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4-05-14   823

‘국제사회와의 약속’은 미국이 위반한 것

미군의 팔루자 학살과 포로 학대 관련 토론회

이라크파병반대국민행동(이하 파병반대국민행동)과 이라크평화네트워크는 13일 오후 1시 30분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이라크점령과 팔루자 학살, 수감자 학대의 국제법적, 문화적 쟁점들’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아랍이슬람 문화에 대한 몰이해로 미국의 정책은 성공 못할 것

첫 발제에 나선 정상률 교수(한국외대 중동연구소)는 ‘이라크 점령정책의 지정학적·종교적·문화적 쟁점들’이라는 발제문을 통해 “아랍이슬람 문화에 대한 몰이해 때문에 현재 미국의 이라크 안정화 정책 및 주권이양정책은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라크 포로에 대한 인권침해는 종교적 정서가 강한 아랍이슬람 문화권에서는 더욱 참기 어려운 사건”이라며, “아랍이슬람 문화의 특성상 짧은 기간에 서구식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바꾸는 것은 매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석태 변호사는 “팔루자 민간인 학살 사건은 점령지역 민간인의 생명·신체·재산권 및 자유는 존중되어야 한다는 제네바 4협약(전시 민간인 보호에 대한 협약)과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 7조(인도에 반한 죄), 8조(전쟁 범죄: 민간인 주민·민간 대상물에 대한 고의적 공격금지) 등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라크 포로 학대 사건과 관련해서는 “자유를 박탈당한 모든 사람은 인도적으로 또한 인간의 고유한 존엄성을 존중하여 취급된다”는 국제인권규약 10조 1항과 제네바 3협약(포로 대우에 관한 협약),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 7조(인도에 반한 죄 : 고문 등 금지)와 8조(전쟁범죄: 포로에 대한 인간 존엄성 유린 행위, 모욕적이고 품위를 손상시키는 대우 금지) 등을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이 같은 미군의 만행은 국제법·국내법에 따라 형사처벌·손해배상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2004년 5월 11일 영국고등법원이 영국군에 의하여 불법구금된 뒤 사망한 이라크인 유족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영국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판결한 예를 제시했다.

또한, 이 변호사는 “우리나라 헌법 5조 1항에도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라고 나와 있다”며, 평화유지는커녕 심각한 인권침해를 낳고 있는 전쟁에 우리나라가 참가하는 것은 명백히 위법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사회와의 약속’은 미국이 위반한 것

서재정 교수(코넬대 정치학과)는 ‘전후 이라크’에 한국 군대를 파견해서 ‘평화재건’에 기여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파병안은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말하고, 그 근거로 △이라크는 현재 ‘전쟁중’으로 ‘전후’ 이라크란 존재하지도 않으며 △이라크 민정이양 이후 사태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농후하고 △현재 파병지로 거론되는 지역은 쿠르드족 내부의 갈등, 이라크 내전, 중동의 지역갈등이라는 삼중고를 안고 있어 결코 안전하지 않은 지역이라는 점 등을 제시했다.

서 교수는 또, 파병동의안과 파병지 조사과정에 심각한 결함이 있으며, ‘국제사회와의 약속’ 때문에 파병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다른 나라들은 약속한 파병을 철회하거나 군대를 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성을 잃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특히, 선제공격과 영토점령을 자행하여 ‘국가주권’ 개념에 반하는 국가전략을 취하고 있고, 이라크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운 ‘대량살상무기 존재’ 정보가 잘못되었다는 점을 암묵적으로 시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민간인 학살과 포로 학대로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는 미국이야말로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서 교수는 “17대 국회는 우선 파병조사단의 부실조사와 허위보고 의혹에 대한 국정감사와 청문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불패’의 환상이 ‘묻지마 파병’으로 이어져

토론자로 참가한 임영신 이라크평화네트워크 간사는 이라크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하며, “성고문 사태 등 인권침해상황과 팔루자에서 일어난 학살에 대해 주목하고, 한국시민사회가 이라크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네트워크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홍구 교수(성공회대)는 “일제 식민지, 광주항쟁, 그리고 노근리 학살 경험을 가진 우리가 파병을 한다는 것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멍청한 짓”이라고 꼬집었다.

한 교수는 “이런 멍청한 짓을 하게 된 이유는 우리에게 ‘군대동원의 원칙’이 없기 때문”이라며, “군을 동원하지 않으면 국가 존립이 위태로운 최악의 상황에서만 파병을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베트남 전의 사례를 들며 “이번에 파병을 하게 되면 반드시 장기 추가파병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은 한국이 제대로된 조사사업을 진행하지 않은 이유는 “초강대국인 미국에 대한 환상이 우리 내에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그 결과 “3천명 파병이라는 비현실적 파병안을 아무런 논쟁 없이 결정하는 우를 범하고, 그로 인해 지금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이어 “국회의 파병동의안 철회가 모든 문제를 푸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날 토론회에는 이미경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당선자도 청중으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당선자는 “17대 국회가 구성되는 현재 시점이 파병을 원점에서 검토할 가장 적합한 때”라며, “청문회 등을 통한 여론 형성의 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홍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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