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비핵지대 든든한 디딤돌 만든 도쿄 한-일 의원 시민단체 회동



– 동북아비핵지대화를 위한 한일 의원 공동성명 발표 2월 28일 일본에서



지난 2월 28일 일본 도쿄에서 ‘핵문제에 관한 한일의원회의’ 및 ‘한일 시민사회 전략회의’가 개최되었습니다. 한일 의원 및 시민사회는 북한만 핵을 폐기할 뿐만 아니라, 남북과 일본이 핵억지력에 의존하는 안보정책을 수정하고 주변 핵보유국도 이에 협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동북아비핵지대화 추진에 합의했습니다. 그리고 2010 NPT(핵확산방지조약) 검토회의에서 이것이 의제화되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


동북아비핵지대화 논의의 흐름 따라가기


이와 같은 성과는 지난 1년간 다양한 논의와 합의를 기반으로 나온 것입니다. 2009년 3월 참여연대(한국), 평화네트워크(한국), 피스데포(일본), 피스보트(일본)와 같은 한일 시민단체들이 주축이 되어 ‘동북아비핵지대화 지지성명’을 제안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기 위한 서명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동북아비핵지대화 구상’은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핵을 폐기하는 동시에 한국과 일본은 핵억지력에 의존하는 핵우산 정책 폐기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북아시아를 둘러싼 핵보유국인 미국, 러시아, 중국은 남북일에게 핵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소극적 안전보장(NSA) 보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일 시민사회는 동북아비핵지대화 구상이 북핵 해결을 통한 한반도와 동북아의 비핵화와 평화 구축에 큰 단초를 제공할 것을 기대합니다. (동북아비핵지대화 성명 바로가기)


2009년 10월 PNND(핵군축을 위한 세계의원연맹) 총회에서 만난 한일 PNND의 각각의 대표인 이미경 의원(한국)과 이누즈카 다다시 의원(일본)이 동북아비핵지대화 구상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하면서 동북아비핵지대화 구상은 시민사회의 구상을 넘어 한일 의원들과의 협력으로까지 그 논의 기반이 확대되었습니다.


한일 의원 및 한일 시민사회는 2009년 11월 23일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비핵지대를 위한 한일국제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하였습니다. 국제회의를 통해 한일 양국의 의원들과 시민단체들은 각각이 구상하는 동북아비핵지대화 상과 그 실현을 가로막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고민과 해결책을 서로 공유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국제회의 내용 더 알아보기)


이와 같이 지속된 교류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일 의원들과 시민단체들은 다시금 한자리에 모여 ‘동북아비핵화를 위한 한일 국회의원 공동성명’을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이 공동성명은 한-일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참여에 힘입어 양국 국회의원들이 합의해 낸 최초의 동북아 비핵화 선언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큰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핵억지력에 의한 안전보장은 동북아에 진정한 평화를 정착시키기 보다는 끊임없는 불신과 대립 속에 군비경쟁으로 인한 안보불안을 영구화할 뿐이다”고 선언한 것은 획기적인 일입니다.




성명을 통해 한일 양국 의원들은 “북한은 물론 한국과 일본 모두 핵무기 보유를 금지하며 북한, 한국 그리고 일본에 대한 핵무기의 사용 및 위협을 금지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동북아 비핵화’를 위해 한일 양국 정부, 국회의원, 자치단체, 평화를 희구하는 모든 시민과 NGO이 협력해 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한일 의원들은 또한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는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다른 6자회담국들이 이미 합의한 신뢰구축 조치를 이행할 것도 촉구하였습니다. 더불어 원폭 피해자뿐만 아니라 원폭 피해자 2세들을 명시적으로 공동성명에 반영함으로써 원폭 피해자들에 대한 양국의 관심과 관련 제도 마련을 촉구하고 이를 위해 협력하는데 합의했습니다.


공동성명에 한일의원과 시민단체들이 합의하는 과정은 쉬운 과정만은 아니었습니다. 오랜 반핵운동 역사를 가진 일본과 아직 그러한 대중적 기반을 갖지 못한 한국의 조건의 차이, 북한의 핵 개발의 배경과 해결방안에 대한 한일 의원들간, 그리고 의원과 시민사회간의 시각 차이 등 앞으로 좁혀나가야 할 차이점들이 존재함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다양한 사회계층과 국제사회로부터 풍부한 지지와 폭넓은 지지를 확보하자는 취지에서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을 찾고 이를 공동성명에 반영하고자 노력하였고, 그 결과는 한일 의원 공동성명에 균형있게 반영되어 있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한 앞으로의 과제들


참여연대는 공동성명 작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시민사회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또한 동북아 비핵지대화 구상을 의제화하는 노력과 함께 동북아 핵위협 제거를 위해 병행되어야 할 연관된 다른 노력들의 필요성도 제기하고자 했습니다. 이날 회의에서 밝힌 참여연대의 의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의견은 지난 2월 중순 개최된 한국 시민사회단체들의 사전 간담회에서 조율된 의견입니다.


첫째, 동북아비핵지대화 구상과 실현에 있어 정부만이 아닌 시민과 의회가 행위자로서 참여해야 함을 역설했습니다. 정부는 종종 안보에의 위협과 그로 인한 공포를 과장하거나 이를 악용하기도 합니다. 북한은 핵개발을 정당화하기 위해 식민지 시대(자주)와 미국의 선제공격(자위)에 대한 공포를 과장하는 경향이 있고, 한미일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공포, ‘불량국가’라서 핵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할 것에 대한 공포를 유포하고 이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제 국가가 아닌 시민 스스로 정부가 강조해온 위협과 공포에 대해 주체적으로 재평가하고 정확하게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경을 넘어 서로가 느끼는 공포와 위협을 객관화하고 공유하는 과정에서 공포에 기반한 안보가 아닌 신뢰에 기반한 평화의 대안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둘째, 동북아에서 핵위협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핵 포기만 강조될 것이 아니라, 핵보유국들의 핵 선제공격 포기, 핵우산 정책 철회 등의 구체적 조치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와 같은 원칙은 핵무기 없는 세상 실현을 위한 핵군축, 비확산의 최소한의 전제조건입니다. 핵 보유국의 핵선제공격 정책과 이에 의존하는 핵우산 정책은 핵위협을 확대재생산하는 매우 공격적인 정책입니다. 오바마 정부의 새 핵태세보고서(NPR)는 핵무기를 방어의 목적(Sole purpose doctrine)으로만 사용하겠다는 선언을 포함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비핵국가의 위상을 견지하고 핵 없는 세상을 지지한다면 동북아 비핵지대를 향한 양국 의원들의 선언에 핵우산 정책의 폐기와 핵 선제공격 금지 선언의 촉구가 당연히 포함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제안은 양국 국회의원 성명에서는 한일 양국은 핵억지력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는 우회적 표현으로 정리되었습니다.


셋째, 동북아시아 비핵지대화를 위해 6자회담 당사국들의 합의이행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이 6자회담에 다시 나오는 것 외에도 6자회담 당사국 모두의 합의이행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현재 6자회담의 교착상태를 북한의 책임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좀 더 다각적으로 북핵 문제가 악화되어온 배경과 경위를 살펴보고, 6개국 모두의 책임 있는 합의이행을 촉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해결되면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입장이 더러 제기되는데, 북핵 폐기는 상응하는 조치를 통해 대가를 지불해야 할 협상이며, 그 과정에서의 관계정상화는 쌍무적인 것이지 결코 선물이나 시혜라 할 수 없습니다.


넷째, 평화적 핵이용권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핵물질의 재처리 문제가 동북아 비핵지대화 논의와 병행하여 신중하게 재검토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평화적 핵이용권은 NPT가 인정하고 있지만, 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핵물질을 생산 축적하는 것이 특정국가에게만 예외적으로 허용되어서는 곤란합니다. 특히 일본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재처리 시설의 보유는 동북아  비핵지대화 논의에 장애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은 일본과 원자력협정을 체결하여 핵재처리를 용인하였고, NPT 미가입국인 핵보유국 인도와도 핵기술 교류에 합의했습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한국정부도 인도와 원자렵협정을 맺기로 합의한 데 이어 미국과의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재처리시설을 확보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일부에서는 이제는 남한의 핵주권에 대해 입장을 보다 분명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북한의 NPT 복귀를 촉구하고, 평화적 핵이용도 당분간 유예할 것을 주장할 명분을 잃게 만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평화적 핵이용이라 할지라도 다자간 합의의 대상이며 동북아에서도 이를 위한 논의를 병행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동북아비핵지대화 논의에 있어 군축에 대한 논의와 합의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함을 지적했습니다. 동북아비핵지대화 실현에 있어 상호신뢰구축과 군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핵무기에 의해 억지력을 만회하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될 것입니다. 일본과 한국을 포함해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MD(미사일방어)체제 구축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주지하듯이 MD는 핵군축 논의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어온 공격적 군비입니다. 동북아 비핵지대화 논의는 MD 프로그램에 대한 재검토와 병행되어야 합니다. 미사일 위협이나 2중 용도의 기술개발, 그리고 무기수출 등에 동등하지 않은 기준이 적용되어서도 안됩니다. 북한이 국제기구에 신고된 위성인 ‘은하 2호’를 발사하자 한미일 3국은 이를 대포동 2호라고 규정하여 유엔 제재를 관철시켰습니다. 그러나 몇 달 뒤 이루어진 한국의 나로호 발사는 미사일 실험으로 간주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집속탄과 같은 비인도적 무기까지 포함하는 주요 무기 수출국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무기수출만 문제시 됩니다.


2010 NPT 검토회의를 준비하며


돌아오는 5월에 열리는 2010 NPT 검토회의는 동북아비핵지대화 구상에 대해 국제사회가 공유하고 공감대와 지지기반을 확대하는데 매우 중요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한일 의원들과 시민사회는 동북아비핵지대화 구상이 NPT 의제로 채택될 수 있도록 한일 정부를 적극적으로 설득하는데 합의하였습니다. 또한 NPT 검토회의가 검토되는 기간 동안 동북아비핵지대화 구상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뉴욕에서 개최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NPT 검토회의가 이를 여론화하는데 중요한 기회가 될 수는 있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한 동북아비핵지대화는 단시일내에 이뤄질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서로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좁히고 공감의 폭은 넓히고자 한일간의 교류를 확대하는 동시에 동북아비핵지대화 당사국들인 다른 국가의 시민사회와 의원들과도 교류를 넓혀 시민사회가 이니셔티브를 지고 동북아의 신뢰구축에 기여하고 더 나아가 동북아비핵지대화를 실현하고자 노력하고자 합니다.




[동북아 비핵화를 위한 한일 의원 공동성명]


세계는 지금, 핵문제를 둘러싸고 중대한 기로에 놓여 있다. 동북아 지역에서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6자회담의 재개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한편, 2009년 4월 오바마 대통령의 프라하 연설과 2008년 10월 유엔본부에 발표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연설 등에서 보여준 리더십과 ‘핵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세계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핵보유국과 비핵보유국이 핵을 둘러싸고 대립을 지속하고 있는 동북아 지역의 비핵화는 ‘핵 없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한 세계적 노력의 시험대이다. 동북아의 지난 역사를 돌이켜 보면, 핵무기에 의한 참화를 경험한 유일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핵억지력에 의존하는 안전보장을 선택해 온 역설적인 상황이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핵억지력에 의한 안전보장은 동북아에 진정한 평화를 정착시키기 보다는 끊임없는 불신과 대립 속에 군비경쟁으로 인한 안보불안을 영구화할 뿐이다. 이에 한일 국회의원은 냉전의 유산을 종식시키고 상호 신뢰에 기반한 동북아의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다.


1. 북한은 물론 한국과 일본 모두 핵무기 보유를 금지하며 북한, 한국 그리고 일본에 대한 핵무기의 사용 및 위협을 금지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동북아 비핵화’를 위해 한국과 일본이 연대하고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한다. 이의 실현을 위해 한일 양국 정부, 국회의원, 자치단체, 평화를 희구하는 모든 시민과 NGO의 노력을 촉구한다.
 
2. 한일 양국 정부에 대해, 북한과의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관계 정상화를 진척시키고,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관련당사국들이 북한이 회담에 복귀할 수 있도록 신뢰 가능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북핵문제 해결에 힘쓸 것을 촉구한다.


3. 한일 양국 정부는, 한국인 피폭자를 포함한 원폭 피해자 및 피폭 2세들을 위한 치료와 보상을 약속하고 지원하며, 이에 필요한 구체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원폭에 따른 비극을 반면교사로 삼아 핵무기 폐기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고, 역사로부터 배울 수 있는 교훈에 기초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4. 동북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동북아 비핵지대 구상이 매우 효과적인 제안임을 인식한다. 이 제안에 대하여 한일 양국 정부를 비롯한 지역 내 관련국들이 충분히 협의할 것을 적극 요청한다. 또한, 국제적인 지지를 획득하기 위해 다양한 주체의 노력이 지속되길 희망한다. 한일 양국 정부에 대해, 금년 5월 핵비확산조약(NPT) 재검토회의에서 동북아 비핵지대 구상의 창설을 주장할 것을 요청한다.


5. 한일 국회의원은, 위에 명시한 오바마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연설에서 보여준 ‘핵 없는 세상’을 위한 노력이 동북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중대한 전기를 만들었다고 인식하고 이에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한다. 그리고, NPT 검토회의를 비롯해 이후에도 다양한 기회를 통해 동북아 비핵화 실현을 위해 협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2010년 2월 28일


PNND 한국위원회, PNND 일본위원회 [핵문제에 관한 한일의원회의]
참석 국회의원 일동



* 참석 국회의원


PNND 한국위원회
권영길 의원(민주노동당), 박은수 의원(민주당), 이미경 의원(민주당), 조승수 의원(진보신당)


PNND 일본위원회
곤도 쇼이치(민주당 중의원), 히라오카 히데오(민주당 중의원), 우부카타 유키오(민주당 중의원), 이누즈카 다다시(민주당 참의원), 스토 노부히코(민주당 중의원), 오카와라 마사코(민주당 참의원), 가키자와 미토(민나노당 중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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