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4-04-14   529

“지금 파병은 이라크 민중과의 전면 전쟁 선언이다”

각계 인사 142인 ‘파병철회’시국선언 – 범국민 청원운동 제안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이하 파병반대국민행동)이 주최하는 ‘파병철회를 위한 1만인 시국선언 발기인 기자회견’이 14일 오전 10시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열렸다. 시국선언 참석자들은 이 자리에서 “이라크 상황은 이라크 민중과 미군과의 전면전이며, 이 상황에서 파병은 곧 한국과 이라크 민중 사이의 전쟁을 의미한다”면서 “오늘 1만인 시국선언 발기인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각계각층에서 파병철회를 위한 국민적 힘을 모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를 맡은 손호철(민교협 상임의장) 서강대 교수는 “이라크 파병과 같은 중요한 문제가 총선에 묻혀 부각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서두를 뗐다.

인사말에 나선 최열 환경재단 상임이사는 “1만인 시국선언은 잘못된 전쟁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대통령 탄핵 가결 못지 않게 이라크 파병은 우리 국민들을 잘못된 전쟁에 끌어들이는, 오히려 더 큰 역사적 오류”라고 파병철회를 요구했다.

정광훈 민중연대 상임대표는 “이라크전쟁은 초국적 자본에 의한 전세계 민중의 재앙이며, 우리 정부와 국회는 펜타곤의 조작된 음모를 과감히 거부해야 한다”고 단호한 의지를 밝혔다.

최병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은 ‘돌이킬 수 엇는 그릇된 선택을 막기 위해 국민이 나서야 합니다’라는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이라크인들은 시아파와 수니파를 가리지 않고 미군과 연합군의 철수, 그리고 온전한 주권을 요구하며 봉기하고 있다”면서 “1만인 시국선언을 시작으로 각계각층, 방방곡곡으로 이어지는 평화선언-파병철회선언의 봇물을 떠뜨려 주십시오”라고 국민들게 호소했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은 오늘 1만인 시국선언 발기인 대회를 시작으로 시민사회 각계각층에서 파병반대 릴레이 서명과 기자회견을 조직할 계획이다. 또 총선 직후에 각 당이 당론으로 파병철회를 정할 수 있도록 범국민 청원운동도 벌여나갈 계획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기자회견 성격에 맞게 시민사회·노동민중·문화예술·종교·여성 등 시민사회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영화인 권해효, 박득훈 이라크평화를위한기독교연대 공동대표,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강승규 민주노총 부위원장, 최열 환경재단 상임이사, 최병모 민변 회장, 손호철 민교협 상임의장, 오종렬 전국연합 상임의장, 정광훈 민중연대 상임대표, 홍근수 자통협 상임의장, 이형모 시민의신문 사장 등이 참석했다.

발기인으로 서명한 인사들의 면모도 다채롭다. 김일수 기윤실 공동대표, 김중배 전 문화방송공사 사장, 나창순 범민련남측본부 의장, 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 문정현 SOFA개정국민행동 상임대표, 박상증 참여연대 공동대표, 박찬욱 영화감독,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박용길·신창균 통일연대 명예대표, 여연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이선종 원불교 특별교구장, 한승헌 전 감사원장, 이학영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정현백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황석영 작가 등 사회원로, 청장년 활동가, 지식인와 문화예술인, 각계전문가와 시민사회민중운동 지도자 등 142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다음은 각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의 기자회견 발언을 정리했다.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시민운동)

“처음 파병을 결정했을 때 파병 지지의 주장 근거는 전쟁이 끝났기 때문에 우리 부대가 전투부대가 아니라 평화재건부대로 파병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분명히 그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파병이 되면 이라크 저항군과 민병대와의 전투가 불가피하다. 전투에 의해 양측의 사상이 벌어지면 그것은 이라크와 대한민국의 정치적 충돌로 이어질 것이고, 국가 이익의 심각한 손상이 예상된다. 평화를 수호하는 헌법의 가치도 손상된다. 파병 결정 당시와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으므로 이제라도 파병을 철회해야 마땅하다.”

홍근수 자통협 상임의장(평화통일운동)

“이라크 전면전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우리 국민의 압도적 반대여론을 알면서도 파병을 결정했다. 바라기는 17대 국회가 구성되면 제일 먼저 할 일이 16대 국회가 결정한 위헌적인 파병결정을 철회하는 일이다.”

박득훈 이라크평화를 위한 기독인연대 공동대표(종교)

“우리가 꿈꾸는 세계는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계다. 이라크 전쟁은 그 꿈을 짓밟은 행위다. 우리 국민들도 전쟁의 부당성 알고 있지만, 정치인들은 국익을 내세워 파병을 정당화한다. 경제 규모가 세계 12위 국가인 우리나라가 힘없는 이라크 민중을 짓밟는 전쟁에 참여한다면, 그런 도덕성을 상실한 국익은 오래 가지 않는다. 후손들에게 슬픈 역사를 남기지 말아야 한다. 기독교인으로 파병철회에 연대하겠다.”

오종렬 전국연합 상임의장(민중운동)

“정의와 양심의 이름으로 온 국민의 지탄을 받는 수구신문에서 2가지 충격적인 기사를 봤다. 이라크 팔루자 수니파 지역에 수많은 시아파 민중들이 식량과 물을 짊어지고 수니파를 지원하기 위해 떠나는 행렬이 개미들의 행군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또 이라크 경찰은 ‘우리 형제들에게 총을 겨눌 수 없다’고 하면서 사실상 이라크 경찰이 와해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이라크 민중에게 우리는 군대를 보낸다. 미국의 군부, 자본, 권력엘리트를 대변하는 체니가 온다. 어린아이의 팔을 비틀기 위해 방한하는 것이다. 무서운 일이다. 국민이 나서서 파병철회 요구하지 않으면 파병을 막을 수 없다. 1만인이라고 했지만 1만인 가지고 안된다. 온 국민이 나서야 한다.”

정현백 여성연합 상임대표(여성)

“팔루자 지역의 희생자가 1000여명인데, 대다수가 여성과 아이들이다. 죽고 다친 사람들 만큼 피난민고 고통스러운 것이 전쟁인데, 피난민의 80%가 여성과 아동이다. 이 부당한 전쟁에 파병은 절대 안된다.”

강승규 민주노총 부위원장(노동)

“민주노총은 파병철회를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삼고 있다. 17대 국회에서도 치열하게 파병철회를 위해 싸울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민주노총은 우리 힘으로 싸울 수 있는 후보들을 만들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권해효 영화인(문화예술)

“문화예술분야에 종사하는 많은 분들이 오래 전부터 이 불합리한 전쟁에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88년 대선 때 군대에 있었는데, 누구를 찍어야 할지 열심히 교육을 받았다. 그 전인 87년 6월에는 시위진압 훈련을 1달 동안 받았다. 수십년이 지난 오늘 우리 정부는 젊은이들에게 또 다시 피를 요구하고 있다. 이라크에 평화를 재건하는 일에는 미군의 철수 이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

장흥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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