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개발 의혹 해명하고 북미간 포괄협상에 나서야

‘북핵 평화적 해법 찾기’ 토론회 개최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위한 정부차원의 외교적 접촉들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시민사회 내에서도 북핵문제의 해법을 도출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들이 펼쳐지고 있다.

1월 7일 오후 3시 참여연대 2층 강당에서는 “북핵, 그 평화적 해법은?”이라는 주제로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열띤 토론이 진행되었다. 민주사회정책연구원과 학술단체협의회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연구자들과 외교안보연구원,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이번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국 정부의 주도적인 역할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하면서도 북한의 핵개발 의도와 구체적인 해법 제시에 있어서는 미묘한 인식 차이를 드러냈다.

▲”북핵, 그 평화적 해법은?”이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

박선원(연세대 통일연구원) 박사는 발제문을 통해 탈냉전기 미국의 안보전략 사상을 소개하면서 부시행정부의 안보전략은 패권에 의한 국제질서유지를 바람직한 세계질서로 상정하고 어떠한 형태의 위협에도 독자적 대응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추구하는 수위(Primacy)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9·11 테러 직후 전세계를 상대로 부시행정부의 독단에 가까운 행동이 용인되고 있고, 소위 ‘불량국가’의 초보적 대량살상무기 개발 및 조립 능력에도 기꺼이 ‘예방전쟁’을 불사한다는 입장을 밝혀 전세계가 경악을 금치 못하는 지경이 됐다고 보았다.

북미간 협상 추진돼야

미국은 근본적으로 북한을 화해와 건설적인 간여정책의 대상으로 보고 있지 않으며 군사력 등 물리력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제거돼야 하는 테러지원 국가로 규정하고 있으며 그것이 미국의 대북강경책으로 표면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박선원 박사
박선원 박사는 “이런 부시행정부의 공세에 가능한한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했던 북한을 미국은 지속적으로 궁지로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부시행정부가 클린턴정부 말기 채택된 ‘북미공동성명’을 폐기한 것에 이어 9·11 테러 이후 미국 측에 위로의 뜻을 전하면서 반테러에 협력하겠다는 북한의 메시지를 외면”했고, “이란, 파키스탄, 시리아 등에 대해 경제지원 또는 각종 제재를 철회하면서도 북한에 대해서는 입장변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박 박사는 “지난 해 7월부터 내부개혁과 대외관계 개선을 통해 미국의 압박을 우회하려는 전략을 채택한 북한이 지난 10월 켈리 특사의 방문을 미국의 입장변화 가능성으로 오판했다”고 지적했다.

북핵문제 해결에 대해 박선원 박사는 “북한과 미국간의 맞대결이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는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북한이 대미순응이나 주변국에 의존해 외교적 돌파구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북한이 최소한 폐연료봉과 재처리시설에 대한 감시장치의 재가동과 사찰요원의 접근을 허용해야 하며 이것을 통해 북미간의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이런 조치를 먼저 취하지 않을 경우 현재와 같은 한국 정부의 중재노력은 수포로 돌아갈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박 박사는 그밖의 가능한 선택지로 KEDO 사업중단이나 미국의 이라크전에 대한 지원, 남한 주도의 중유제공 및 대북경제협력 등 북한에 대한 한국정부의 약간의 제제와 포용정책을 통한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한편 UN을 통한 해결 가능성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북한 내부단속과 체제유지 위한 카드?

▲김태효 교수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김태효 교수(외교안보연구원)는 “현재 시민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북핵문제의 책임공방에 대한 논쟁은 무의미하며 현재 한반도가 처해 있는 안보환경에서 현실적인 대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세계전략 속에서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NPT의 와해를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거라는 점에서 북한이 정권안보 차원에서 핵카드에 집착하는 이상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평화적인 협상만을 통한 설득방안은 성공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교수는 “최근 북한의 핵동결 해제조치들이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핵카드라기보다는 군사적 열위를 극복하기 위한 ‘핵무기 보유’ 목적도 상정할 수 있으며 북한 내부단속과 체제유지를 위한 돌파구로서 활용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법은 북한이 농축우라늄 개발 계획을 전적으로 폐기할 것을 약속하고 현재 차질을 빚고 있는 경수로 건설 일정을 재조정하는 것 등을 통해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시민사회, 반전평화 메시지 국제사회에 알려야

▲김연철 박사
김연철 박사(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도 “지난 10월 농축 우라늄 개발을 둘러싼 핵파문이 일던 당시 북한은 이를 적극 해명하기보다는 핵카드화했다”고 지적하면서 “우선 북한이 핵개발을 둘러싼 의혹들을 해명하는 것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박사는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해명과 동결조치들과 북미 제네바 체제 유지를 전제로 한 북미간의 포괄협상으로 시급히 국면이 전환되어야 하며 이로써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포기와 미국의 불가침에 대한 책임있는 입장표명,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대북경제지원 및 협력을 확대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경수로 건설 프로그램이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를 대체할 방안마련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제네바 합의 체제의 미비점을 개선, 보완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미국의 대북강경책과 한반도 위기조성과 관련해서 한국 시민사회는 반전평화에 대한 요구들을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알려나갈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에 모인 참석자들은 북한 핵문제의 발생 원인에는 미국의 책임이 있다고 단호하게 주장했고, 남과 북이 주도하는 ‘민족공조’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동북아 평화체제 위한 남한의 리더십 시급

▲유영재 사무처장
유영재 자통협 사무처장은 “북핵문제가 불거진 근본 원인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에 있으며 북한의 핵무기 개발계획 부인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명확한 증거제시도 없이 북핵문제를 의도적으로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과 북한 양측에 책임을 지우는 양비론은 결과적으로 미국의 주장에 동조하게 되는 것”이며 “북한 정권과 인민들을 분리해서 사고하는 것 역시 부시행정부의 대북고립정책을 정당화하게 된다는 점에서 자제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미국에 대해서는 비판과 압박의 태도를, 북한에 대해서는 공조와 설득의 태도가 필요하다”고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입장을 변화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제시되지 못한 상태에서 일부 시민단체들이 북한이 핵동결 해제조치를 대미협상을 위한 외교적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입장도 전달됐다.

유 처장은 “북핵문제가 ‘미국이 북한에 대해 체제안전과 전력문제 해결을 보장하고 북한이 미국에 대한 안보우려를 해소하는 것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에 대한 반대투쟁이 곧 반전평화운동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시민사회운동은 반미반전 운동을 상호보완적으로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남북한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인식의 공유가 이뤄졌으며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 중 ‘민족공조’가 바람직한 해법인지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 밖에 참석자들은 한반도 비핵화가 통일 이후에도 한반도 안보전략에 부합함을 인식해야 하며 남북한간에 이런 비핵화 의지를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편 한반도 및 동북아에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남한의 평화적 리더쉽이 시급히 요구된다는 점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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