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반대 논리를 반박한다

전작권 환수에 관한 오해와 억지주장, 대미협상력만 저하시킬 뿐

한미동맹의 재조정과 관련해 주한미군의 역할에 대한 관리가 중요한만큼이나 주한미군과 한국군과의 관계 재설정 문제도 그러하다. 한국전쟁 다시 이승만 대통령이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에게 한국군에 대한 지휘권을 부여한 이후 한국군 대부분은 미군 장성의 작전지휘 또는 작전통제를 받아왔다. 이는 전쟁수행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새로운 전쟁을 방지한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측면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 경제 군사적 성장과 안보환경의 변화는 군사주권 회복을 앞당기려는 노력에 탄력을 붙여주었다. 최근 작통권 환수에 관한 한미간 합의는 한국과 한미동맹의 성숙을 지향한다는 의미에서, 그리고 한국군의 균형발전과 작전기획능력향상, 대북협상력 제고 등의 차원에서 고무적이다. 그러나 한국 내에는 환수를 반대하는 견해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는 한국 안보 문제에 대한 오해가 자리하고 있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첫째, 세계에는 독자 능력으로 자국을 방위하는 나라는 없으며 국제적 추세인 “다자간 집단안보”를 유독 우리가 거부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 있다. 당연한 얘기이다. 문제는 작통권의 환수가 집단안보(collective security)나 집단방위(collective defense)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는 데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세계 각국은 유엔과 같은 집단안보체와 나토와 같은 집단방위체를 통해 국방을 효율적으로 도모하고자 하며, 이러한 기구는 ‘독자적’인 군사 단위들이 안보나 방위를 위해 협력하는 체제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한국의 작통권 환수는 한미공동방위체제라는 집단방위의 선결조건이 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군의 대부분은 주한미군과 융합(combined)되어 있다. 연합사라는 체제 하에 하나의 군대인 셈이다. 작통권 환수는 한국이 비로소 명실상부하게 집단방위체의 일부가 됨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집단방위체의 전형인 나토의 지휘체계가 한미연합지휘체계와 별로 다를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간단히 말하면, 양자는 질적으로 다르다. 26개 회원국으로 구성되는 나토의 사령부 예하에는 상비군이 거의 없고, 유사시 동원체계만 존재한다. 각 회원국은 전평시작통권을 보유하고 있다. 1982년 영국이 독자적으로 아르헨티나와 전쟁한 것이 한 예이다. 유사시를 생각하여 나토에 사전 지정된 부대는 전체의 10% 정도이다. 유사시에도 회원국이 독자적으로 판단하여 병력 동원 및 배속을 결정한다.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하나로 결합되어 있는 한미연합사체제에서 한국군은 평시에도 작전통제의 핵심 (전시 작전계획 수립 및 발전, 전쟁억제·방어·정전협정 준수를 위한 연합 위기관리 사무, 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보 상호운용성 등 연합권한위임사항)을 행사하지 못할 뿐 아니라, 그 대부분은 데프콘 3이 발령되면 자동적으로 주한미군사령관인 연합사령관의 작전통제 하에 들어가게 된다.

둘째, 미군은 역사적으로 타국군의 통제 하에 들어간 적이 없으므로 작통권 이양시 남한으로부터 철수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기우이다. 작통권 환수는 한국군이 미군을 작전통제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즉 한미연합전력구조를 일본에서처럼 두 나라의 분리된 작전기구가 서로 협력하는 합동전력구조로 전환하는 것이다. 따라서 작통권 이양은 주한미군이 떠날 이유가 되지 않는다. 주지하듯, 작전통제권은 전쟁시 한국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유엔군 사령관에게 부여한 것인 반면, 미군의 한국 주둔은 전쟁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거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법적으로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인 것이다. 방위조약이 준수되는 한 주한미군이 떠날 이유는 없다. 현재 한미양국은 방위조약의 견결성을 강조하고 있다. 부연하건대, “우리가 미국을 붙들어놓고 있는 것은 우리 나라의 생존전략”이라는 주장에 공감하는 시민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작통권 환수가 미군을 내보낼 것이며, 따라서 우리의 생존이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는 주장은 논리에 맞지 않고, 사실이 아니다.

이 문제와는 별도로 주한미군 철수를 미국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한국 국가전략의 관점에서 유익할 것이다. 사실, 주한 미군의 철수는 미국으로서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세계안보전략에 큰 차질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하나의 예로, 주한미군이 철수하게 되면 대규모의 미군이 주둔하는 유일한 아시아 국가는 일본이 될 것이고, 그 결과로 항존하는 강경파들이 일본의 군사독자노선 및 재무장을 용이하게 선동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안정과 현상유지를 목표로 하는 미국의 대동북아안보전략은 큰 차질을 빚게 된다.

아울러, 통일한국을 상정할 때 주한미군의 정치 경제 군사적 중요성은 배가된다는 점이 지적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한반도가 통일될 경우 반일 민족주의가 크게 대두될 가능성이 있고, 미국이 다양한 이유에서 한국 대신 일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할 때, 한중간 경제적 상호의존과 문화적 동질성의 수준 등을 감안하면 대일본 한중전략공조체계가 형성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경제 군사 외교적으로 대국의 잠재력을 가진 통일한국이 반일 민족주의를 고리로 해서 21세기 경쟁자인 중국과 공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심각한 정치 경제 전략적 손실이자 위기로 인식될 수 있다. 미국은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이야말로 이러한 위기의 현실화를 예방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은 오랫동안 한반도 통일 이후에도 미군을 주둔시키고 싶다는 의도를 공공연히 밝힌 바 있다.

둘째, 한국 정부가 작통권 환수시점으로 고려하고 있는 2012년은 대북억지의 관점에서 시기상조라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작통권 환수가 미군철수를 야기하고 따라서 한국군이 단독으로 대북억지를 수행해야 한다는 ‘반사실적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어야 한다. 나아가 대북억지 차원에서 2012년이 결코 시기상조가 아니라는 점은 미국 역대 정부의 국방당국의 지속적인 분석에 의해 정당화된다. 1990년대초 미국은 탈냉전적 안보환경과 미국의 국내 정치 경제적 조건변화에 부응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3단계 감축을 포함하는 동아시아안보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감축과정 제3단계 즉 1996년 이후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고 작통권을 한국에 이양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정치인이 아닌 국방관리와 전문가들이 객관적 사실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내놓은 결과물이다. 당시의 판단 기준, 분석기법, 연구 주체는 현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1996년 경 작통권 이양이 가능하다는 판단은 그로부터 16년 후에는 더욱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다. 1996년 경 미국이 판단한 남한의 대북 군사 우위는, 단순히 경제력 차이만 고려하더라도, 2012년에 가서는 훨씬 더커질 것이라는 계산이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 재래식 무력은 남한이 우위에 있을지 모르지만 북한은 핵무기를 갖고 있으니 작통권 환수를 추진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있다. 간단히 말하면, 북한 핵은 작통권이라기보다는 핵보복에 의해 억지될 수 있는 것이다. 북한 핵보유를 가정하여 한국 안보를 생각해보자. 핵은 일반적으로 선제사용될 수 없는 무기로 간주된다. 핵보복이 이뤄져 결국 자살행위와 같기 때문이다. 핵보복은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대억지 또는 핵우산의 결과이다. 혹자는 미국이 남한에 대한 핵우산을 철회할 수도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안보정책의 핵심이 핵확산금지에 있으므로 이는 그야말로 기우이다. 즉 미국이 동맹국에 대해 핵심적 안보공약을 철회한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만일 핵우산 철회가 이뤄지면 한국은 핵무장을 서두를 것이고, 그에 따라 일본 대만 등도 그 뒤를 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바, 동북아에는 핵무기경쟁이 일어나고 핵확산금지체계는 붕괴되어 미국이 추구하는 핵에 기초한 패권적 안정에 심대한 도전이 제기된다는 말이다. 대한국 핵우산 철회는 동맹파괴, 경쟁적 패권세력 부상, 세계안보레짐 붕괴 및 핵전쟁 발발 가능성 증대로 어느 미국 지도자도 상상키 어려운 정책이다.

북한 핵은 억지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보유는 주변국을 불안하게 하기 때문에 제거되어야 한다. 한국 미국 등 6개국은 이를 위한 정치외교적 과정에 진입해있고, 이 과정이야말로 북한핵을 제거할 수 있는 유일한 경로로서 참가국 모두 진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혹자는 김정일 위원장이 핵 보복의 가능성을 무시하고 핵무기를 선제사용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비이성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할 가능성 여부와는 별도로 이 주장과 작통권 환수 반대와는 논리적 연관성이 없다. 김 위원장이 비이성적이라면 핵무기 선제사용을 포함해 무슨 짓도 할 수 있는 것이며 그렇다면 그를 억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고, 따라서 작통권 환수를 하든 하지 않든 결과는 마찬가지인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작통권 환수는 불가하다는 논리는 어떤 경우든 견강부회인 것이다.

넷째, 작통권 환수시 미국이 제공하던 대북전략정보를 한국이 독자적으로 획득해야 하기 때문에 극도로 취약한 한국의 정보전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재원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먼저 미국은 작통권 이양 후에도 한국과 대북전략정보를 공유하겠다고 공약한 바 한국이 독자적으로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아울러 위의 주장은 한국의 대북정보획득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2006년 7월 발사된 아리랑2호 위성에 탑재된 카메라의 해상도는 전 세계적으로 5개국만 보유한 1m급이다. 이는 미국 첩보위성의 해상도인 가로세로 30cm에는 비교되지 않지만, 북한군의 병력이동이나 군수시설 정찰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또 백두/금강 사업이 완료되면 한국의 정보수집능력은 크게 개선될 것이다. 백두 전자 장비의 성능은 휴전선에서 5백 km 떨어진 북한 지역(백두산 일대)까지 전파 감시를 할 수 있고, 금강 전자장비의 성능은 휴전선에서 1백 km 떨어진 금강산까지 영상 및 음성 정보를 감시할 수 있다. HAWKER 800XP에 탑재되는 E시스템사의 원격 조정 감시체계(RCSS)를 이용하면 평양 이남 지역에 있는 가로 세로 30cm크기의 농구공만한 물체까지 포착하며 촬영할 수 있고, 야간에는 이동 표적을 탐지하기도 한다. 초고정밀도의 카메라를 부착한 우리별3호 위성은 한국군이 대미 정보의존을 줄이고 우리 군 자체의 “정보 자주화”를 위해 총 2,439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고 있는 백두/금강 사업과 연계, 첨단 군사 정보를 실시간에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영상정보와 신호정보 체계의 획기적 개선 가능성 외에 인간정보의 측면에서는 한국이 오히려 미국에게 대부분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작통권의 환수가 엄청난 예산을 필요로 할 것이라는 주장은 비슷한 맥락에서 정당화될 수 없다. 일부 반대론자는 구체적 수치를 제시한다. 예를 들어 “U‐기를 1회 운용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100만불이고, 현재 1일 평균 2‐회 운영 중인데 이를 비용으로 계산하면 1일 20억 내지 30억, 1년이 되면 U‐기 하나만 가지고도 1조 9,050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현재 주한미군의 주둔가치는 약 33조 원으로 판단되고 있으며 증원군의 자산가치는 약 387조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재 한미연합방위체제 하에서는 방위비 분담금으로 금년기준 6,800억원을 분담하고 있는데 만일 전시작전권단독행사 이후 미측이 지원역할로 전환되어 이들 비용을 항목별로 추가해서 한국에게 요구한다면 그 비용은 천문학적인 숫자가 될 것”인데 한국은 이를 부담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자기모순에 빠져있다. 즉 앞에서는 작통권 환수가 주한미군의 철수와 한미동맹의 폐기를 의미하여 한국이 그간 주한미군이 수행하던 임무를 모두 떠맡아야 할 뿐 아니라 미 증원군도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인 반면, 뒤에서는 미군의 주둔을 전제로 하는 분석이다. 요컨대 작통권 환수의 비용을 의도적으로 부풀리기 위해 양립불가한 상황들이 동시에 발생할 것이라며 현실을 조작하고 있는 셈이다. 뿐 아니라, 양자를 분리해서 평가한다 해도 합리성을 결여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주한미군은 작통권 이양 후 U‐기를 운영하지 않거나 대북전략정보를 한국과 공유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객관적 분석의 결과가 아니다. 미국 정부는 미군이 한국에 주둔할 것이고, 한미동맹 상의 공약을 지킬 것이라 공식화한 바 있다. 따라서 U‐기를 띄울 것이고 전략정보를 한국과 공유할 것이며, 유사시 증원군도 파병할 것이라는 말이다. 한국이 부담해야 하는 방위비 분담금은 오히려 낮아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논리이자 상식이다. 한국이 방위분담금을 내는 이유는 주한미군이 남한의 방위에 기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주요 역할이 남한 전담방위에서 지역분쟁 개입 및 기동타격으로 변하고 있으므로 한국이 오히려 기지사용료 등 요구권한을 확대해야 마땅하다. 미국이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에도 불구하고 동맹국으로서 분담을 요구할 경우는 상상불가하지 않지만, 한국이 오히려 분담금 인상을 허용해야 한다는 듯한 주장은 내외적으로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

다섯째, 예산 문제와 관련 일각에서는 작통권 환수가 동반하는 엄청난 예산을 전환하여 사회복지 등에 투입해야 마땅하는 주장을 펴고 있다. 참여정부의 정치철학을 고려할 때 더욱 그러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전기한 바와 같이, 작통권 환수에 따르는 비용은 크게 과장된 것이며, 또 사회복지와 군사주권 회복을 제로섬의 관계로 설정함으로써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는 허위사실이 그럴 듯하게 포장되어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 대북화해협력정책을 반대하는 인사들은 남한내 결식아동의 숫자 등을 제시하며 대북지원을 반대했었다. 같은 제로섬적 논리인 것이다. 대북화해협력정책에 따른 남북관계개선과 교류협력 긴장완화 등은 남한의 국내 문제와 병행해서 해결되고 추구되어야 하는 문제이자 가치이지, 남한내 모든 문제가 해결된 후 고려되어야 하는 것들이 아니다. 만일 후자가 옳다면 남한은 대북화해협력도 해서는 안되고, 역설적으로, 대북억지와 봉쇄도 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 모두 상당한 비용를 동반한다고 할 때, 그러한 비용은 남한 내부 문제 해결에 먼저 사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작통권 환수와 사회복지도 마찬가지이다. 양자가 병행 추구되어야 한다.

이 글은 지난 9월 8일 코리아연구원에서 개최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와 동북아평화체제구축’ 토론회에서 박건영(가톨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가 발표한 토론문임을 밝혀둡니다.

박건영 (가톨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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