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폐냐 핵이냐 (John Wolfstal, 문화일보, 2006. 3. 14)

지난 수개월간 북한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는 북한 의 미국달러 위조와 불법활동 문제 뒷전으로 밀려 왔다. 미국인 들이 달러화폐 위조 문제를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북한은 이 런 불법활동을 통해 얻은 이득으로 군사력과 정부를 지탱할 것이 다. 따라서 북한의 이런 활동은 한국이나 동아시아 다른 나라들 의 경제 및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위조달러 문제제기나 금융제재로 인해 북한의 핵무기 개 발 프로그램을 종식시키는 노력이 지연되는 결과가 초래된다면, 이는 미국으로서는 매우 근시안적인 정책이 될 것이다. 불행하게 도 이란 핵문제가 앞으로 다가올 수 주 동안 유엔의 중심 무대를 차지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평양의 핵개발 시도를 끝내기 위한 진전이 이른 시일내 이뤄질 희망은 거의 없다. 이런 틈을 타 서 북한은 앞으로 그들의 핵프로그램을 계속 진전시켜 나갈 것이다.

수십년동안 워싱턴은 북한이 미국의 통화를 불법적으로 복제하는 일에 관여해오고 있는 점을 우려해왔다. 북한 정부가 미국 화폐 의 불법복제와 연관돼 있다는 증거는 지난 수년동안 증가했고, 2 005년말에는 미국 법률에 따라 제재수단이 필요할 만큼 충분한 정보가 쌓였다. 지난해 북한이 6자회담에서 핵활동을 포기하기로 약속했던 9·19 공동성명이 나온 지 몇 개월도 되지 않아 미국 의 대북 금융제재가 시작됐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이를 이제 막 시작되려는 북한과의 대화를 끝장 내려는 미국 보수파들의 움직 임으로 간주했었다.

옳건 그르건 북한이 이같은 미국의 제재를 핑계삼아(사실은 북한 경제에 아무런 경제적 효과도 없지만) 6자회담 복귀를 거부하고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

북한의 이근 미국 국장이 이달 초 뉴욕을 방문했지만 이 역시 (6 자회담) 교착상태를 푸는 데는 아무 역할을 못했고 현재로서는 이런 상태가 무한정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미국 화폐를 위조한 책임이 있건 없건 간에, 이 문제는 북한의 핵개발 시도로 인한 정치·경제·안보에 미칠 파급효과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것이다. 북한은 앞으로 수개월내 에 영변 원자로 가동을 중단해 핵물질을 추가로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 일부 견해에 따르면, 영변 원자로 가동중단으로 북한은 이미 보유한 핵물질과 합칠 경우 12개의 핵무기를 만들기에 충분한 추출물질을 얻을 수 있다. 이는 북한이 작은 핵무기고를 갖게 됨을 의미하는 것이며 핵위기를 종식하려 했던 미국의 외교적 노 력이 사실상 실패했음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행정부내의 이념적, 정책적 갈등 때문에 북한의 핵개발 노력을 끝낼 수 있는 집중적인 정책을 추 진하지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란의 핵 문제 때문에 동아시 아의 핵 위기를 종식하기 위한 새로운 노력이 워싱턴에서 나올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지금까지 북한의 핵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 해왔지만 실제로 그런 현실을 막는 노력은 실패해왔다.

한국의 당국자들은 북한 위조달러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정당한 우 려를 지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워싱턴의 우선순위를 북핵문 제에 두도록 하려고 노력해왔다. 말하자면 양측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줄타기 곡예를 해온 셈이다. 북핵문제는 위조달러보 다는 미국과 한국 모두에 훨씬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하지만 부시행정부는 북핵문제를 우선해달라는 한국측 요청에 대 해 귀를 닫아왔다. 이는 부시 행정부가 중장기적 결과를 무시한 채 ‘핵을 가진 북한’이라는 현실과 함께 살아갈 준비가 돼 있 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북핵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한 주도권은 워싱턴이 아닌 다른 곳에서 나와야만 한다. 서울과 베이징(北京)의 관리들은 워 싱턴과 평양을 6자회담으로 다시 끌어내기 위한 창의적인 노력을 계속 추구하든지, 아니면 그들 역시 ‘핵보유국 북한’을 이웃 으로 두고 살아갈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결국 위조달러라는 상대적으로 작은 문제가 동아시아의 핵확산을 막기 위한 길에 장애물이 된다는 사실은 미국의 대북정책, 그리 고 동아시아 외교정책의 결함을 보여주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잔여임기가 3년밖에 안 남아 있다는 점을 감안하 면 워싱턴에서 새로운 북핵해결 노력을 기대하기란 힘들다. 때문 에 북한은 앞으로 꽤 여러 달이 지나도록 계속해서 플루토늄도 생산하고 위조달러도 만들어낼 수 있을 것같다.

[[존 B 울프스탈 · 국제전략문제硏 연구원] 영어원문은 ww.munhwa.com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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