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03-19   983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연속공개서한(3) – 세계의 이라크전쟁 반대여론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소장: 박순성, 동국대 교수)는 정부의 이라크전 파병결정 철회를 촉구하기 위한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3일째 진행한다. 오늘 1인 시위에는 참여연대 활동가와 일반시민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오전 11시-12시에는 가수 정태춘씨도 참여, 이라크전 반대와 파병반대를 촉구할 예정이다. 아울러 참여연대는 청와대 정문 앞 1인 시위가 계속 제지되고 있는 것과 관련, 재차 청와대측에 평화적인 1인 시위를 보장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한편 어제(3월 18일) 기자회견을 통하여 각 시민사회단체는 정부 관련부처 앞에서 동시다발 1인 시위를 전개하기로 결정하고, 오늘(3월 19일) 12시-13시에는 참여연대의 청와대 앞 1인 시위가 진행되는 동시에 녹색연합의 정부종합청사 앞 1인 시위도 진행될 예정이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연속공개서한(3)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소장 : 박순성, 동국대 교수)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과 이에 대한 한국군의 파병을 거부해야 할 절박한 이유를 담은 릴레이 공개서한을 매일 1인 시위와 함께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고 있습니다.

民心은 天心,
세계의 이라크전쟁 반대여론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민심을 거슬러 전쟁 지지에 앞장서는 것은 경솔합니다.

노무현 대통령님께

한국은 미국의 요청이 있으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처지일까요? 미국의 압력, 물론 컸겠지요. 이라크전쟁에 반대한 프랑스에 가해지는 미국의 비난과 비하를 우리나라에 대입해 보면 많은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민주적인 정부가 눈여겨 보아야할 또 다른 거대한 압력이 있습니다. 그것 역시 불가항력에 가까운 거대한 실체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현재 세계각국은 지금까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거대한 반전여론과 시민들의 직접행동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지난날 몇몇 국가로 한정되었던 월남전 반전여론과도 완전히 궤를 달리합니다. 그야말로 범세계적이고 자발적인 대규모 반전 반미의 물결을 목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찍부터 캐나다 독일 영국 미국의 고위관료들이 부시행정부의 선제공격론을 비판하며 사퇴하는 전례 없는 연속사퇴가 발생했고, 유럽연합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유엔 모두 분열되었습니다. 각국 내의 반전 여론 때문입니다.

이러한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및 유럽과 아시아 다수국가의 전쟁반대 입장이야말로 아무도 무시할 수 없는 거대한 현실입니다. 아랍권의 반전 반미 불길도 결코 우리와 무관한 현실이 아닙니다. 국제원조단체들은 기아퇴치를 위한 구호자금이 전쟁비용 때문에 고갈되고 있다며 전쟁을 비난하고 있고, 빈곤과 기아를 지구촌에 해결해야할 긴급한 과제로 여기는 많은 나라와 사람들을 미국이 벌이는 전쟁에 대한 공개적 반대로 나서고 있습니다. 국력이 약한 아프리카 45개국조차 이라크침공 반대를 공동으로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미국과 기독교계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직접 테러공격을 당한 뉴욕시 의회가 전쟁반대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로마 천주교 교황을 비롯해 종교계가 분명한 전쟁 반대의사를 표시했습니다. 로마 교황과 전미기독교협회는 전쟁을 막기 위해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하고 있어 기독교도 부시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전쟁반대 전쟁의 결정권을 가진 현 유엔 안보리 이사국 중 다수가 반대하고 있습니다. 유엔 사무총장 역시 유엔 안보리 결정을 무시한 이라크 침공을 전례 없이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부시행정부의 일방주의에 대한 세계 시민들의 반발 역시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미국에 대한 최악의 세계 여론 수준, 이는 그 자체로 외교의 실패를 의미합니다. 최근 미 국무부 조사에서도 드러났듯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보다 부시행정부를 더 큰 위협으로 보는 여론이 매우 강합니다.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국들이 미국의 일방주의를 비판하면서 “나찌” “마피아 방식”과 같은 비외교적인 수사를 동원할 지경이 되었고, 미국이 내놓은 이라크 민주화방안, 중동평화안은 내용이 알려지기도 전에 비웃음을 사고 있을 지경입니다.

지미 카터 미 전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개탄한 것처럼, 이렇게 전세계적으로 규탄 받고 조롱당하는 미국 행정부를 본 적이 있습니까? 강대국들은 물론 약소국들까지 분명히 표현하고 있는 반전평화는 결코 감정적인 또는 이상주의적인 태도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이유가 분명한 여론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다수로 행동하지 않으면 안되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갖는 여론입니다. 단순한 감상으로는 이렇게 강력한 힘을 내지 못합니다.

현명한 지도자는 지금 전례없는 전세계적인 반전 여론이 어디에서 오는 지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움직임, 이 요동의 진원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는 민주주의적인 여론수렴과 인권을 존중하기 보다 힘으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부시 행정부의 오만함에서 오는 것입니다. 이 오만함이 사람들의 마음을 반대편으로 움직이고 행동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오만함은 거대한 군사력으로는 지탱될 수는 있어도 민심을 잃은 이상 오래가지 못합니다. 민심이 천심이기 때문입니다. 민심과 적법성과 명분 모두를 상실한 선제공격의 전쟁, 불법전쟁을 통한 통치, 얼마나 오래 가겠습니까? 오래가지 못하는 오만함보다는 민심을 따르는 것이 현명한 길입니다.

민심을 거슬러 전쟁 지지에 앞장서는 것은 경솔합니다.

한국 정부는 세계 여론과 세계 절대다수 국가들의 판단을 저버리고 이라크전 지지입장을 밝힘으로써 마치 미국 패권주의에 줄을 서버린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것도 미국 입장을 지지하고도 사실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왜소한 용병국가처럼 말입니다. 영국과 스페인의 정치지도자들은 전쟁의 정당성을 설파하려는 시도쯤은 하는데 비해 노무현 정부는 이라크전에 대해 일체의 판단도 하지 않고, 국내의 반전평화여론과 대화할 최소한의 시간도 갖지 않은 채 줄부터 서버린 듯 보였습니다. 이는 미국의 압력이나 국익고려 등 어떤 그럴듯한 논리로도 설명할 수 없는 외교적 패착이자 국민들을 부끄럽게 하는 저자세의 극치입니다.

이는 새 정부의 새 외교 수립에 커다란 장애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됩니다. 그런 줄서기로 미국이 이라크에서 벌일 살육전을 옆자리에서 지켜본 후에도 “평화와 번영”을 바라보며 웅비하려는 “동북아중심국가”의 구상이 설자리가 있습니까? 줄서기 용병국가로 비난받으면서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강대국들의 한가운데에서 평화와 번영을 이끌어 나갈 수 있겠습니까?

이번 이라크 침공은 국제적인 전쟁억지 원리에 대혼란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그 핵심에는 부시 행정부의 ‘예방적 자위권’, ‘선제공격권’ 주장이 있습니다. 자신의 안전을 위해 잠재적 위협을 선제공격할 수 있다는 구상입니다. 이는 위험천만한 자의적 발상입니다. 합의되지 않았습니다. 다수가 반대합니다. 전쟁억지의 보루, 유엔을 무력화시킵니다. 이보다 더 큰 평화에 대한 위협이 없습니다. 대다수 나라들이 이 전쟁을 반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전쟁에 대한 동조는 경솔하고 위험합니다.

유럽의 존경받는 정치인이자 영국의 전 외무장관인 로빈 쿡 영국 하원 원내총무는 영국의 전쟁참여에 항의, 사퇴하면서 이라크전쟁에 대한 민주주의자의 신념을 이렇게 요약했습니다. “나는 국제적인 합의와 국내여론의 지지없는 전쟁을 지지할 수 없다. 전쟁의 문턱은 항상 높아야 한다. 우리는 사담 후세인이 약하며 동시에 선제공격이 대상이 돼야 할 정도로 위협적이라는 바탕을 깔고 군사전략을 짤 수 없다.” 이는 침략의 시대를 막아야 하며 그 여론에 따라야 한다는 지혜로운 경고입니다.

“평화와 번영”을 원한다면 평화의 민심을 따르는 일부터 해야 합니다. 침략의 시대를 막아야 합니다. 이것이 당당한 외교, 철학있는 외교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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