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02-07   1814

맨몸으로 전쟁을 막겠다!

제2신-반전평화운동하러 떠나는 ‘한국 이라크평화팀’

[2신]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는 게 아니라 평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라크로 가는 자체가 반전운동으로 외교적 압력이 된다.”(한국이라크반전평화팀 한상진)

“옆집에 불이 나면 도와주는 게 당연한 게 아닌가. 그와 똑같은 마음으로 이라크에 간다. 내 아들도 곧 군대에 간다. 주부로써 아들을 전쟁터에 보내는 마음도 알고 있다. 전쟁을 통해 사람이 서로 죽고 죽이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한국이라크반전평화팀 이영화)

“이라크로 가서 최대한 많은 모습을 영상에 담아 올 예정이다. 이라크로 가는 한국인이 우리가 처음이라지만 이 것을 계기로 반전에 대한 역량이 커져서 수십백 수백명이 갈 수 있기를 바란다.”(한국이라크반전평화팀 남효주)

▲ 1시 30분 인천국제공항, 출국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국이라크반전평화팀은 7일 오후 1시 30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반대하기 위해 이라크로 출발한다. 전쟁 그 자체를 피하기 위해 맨몸으로 전쟁을 막고자 한다”고 밝혔다.

 
 
▲ 출국을 앞두고 아버지와 통화를 하고 있는 남효주 씨

이들은 이날 이라크로 떠나는 남효주 (17세)씨가 낭독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오랫동안 인간은 국인, 안보, 평화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폭력을 자행에 왔으나 전쟁은 아무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이어 이들은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이 벌어지면 어린아이들을 포함한 무고한 이라크의 민간인 피해가 예상되는 바, 이러한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한국의 평화운동가, 사회운동가, 예비 병역거부자, 환경운동가, 여성운동가, 학생운동가, 청소년, 대학생, 언론인 등은 여러 평화운동가들과 함께 전쟁 저지를 위한 활동을 하고자 한다”고 이라크로 떠나는 목적을 밝혔다.

이들은 이라크에서 세계 평화운동가들과 함께 폭격 목표물로 예상되는 주요 시설에 가서 피켓 시위를 벌일 예정이며, 이라크 입국이 전쟁으로 불가능하게 된다면 국경지역에서 난민지원사업으로 전환해 활동할 계획이다.

아울러 한국에서도 이들을 계기로 반전평화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질 예정이다. 평화운동가, 대학생,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 생태주의자, 사회주의자, 시민들이 주축이 되어 한국이라크반전평화팀 지원연대를 따로 꾸려 △ 한국이라크반전평화팀의 반전활동, 난민구호활동, 의료지원활동에 대한 재정 지원 △ 한국이라크반전평화팀 합류 희망자 모집 및 지원 △ 인터넷과 언론을 통한 한국이라크반전평화팀 홍보 및 반전운동 △ 이라크전에 대한 한국군 파병 저지 운동 등을 펼친다.

▲ 출국 수속을 밟고 있는 반전평화팀한편 7일 3시발 비행기로 이라크로 향해 출발한 한국이라크반전평화팀은 한상진, 이영화, 남효주 씨며, 나머지 신청자들은 다음주 초순에 출발한 계획이나 날짜와 명단이 확정되지 않는 상태다.

* 이라크 반전평화팀 후원계좌 : 국민은행 527801-01-069645 예금주 염창근

[1신]

우리는 지금 이라크로 간다

오늘 오후 1시 30분 한국의 평화운동가 3명이 이라크행 비행기에 몸을 실으며 기자회견을 연다. 그들은 이라크에 가서 한국의 반전평화 메시지를 전달하고, 반전시위, 난민구호활동, 의료지원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사이버참여연대는 그들이 떠나기 3일 전부터 동행취재했다. 편집자 주

여느 때와 달리 초침과 분침이 분주하게 뛴다.

초저녁부터 얼굴을 맞대고 숟가락을 섞으며 수다를 떨었건만 가슴 속에 쌓이는 아쉬움은 점점 더 커져간다.건강에 좋다는 각종 침과 식품들을 두 손 가득 들고 온 중년 여성이 있는가 하면, 중국집 사장은 이들을 위해 특별한 요리를 준비했다. 여기저기서 터지는 웃음소리가 잔칫집 분위기를 자아내는 듯 하지만, 기저에는 슬픔의 심로가 흐른다.인간방패가 아니다한상진, 이영화, 남효주 씨는 반전평화운동을 하기 위해 7일 오후 3시 이라크행 비행기에 오른다. 전세계에서 모인 평화운동가들과 어깨를 걸고 현장에서 평화운동을 펼칠 예정이다.

▲왼쪽 부터 이영화, 손이덕수 위원장, 한상진, 남효주현재 2000여 명의 평화운동가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알려진 이라크에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출발하게 됐다. 소위 말하는 ‘인간방패’운동이나 이들은 ‘인간방패’라는 용어를 쓰지 말자고 제안하고 있다.방패라는 용어 자체가 군사용어이기 때문에 ‘한국이라크반전평화팀'(이하 반전평화팀)로 자신들을 불러달라고 말했다.준비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끝이 아니다. 12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요르단에 도착하면 다시 이라크까지 가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요르단에서 이라크까지 가는 과정이 이들에게는 1차 관문이 될 듯하다. 현지 사정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그쪽 상황을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렵다. 요르단에서 입국심사를 통과한 사람만이 이라크로 들어갈 수 있으며 이라크로 가는 교통상황도 매우 나쁘다.

 
▲ 반전평화팀을 이끌고 있는 한상진 씨
 

이라크로 들어간 이후에는 오히려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평화단체들과 접선이 예정되어 있는 상태라 안심할 수 있다. 현재 각자 한두 달 후에는 돌아오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계획일 뿐이다. 돌아올 수 있는 날짜를 아무도 자신할 수 없다. 6주 후면 전쟁이 날지도 모르는 이라크, 현지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다는 외신이 매일 저녁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이라크로 간다. 평화의 메신저가 되어…반전평화팀의 이름으로 뭉친 이들은 특정단체를 대표하고 있지 않다. 평화운동가라는 개인의 이름으로 한국을 떠난다. 이 팀의 좌장격인 한상진 씨. 그는 9.11 테러의 피해를 입은 가족들이 이라크에서 반전활동을 펼쳤다는 소식을 접한 후 이라크로 떠날 결심을 했고 알음알음으로 자신의 뜻을 주변에 알린 결과 함께 갈 동지 10여 명을 모았다. 1차로 떠나는 이들은 3명이고 2차로 7∼8명이 더 이라크로 합류할 예정이다. 평화운동가를 비롯해 이들의 활동을 한국에 알릴 현직 기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준비된 평화운동가들월드컵 준비로 전국이 들썩이던 지난해 5월 ‘함께가는사람들’ 총무이자 비폭력평화연대 실무자 한상진 씨는 서울 인사동에서 ‘잘랄라마바드의 지뢰밭을 축구장으로’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고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었다.일본의 평화운동단체 Peace Boat와 손을 잡고 벌였던 당시의 운동 또한 평화운동의 하나로 아프가니스탄의 지뢰밭 1평방미터의 지뢰를 제거하는 데 드는 미화 약 1달러(약 1399원)가량의 돈, 즉 1000원 기부 캠페인을 벌였던 것이다.당시 한상진 씨는 “한반도 통일운동이 세계 평화운동으로 나가야 한다는 고민을 개인적으로 해왔다. 대인지뢰 금지운동은 통일운동과 평화운동이 만나는 접점에 있는 운동이다”고 말하며 국내외의 다양한 평화운동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토로한 바 있다.

 
 
▲ 남효주 씨의 어머니 평화운동가 이영화 씨

이영화 씨(44세)와 남효주(17세) 씨는 믿기지 않지만 대구에 살고 있는 모녀지간이다. ‘딸까지 죽이려든다’는 주변의 비난이 쏟아졌지만 이영화 씨의 가족들은 적어도 이번 반전평화팀의 합류에 ‘적어도 아무도 말리지는 않았다’고 한다.남편은 ‘사고 좀 고만 치라’고 말했고 큰아들 남기윤 씨(19세)는 ‘엄마를 믿으니까 괜찮다’고 한마디하는 게 전부다.이영화 씨의 남편이 전교조 활동을 하다 해직 위기에 처했을 때 먹고살기 위해서라도 해직은 절대 안 된다고 말하던 평범한 주부였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대구에서 처음으로 환경운동을 펼치던 주부모임 ‘함께하는 주부모임’에서 활동을 시작하며 그가 오히려 운동에 눈을 떴다.큰아들의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관심을 가지게 된 ‘참교육학부모회’에서 촌지거부운동을 벌이게 된 것도 지금의 그를 만든 계기다. 환경운동, 교육운동을 시작으로 여성운동으로 이어졌고 최근엔 대구참여연대 동구지부에서 대표를 맡으며 지역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밖에 여성신문 대구지사 국장도 맡고 있는 등 그의 직함이 한둘이 아니다.이렇게 10여 년에 걸친 시민운동에서 늘 함께 한 동지는 딸 ‘효주’였다. 5살 때부터 시민운동을 한 것과 다름없다는 남효주 씨는 시민운동의 현장에 안 가본 곳이 없는 배테랑이다.노인과 함께하는 각종 자원봉사현장이나 환경관련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나이가 들어서는 각종 콘서트 현장에서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중학교 1학년을 중퇴하고 검정고시로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후에는 평화어머니회 행사도 다니고 DMZ(비부장지대)도 다녀오는 등 다양한 시민운동을 통해 평화운동에 대한 이해를 자연스럽게 배워왔다. 두 달 전에는 명상센터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도 깊게 했다.이 3명의 반전평화팀은 지난 열흘동안 생애 어떤 시기보다 바쁘고 혼란스러웠다. 전쟁이 일어날 지도 모르는 현장에 가야 한다, 가면 안된다는 갈등은 겪어 보지 못한 사람이 차마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을 테다.이라크까지 가는 경비까지 모두 모은 후에도 주변의 만류로 막판에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반전평화팀을 꾸리기 시작할 당시보다 나빠진 국제정세 또한 이들을 두번 흔들리게 했다.그러나 빠르게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배경에는 각자 10여 년 이상 시민운동과 평화를 고민하고 실천했던 힘이 뒷받침됐다.

살아서 다시 만납시다건강을위한국민연대에 일하는 이지은 씨에게 현지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응급처치 및 간단한 의료지원활동을 위한 교육을 받고나니 밤 10시가 훌쩍 넘어갔다.내일을 위해 잠도 서둘러 자야겠고 빠진 짐들도 챙겨야 하다보니 여기 저기 부산스럽다. 한쪽에서는 공항에서 진행할 기자회견 준비에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인다.밤 11시를 넘기니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이라크로 가는 마지막 밤을 함께 보내기 위해 찾아왔던 많은 지인들과 취재진이 빠져나가고 기자와 함께 설거지를 하던 이영화 씨가 혼잣말을 한다.”왜 떠나는 우리보다 저 사람들이 더 걱정을 하는 거야?”

 
▲ 손이덕수 개혁국민정당 여성위원장

애써 불안을 감추고 괜한 역정까지 내는 이영화 씨의 마음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스스로에게 두려워 하지 말자고 다짐하는 그의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녀는 연신 눈물을 훔쳐내는 손이덕수 개혁국민정당 여성위원장을 비롯해 반전평화팀의 마지막 밤을 찾아온 이들에게 오히려 종일 위로를 했다.”외국에서는 모녀가 평화운동을 하는 사례도 많다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평화운동을 보면서 자란 아이들이 커서 전문적인 평화운동가가 되는 거지요. 반전평화팀을 꾸린다는 소식을 듣고 나도 효주도 갈등을 많이 했습니다. 효주는 손이덕수 선생님과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자신의 결심을 굳힌 것 같아요. 이라크에 가서 한반도의 평화의지를 전달하는 게 목적이지요. 우리가 이라크로 가는 것 자체가 평화운동의 실천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들이 손을 잡고 평화의 띠를 만들어야 합니다.”현재 반전평화팀에서 가장 걱정을 하는 사람은 이제 겨우 17세밖에 되지 않는 남효주 씨다. 이라크로 모이는 세계평화팀들도 부양가족이 없는 미혼성인남녀나 은퇴자로 자격을 제안하는 것이 불문율이다. 그만큼 생명을 걸어야 하는 일이다. 많은 이들의 만류가 있었지만 남효주 씨는 카메라를 통해 현지의 상황을 한국에 전하는 역할을 맡겠다고 나섰다.

 
 
▲ 이라크 현지에서 영상을 담당한 남효주 씨

“엄마가 이라크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러 가겠다고 하셨을 때, 저 스스로 고민하다 결심했지요. 요즘 청소년들은 평화문제에 별로 관심없고, 저도 별반 다르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전쟁 때문에 또다른 비극이 이어진다는 건 납득할 수 없습니다. 한반도 평화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평화의 실천이 중요하지요. 전쟁으로 세상이 몰락하는 게 아니라 도덕성 몰락이 진정한 몰락을 낳는다는 말이 있잖아요. 위험하다지만 감수하고 떠날 작정입니다.”이라크에 가면 엄마와 자신 중 누가 더 의지를 하고 활동을 벌일 것 같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날카롭게 받아친다. 속내가 깊었다.”지금까지는 엄마와 제가 가족이지만 이라크행 비행기를 타는 순간 그게 아니죠. 특별히 엄마와 저만 묶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한상진 씨와 저, 그리고 엄마가 가족이 되는 거 아닌가요. 우리 셋이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면서 움직일 거예요.”세 사람은 전쟁터로 떠나는 동지였다. 남효주 씨는 최소 한달 이상 찍어올 테이프들을 어떻게 편집을 해서 세상에 알리는 게 좋을지를 고민하고 있었고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도 준비하게 된다. 이영화 씨는 ‘100원100만명 지원운동’이나 어린이참여연대를 만들기 프로젝트에 당분간 힘을 쏟을 예정이란다.한상진 씨는 며칠째 차분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현장에서 이메일을 쓸 수 있는 장소는 물론이고 숙식을 해결할 곳, 현지 세계평화팀과의 연대 문제, 한국에서 활동을 펼칠 평화팀과의 연계도 그가 도맡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떠나기 전날 밤, 기자들에게 몇번이고 같은 말을 되뇌였다.”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이 아니라 진정으로 평화를 준비해야 합니다. 살아 돌아오겠습니다.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황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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