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한반도 평화 2009-04-15   1910

파국을 부를 PSI 전면 참가, 정부의 의도를 묻는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유엔안보리는 북한의 로켓발사를 비난하는 의장성명을 채택했고, 북한은 6자회담 거부와 핵시설 원상복구, 국제원자력기구(IAEA) 요원 추방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이제 한국 정부는 북한이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는 PSI 전면 참가 발표를 앞두고 있고 일본 정부는 이미 추가제재에 나섰다.  

국제사회가 협력해서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저지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미국 주도의 PSI는 대량살상무기의 이전을 물리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국가들간의 자발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지, 명문화되거나 구속력 있는 국제조약이 아니다. 그런데 정부는 그 동안 한미동맹 강화 차원에서 검토되어 온 PSI 참여 문제를 갑자기 보편적인 국제규범이라며 이에 참가하는 것이 마치 국제사회의 의무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과연 미국 주도의 PSI가 과연 국제사회의 비확산을 막기 위한 공정하고 실효성 있는 협력체제인지 따져볼 문제이다.


무엇보다 이 국면에서 한국이 PSI 전면참여를 천명하고 나선 것은 결코 간단히 볼 문제가 아니다. 그럼 한국 정부의 PSI 전면 참가는 왜 문제인가?

첫째, 정부가 PSI 전면 참가 선언을 굳이 대북제재를 포함하고 있는 유엔안보리 의장성명 채택을 기다린 후에 발표했다는 점에서 이는 대북제재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한국이 PSI에서 실질적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는 두 번째 문제이다. PSI 전면 참가 선언 그 자체로 북한의 장거리 로켓발사에 대한 한국 정부의 판단과 향후 대응방안이 어떤 것인지 가늠해 주는 것이며, 군사적 대응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의사를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PSI에 전면 참가하겠다는 것은 역외뿐만 아니라 역내 훈련과 물자지원에도 동참하겠다는 것으로 분명한 군사적 압박, 봉쇄 의지의 표현이다.

 둘째, 정부는 PSI 전면 참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PSI 훈련이 한반도 주변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희박하고, 북한 선박 통행은 제한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정부의 희망사항일 수 있다. 특히 북한을 겨냥하고 있는 PSI가 북한 선박, 항공기에 대한 강제 검문, 검색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북한이 한국의 PSI 참여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 한국군은 막상 ‘의심되는’ 북한 선박을 정지시키고 강제적으로 검문, 검색하는데 나설 수 있는가? 그것이 WMD와 무관한 화물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자칫하면 작은 국지전은 물론 본격적인 군사적 충돌의 불씨가 될 수 있는 무모한 행위가 될 것이다.

 셋째, 그 동안 한국 정부가 PSI 중 역내 훈련과 물자지원에는 참가하지 않았던 것은 역내에는 남북간의 해운합의서가 존재했었기 때문이다. 해운합의서는 남북 선박의 무기 혹은 무기부품 수송을 금지하고 있으며, 검색에 응하지 않거나 위법행위 후 도주 혐의가 있을 때 해당 선박을 정지, 검색 확인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굳이 PSI에 전면 참가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일각에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북한에서 제 3국으로 가거나, 제 3국에서 북한으로 들어오는 선박은 제주해협을 통과할 수 없다.


2005년 정식 발효된 남북해운합의서는 ① 남북 각각 7개항 구간 항로 개설, ② 항만에 기착하는 상대측 선박에 대한 동등 대우, ③ 해상 사고 시 상호협력 ④ 해사 당국간 통신망 개설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남북 항로는 그동안 3국 선박을 이용하던 부정기 항로에서 공식항로로 전환했고, 남북 선박들은 항로와 시간을 단축시켰으며, 해상에서의 통신협력을 통해 우발적 충돌방지의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PSI 역내 훈련과 물자지원에도 나서겠다고 선언하게 되면, 이러한 남북간 해운합의서는 사실상 폐기되는 것과 다름없다. 그러면 남북간의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합의도 존재이유가 없게 되고, 결국 서해에서의 군사적 긴장도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넷째, PSI 작전은 특히 북한과 이란, 시리아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들 국가들이 WMD를 확산하는 주범국가라고 보기 때문에 이들의 선박이 요주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마치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인공위성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에 대해서는 우주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권리의 측면보다는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위한 매우 위협적인 시도라고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모든 국가들이 공해에서 통항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것을 무시하고, 특정 국가의 선박에 대한 강제적인 검문, 검색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PSI이다. 국제해양법에는 대량살상무기(WMD)의 통과를 금지하는 어떠한 내용도 없다. PSI에 대한 국제법적 논란이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나아가 WMD를 포함한 많은 무기들을 실제 수출하거나 이동시키고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유엔 안보리 혹은 핵을 보유하고 군사강국들이다. 미국의 핵추진 항모함도 전세계를 제집 드나들듯이 출입하고 있으며 공해상을 지나다니고 있다. 중국의 선박이 의심된다면 과연 PSI를 통해 중국 선박을 강제로 검문, 검색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국제사회의 이중적인 잣대로 북한의 선박에 대해 강제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이미 경험한 바 있듯이 북한의 강한 반발만 초래할 뿐이다.


만일 정부가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우려한다면, 그것은 한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들의 WMD 운반과 반입, 배치를 금지시켜야 한다는 발상이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갈등만 초래할 PSI 참여를 고려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대량살상무기 개발 동기를 포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예방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처럼 PSI 전면 참가 선언이 가져올 후과를 고려한다면, 이를 통해 한국 정부가 얻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한국이 PSI 전면 참가를 천명하는 것은 북한이 두고 있는 강수에 한국도 전면 대응하고 나서겠다는 의사의 표현으로밖에 볼 수 없다. 그것이 남북관계의 파국을 가져올 것을 정부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악수 중의 악수가 될 것이다.

그래서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정부가 PSI 전면 참여로 얻고자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격랑 속에 빠진 한반도 정세에 그것이 어떤 해결책이 되는지 정부가 답해야 한다.

PDe2009041510.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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