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10-13   621

“이라크 현지, 미군과 같이 다니면 공격의 대상돼”

반전평화팀으로 바그다드에 머물렀던 유은하 씨 인터뷰

이라크 전투병 파병반대를 위한 청와대 앞 1인 시위가 2주차로 접어들었다. 5일째인 10월 13일은 이라크전 발발당시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이라크 현지에 머물렀던 반전평화팀의 유은하 씨가 청와대 앞에 피켓을 들고 섰다. 1인 시위를 마친 유은하 씨와 잠시 인터뷰를 가졌다.

이라크에서 언제 돌아왔는가.

“8월 초에 들어왔다. 나는 주로 바그다드에 있었다. 종전 때보다 치안상태가 더 나빠지고 있다. 구호단체마저도 이라크를 빠져나가는 상황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살상 소식이 전해진다. 주로가 미군에 의한 민간인 살상소식이다. 현재 이라크에는 중앙언론이 없어서, 전체적인 상황이 전해지지 못하지만, 각종 유인물이나 대자보 등으로 민중들의 소식이 전해진다. 내가 다니던 PC방 앞에는 ‘후세인 정부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7명이 학살되었다’는 소식이 대자보로 붙어 있기도 했다. 이 7명에는 어린아이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바그다드 현지 상황은 어떤가.

“우선 구호관련해서 말하면, 바그다드는 다른 어떤 도시보다 상황이 나쁘다. 바스라같은 경우는 영국군이 들어가면서 영국구호단체들이 함께 들어갔고 모술지역도 여러 구호단체들이 이미 구호활동을 본격화했다. 그런데 바그다드는 미군이 주도권을 행사하려는 통에, 정말 구호활동이 필요한 시기를 놓친데다가, 미군들은 NGO활동을 하려면 자신들이 주도하는 회의에 참여할 것을 강요하는 등 구호단체의 재건의지를 꺾으며 오히려 구호활동을 어렵게 만든다. 지금 이라크는 한국의 해방 직후 정국처럼 혼란스럽다. 80여 개의 정당이 생기기도 했는데, NGO는 물론 이 정당들도 지낼 건물들이 없으니, 공공건물에 들어가서 일한다. 그럼 미군이 와서 이들을 쫒아낸다. 지금은 아예 미군으로부터 그린패스를 받아야 장애보호사업 등의 구호사업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같은 반전평화단체들은 고민이다. 전쟁을 일으킨 미군과는 일을 같이 하지 않기로 했는데, 이제 사업을 포기해야하나 걱정이다.”

점령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군에 대한 이라크인들의 반감이 점점 높아가고 있다는데, 실제 어떠한가.

“미군과 같이 다니면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얼마 전에는 이라크 젊은이들이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나눠줬는데, 거기에는 ‘이라크 안의 무슬림, 비무슬림 특히 어린이들은 알아두라. 미군탱크, 텐츠 등등의 미군관련 지역에서 떨어져라. 우리가 언제 공격할지 모른다. 우리는 경고했다’라고 써 있다. 아예 제목을 ‘최후공지’라고 붙여놓았더라. 미군에 대한 이라크인들의 반감은 점점 높아간다.”

지난 수요일, 청와대에서 이라크 현지에 머물렀던 한상진, 한비야 씨 등과 함께 국민참여수석을 만났다고 들었다. 어떤 대화를 나누었나.

“전화받고 청와대에서 만남을 가질때까지, 여론수렴을 위한 공식적인 자리인줄 몰랐다. 간담회에서 청와대는 파병관련해서 먼저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라, 중립이라는 것을 강조하더라. 최근 몇몇 주요관료들이 파병을 기정사실로 말해 반감샀던 상황을 의식한 듯 하다. 반전평화팀은 파병반대와 함께 우리 정부가 전투병 파병이 아니라 재건사업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이라크전 당시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이라크 국내에 머물렀다. 전투병 파병을 논하는 상황이 더욱 뼈아플 것 같다. 어떤 마음인가.

“기가 막히다. 지난 4월 국민들이 거세게 반발했음에도 불구하고 파병을 했으니 지금 파병관련해 대응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최근에 만난 사람들은 지난번에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안되더라면서 패배의식에 젖어 있더라. 안되더라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전쟁에 대해서… 이번 전쟁이 베트남전처럼 미국이 좀더 고전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독립적인 한 나라를 무력으로 침공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범죄인지 고생을 하면서라도 깨달아야 한다. 그러나 고생할 이라크인들을 생각하면 전쟁이 빨리 끝나야겠고… 상반된 생각이 교차한다. 마음이 복잡하다.”

이후 계획을 알려달라.

“이라크 현지상황, 전쟁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2차 조사단이 꾸려지면 반전평화팀보다는 전문가들이 더 많이 가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또 2차 조사단 역시 일주일 또는 열흘동안 현지 상황을 제대로 알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서 반전평화팀이 먼저 가서 먼저 루트를 만들고 연락할 사람들을 꾸리려고 한다. 한상진 씨와 최혁 씨가 다음주에 출국할 예정이다. 그 외에 군인들에게 편지쓰기를 할 생각이다. 혹시 전투병으로 가더라도 현실을 알고 떠나야하지 않겠는가. 웹사이트를 만들거다. 군인들의 가족 친구들이 이 사이트를 통해 주소를 입력하면, 우리가 편지를 보내는 작업을 하려고 한다. 얼마나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일단 해볼거다.”

자리에 동석했던 평화군축센터 간사들은 전투병은 훈련받은 단위로 파병해야하니, 모집이 아니라 착출이 될 것같다는 예상을 했다. 훈련이 안된 전투병들은 피해가 더 클테니 아마 정예부대를 보내지 않겠느냐는 예측도 함께 나왔다. 유은하 씨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훈련이 안된 부대가 가면 우리군이 다칠테고, 너무 잘싸우는 부대가 가면 이라크인들이 많이 죽을텐데… 일단 전투병을 파병하면 이라크인이든 한국인이든 누군가는 죽게 되는 것 아닌가.”

최현주 사이버참여연대 기자
첨부파일: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