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03-21   1039

이라크전 파병은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연속 공개서한(5)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소장 : 박순성, 동국대 교수)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과 이에 대한 한국군의 파병을 거부해야 할 절박한 이유를 담은 릴레이 공개서한을 매일 1인 시위와 함께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당국자에게 보내고 있습니다.

이라크전 파병은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

‘국익’을 위한 수단 결정도 ‘헌법’과 ‘법률’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노무현 대통령님께

어제 대통령님은 이라크 파병 결정과 관련하여 국민들의 반전 여론에도 불구하고 국익을 위하여 파병을 할 수밖에 없는 정부의 입장을 밝히는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셨습니다. 파병 결정의 요지는 결국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파병을 통하여 지원함으로써 한반도의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의 발판을 만들겠다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전쟁지원으로 우리의 미국에 대한 발언권을 확대하고 이를 통하여 국익을 확보하겠다는 생각이시겠지요. 우리는 대통령님의 어제 담화 내용이 과연 고뇌에 찬 결단으로 국민 일반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대통령님께서 헌법 제69조에서 규정한 바와 같이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라고 선서함으로써 무엇보다도 헌법을 준수하여야 할 엄중한 의무를 이행할 것을 모든 국민 앞에 약속하였습니다. 우리 헌법은 전문에서 “…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라고 규정하고 있고, 헌법 제5조 제1항에서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라고 명시하여 국제평화주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와 별도로 헌법 제6조 제1항에서는 “헌법에 의하여 체결. 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고 하여 국제법을 존중할 것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헌법의 내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어제 밝히신 전쟁지원 의사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도 누구보다도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지원하겠다 하시니 답답하고 안타깝기만 합니다.

1차 대전을 겪으면서 인류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여 결성한 국제연맹을 축으로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국제법상의 원칙을 정하였으며, 그 결과 1928년 부전조약이 다자간 조약으로 채택된 바 있습니다. 2차 대전에서의 막대한 인명의 살상은 전쟁을 금지하는 내용을 넘어서서 무력 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여야 한다는 인류 전체의 공감대를 형성하였고, 그 결과 미국이 주축이 되어 UN체제가 탄생하였으며 그와 같은 정신은 UN헌장에 명시된 바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 6.25.라는 민족사에서 가장 잔혹한 전쟁 피해를 겪은 주인공이기도 하기에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헌법상의 조항은 이와 같은 쓰라린 역사의 경험에서 뒷받침되고 있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익히 아시는 내용이라고 생각됩니다.

대통령님께서 판단하신 ‘국익’의 관점은 결국 한반도에 있어서 ‘대량살상 무기 제거’라는 미명하에 미국이 저지를 수도 있는 “예방적 전쟁”을 본질로 하는 ‘대북 무력사용’의 위험을 막기 위해서는 동맹국인 미국의 전쟁을 지지하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전쟁에 참가하는 결단을 보여 그 반대 급부로 미국의 대북 무력사용 금지를 관철할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대통령님께서는 헌법에서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있고, 심지어 UN을 중심으로 국제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침략전쟁’으로 규정하고 있는 미국의 대 이라크 전 참전을 내용으로 하는 국군 파병을 결정한 것은 결국 헌법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것일 뿐아니라 국제 사회에서의 UN체제에서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를 위반한 것이며, 국제 사회에서도 이와 같은 우리 나라의 조치에 대하여 비난 여론이 비등함으로써 국가의 신인도마저 실추시키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판단됩니다.

대통령님께서 판단하는 ‘국익’이 국민 절반의 지지를 받는 것일 수 있고 한반도의 위기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채택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라는 점은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그와 같은 결단은 ‘헌법’과 ‘법률’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국익 확보’라는 ‘목적 수행’을 위하여 이라크 전 참전이라는 ‘수단’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헌법 질서를 부정하는 것으로서 이는 국민참여 정부의 헌법적 기반과 도덕적 정당성의 근간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대통령님께서 담화문을 발표하는 그 시각에 미군의 가공할 폭격으로 말미암아 바그다드는 그야말로 ‘불바다’가 되고 있으며 그 속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죽어 가고 있습니다. 대통령님께서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한 지 1개월도 채 안 된 오늘, 우리들은 대통령님께서 국민들에게 ‘헌법을 준수하겠다’고 선서하던 모습을 새삼 떠올리게 됩니다.

대통령님께서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은 적어도 헌법의 범위내에서, 헌법이 용인하는 수단에 국한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대통령님의 ‘국익’을 위한 번민에서 참전 결정을 하였더라도 이것이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 분명한 한 반드시 철회되어야 할 것이며, 이와 같은 철회 조치는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국제평화를 지지하며, 국제법규를 준수하여야 한다는 헌법상의 명령이자 국민들에게 대통령으로서 지켜야 할 막중한 책무라는 점을 다시금 강조드립니다. 부디 대통령 취임 선서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시기를 다시금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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