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03-17   481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고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겠다”

<나의평화이야기> 영화배우 정진영, 반전평화캠페인 평화대사 되다

영화배우 정진영 씨가 참여연대 연중평화캠페인의 평화대사를 자청하고 나섰다. 참여연대 측에서 연중캠페인 ‘평화를 이야기합시다’의 평화대사가 돼달라고 부탁하자 그는 ‘대사’라는 말이 주는 거창함과 무게감이 무겁게 느껴졌나 보다. ‘대사’라는 칭호 대신 다른 게 없느냐고 겸손하게 물었다.

‘평화지킴이’ ‘평화파수꾼’ 여러 의견이 논의됐지만, 그래도 ‘대사’가 가장 적합하다고 결론내린 참여연대는 그에게 3월 15일 참여연대 제9차 정기총회 ‘평화캠페인’ 선포식 사회자를 부탁했다. 영화배우 정진영 씨가 ‘평화대사’로서 처음 활동을 시작한 날이기도 한 셈이다.

이름만 걸고 얼굴만 내비추는 게 아니라 진지하게 한반도 평화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고 싶다는 그를 만나 반전평화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았다.

평화대사 제안을 받고 결정하기까지.

=개인적으로 지난 몇 년간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고 살았다. 80년대 청년기를 보내고 그 이후 30대 중후반을 영화배우라는 직업인으로서 살아오면서 한동안 내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내가 뭘 한다는 것이 우스운 일이 아닌가라는 자괴감 같은 것이 있었다.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사회문제에 대해 고민해야 했던 상황도 작용했고 무엇보다 패배감과 무력감에서 벗어나라는 친구들의 말이 큰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참여 하나라도 소중하다는 것을 생각하게끔 만든 것 같다. 이번 평화대사 일을 하는 것이 내게는 다시금 공부하는 기회가 될 것 같다.

평화대사로서 이번 반전평화캠페인을 소개한다면.

=반전운동과 평화운동의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정치적 층위도 다를 수 있는데 이번 캠페인은 특정한 계층이 아닌 아이들, 어르신들을 포함한 모든 시민들에게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고 전쟁을 없애자는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번 평화 캠페인이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반전은 늘 필요했다. 인류가 탄생했을 때부터 전쟁은 계속되어 왔기 때문이다. 단순히 평화를 주장하면서 전쟁을 일으키는 거대한 힘을 가진 세력들을 무력화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인가라는 반문이 항상 반전평화운동과 같이 왔던 것 같다.

반전운동이라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평화운동이 구체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는가라는 회의가 들기도 한다. 거기에 대한 현실적인 답을 현재 이 반전평화캠페인도 갖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반드시 갖고 있어야 이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구체적인 힘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렇다고 아무말도 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 아닐까. 전쟁을 하지 말자, 평화를 이야기하자는 말이 허약하고 낭만적으로 들릴 수 있을지 몰라도 언제라도 해야할 말이고 앞으로도 더 해야할 말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반전평화운동의 배경은 무엇일까.

=국가간 전쟁은 강대국 전체가 아니라 국가 내 권력을 가진 특정세력들이 자신의 이권을 챙기기 위해서 일으킨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이라크전 역시 미국정부와 군수산업들이 일으키는 전쟁이다. 반대편에는 후세인이 아니라 이라크의 민중들만이 피해자로 남는 것이다.

지금 전세계에 돌고있는 반전의 메시지는 강력한 특정국가의 특정세력이 전세계를 위협으로 몰아가는 것에 대한 반대의 뜻을 전하는 것이다.

평화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상대방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자체를 인정하고 같이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 그런데 우리는 남을 인정하지 않고 이겨야한다고 생각하면서 너무 척박하게 살아온 것 같다. 사회가 상대방을 인정하는 다양성을 허용할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살아올 수 밖에 없었던 면이 있다.

일상에서 어떻게 평화를 이야기해 나가야 할까.

=평화란 지키기 힘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욱 얘기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평화를 이야기하는 것 역시 자연스럽지 않다. 역시 그래서 평화를 지키자고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가깝게는 우리가 불과 50년 전에 전쟁을 겪었고 우리 내부에서 싸움을 벌여왔고, 일반적인 사회의 일상에 반평화적 요소들이 있기 때문이다.

약육강식의 사회에서 생존을 위해 사람들이 습득하게 된 본능 속에 반평화적인 요소들이 숨어 있는 것 같다. 이것은 반전평화를 이야기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고 궁극적으로 인간성 혹은 인간존재 본성의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평화를 지키자는 것도 사회에서 약속으로 받아들여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구체적인 법제화나 명제화가 되면 좋겠지만 아직은 힘들고. 그래서 이제 평화를 다시금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평화대사로서 어떻게 활동할 계획인가.

=구체적인 내용을 계획하고 공부하고 판을 짜는 것은 실무진의 몫이다. 난 그 계획의 내용들이라도 충분히 공부하고 말 한마디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공부하겠다는 것이 그렇게 거창하게 들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내 자신 스스로 평화의 필요성과 소중함을 절실히 느낄 수 있는 공부를 해야 평화대사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용을 담지 않은 얼굴이 좋을 것 같지는 않다. 여기서 하는 일을 많이 알고 배우고 싶다.

그는 영화배우로서,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아이에게 전쟁의 상처를 남겨주고 싶지 않은 아빠로서 반전평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오는 5월 그가 크랭크인 하게 될 영화의 주제는 ‘반전’이다. 역할은 ‘장군’이라고 한다.

김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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