 지역보다 높은 수치였다. 정부는 현지의 여론에 대한 최소한의 여론조사도 거치지 않고 이 지역이 안정적이라고 국민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 미국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고, 미군의 통제까지 받아

– 이번 정부의 파병동의안은 미국이 9월초 요구했던 ‘사단사령부를 갖추고 독자적인 임무수행이 가능한 폴란드형 사단’ 안을 일방적으로 수용한 것에 불과하다. 단지 지역이 모술에서 키르쿠크로 바뀌었을 뿐이다. 정부는 지금껏 비전투병 중심이고 재건지원부대라는 말로 국민들을 현혹시켜 온 것이다. 굴종적 외교로 국민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 것을 제하더라도, 국민을 기만한 것에 대해서는 국민적 비난을 면하기 힘들 것이다.

– 또 정부는 한국군이 독자적 지역을 담당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으나 이 역시 국민 호도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김장수 합참 작전본부장은 “한국군도 이라크 주둔 연합군사령부 통제 하에서 임무를 수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미군이 통제하는 연합군사령부, 구체적으로는 이라크 북부를 담당할 미 제1보병 사단의 통제에 따르겠다는 것이다. 이렇듯 지휘관계가 분명한 상황에서 특정지역을 전면적으로 담당하는 것으로 안전이 담보되는 것은 넌센스다. ‘독자적 지역’을 담당하면 더 안전할 것처럼 국민을 호도해서는 안된다.

– 게다가 파병될 우리 군은 미군에 예속되어 활동하면서도 모든 비용까지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이는 보수를 받는 용병보다 못하다는 비난을 들을 만한 일이다.

○ 국회는 재건지원도 아니고 비전투병 위주도 아닌 추가파병동의안 비준을 거부해야 한다.

– 정부가 이번에 제출한 파병동의안은 재건지원 중심의 부대도 아니고, 비전투병 위주의 파병은 더욱더 아니다. 사실상 특정지역을 점령해서 통치하는 전투부대가 파견되는 것이다. 아무런 명분도 없는 침략전쟁에 국민 대다수의 반대와 침략전쟁을 금지하는 헌법정신을 어기면서까지 진행되는 무모한 파병이라는 것은 어린아이들도 다 아는 사실이다. 민의의 대의기관이자 각자가 입법기관인 국회는 파병에 반대하는 국민여론을 수렴하고 평화헌법 정신을 존중해서 정부의 추가 파병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국민이 맡겨 준 소임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다.

최현주 사이버참여연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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