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100억원어치 꽃게로 평화를 사버리자!

북한이 NLL ‘생존한계선’을 자꾸 넘는 이유

내 아내의 유별난 꽃게 사랑은 가끔 돈 못 버는 대한민국 남자 특유의 자존심을 건드리곤 한다. 꽃게 싫어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랴. 못이기는 척 소래포구를 찾아 주문한 꽃게 4마리의 가격은 4만 원. 주인은 시내에서는 이보다 훨씬 비싸다고 한다.

그런데 간사한 게 입이라고 두 번째 놈은 아무래도 처음 큰 놈 한 마리보다는 미감(未感)이 떨어졌다. 애초에 꽃게 패총(貝塚)을 만들 기세로 나를 졸랐던 아내가 평소와는 다른 남편사랑을 뽐내며 자꾸 양보를 한다. 우리가 두 번째 집어든 꽃게는 앞선 놈보다 꽤 넉넉한 살점이 붙은 채로 쓰레기통으로 갔다.

시시콜콜한 가정사를 서두에 꺼낸 이유는, 아직 서민들에겐 제법 부담이 크지만 우리 사회가 누리는 경제적 여유가 꽃게를 오감의 하나인 미감의 만족을 위해서 사먹을 수 있을 정도는 됐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다. 그 정도의 여유와 품위를 누릴 수 있다면 미감의 만족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NLL(북방한계선)을 넘는 북쪽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시선도 그런 여유와 품위를 가질 때가 됐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다.

꽃게잡이가 절정에 이르는 매년 이맘때면 연평도 부근의 군사적 긴장도 절정에 다란다. 아까운 남북의 청년들이 죽어갔던 교전의 아픈 기억이 채 가시지 않은 올해는 더한 것 같다.

그런데 도통 이해하기 어려운 게 북한의 꽃게잡이 어선의 NLL 침범의 의도를 분석하느라 여념이 없는 우리 언론의 태도다. 정말 몰라서 그런다면 내가 답해주고 싶다. 꽃게 잡으러 오는 것이다. 북한 체제의 낙후성을 설명하기 위해 굶어죽어가는 북한 어린이들의 참상을 잘도 보도하는 우리 언론은 삼일 굶어 남의 집 담장 안 넘는 사람 없다는 간단한 이치는 모르나보다. 꽃게가 번창하는 시기에 NLL은 북한 어민에게는 넘을 수밖에 없는 생존의 한계선이 아닐까. NLL의 국제법적 효력에 대한 남측과 북측의 해석이 다른 상황에서는 더욱.

우발적 충돌만으로 전면전의 가능성이 거론되는 연평도 부근 꽃게의 경제적인 가치의 크기를 짐작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연평도 주민들이 어획한 꽃게는 전량 옹진군수산업협동조합을 통해 반출된다. 2002년 11월 8월 현재 옹진수협 위판장에서 출고된 물량은 3626t으로 금액으로는 339억 원이라고 한다. 관계자와 통화해보니 “이곳을 통해서 나가는 꽃게의 출산지가 연평도가 전부는 아니라서 그보다는 좀 낮은 250억 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올해는 풍년이라서 지난해보다 100억 원 정도 매출이 늘 것이라고 덧붙이며.

▲ 작년 6월 서해교전당시 불타고 있는 북한 경비정

연평도 부근의 연평균 1년 꽃게 매출이 300억 원 안팎이라는 얘기다. 얘기를 쉽게 하기 위해 북한 어민들이 우리 구역에 들어와 잡아가는 꽃게의 총액을 최대한 후하게 잡아 50억 원, 아니 100억 원이라고 하자. 우리 정부가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던 북에 대한 인도적 지원의 영역에 100억 원의 꽃게도 포함시킬 의지가 없는 지 묻고 싶다. 우리 사회가 가족과의 주말 식사 또는 간사한 미감을 달래기 위해 소비하는 꽃게가 북쪽 어느 지역 어린이에게는 생명과 직결되는 의약품 혹은 몇끼의 식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호소하고 싶다.

이 같은 주장이 감상적이라고 한다면 꽃게보다 더 영악한 경제동물의 논리로서 묻고 싶다. NLL 지역의 끊임없는 긴장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이 100억 원보다 높을까? 지금 대북송금특검에서 다루는 5억 달러에 비한다면 이 100억 원의 비용 대비 효과는 충분치 않은가. 또 지금 남북경협에서 다루고 있는 비료지원, 쌀 지원 등의 만만찮은 비용에 비해, 예를 들어 그보다 긴장완화 효과가 훨씬 뚜렷할 ‘꽃게잡이남북공동어로수역’의 설정 같은 현실적 방안에 대해 왜 우리 정부는 이토록 야박해야만 할까?

평화네트워크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가 6월 3일 3일 공동 주최한 ‘북방한계선의 평화적 관리방안’ 이란 주제의 토론회에서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현재 연평도 어로구역에는 폐그물 때문에 생긴 심각한 오염때문에 우리쪽 어민들도 ‘남북공동어로수역’의 설정을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평도 주민의 생존권 문제와 민심은 또 다른 차원에서 신중히 대처할 필요가 있겠지만, 해마다 무슨 사고라도 터질까 조마조마하는 어민들의 심정을 헤아려보면 이 같은 주장의 근거도 충분하다고 본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이라크 민중들은 “우리는 석유 때문에 재앙을 맞고 있다”고 말하곤 한다. 한반도 비극의 씨앗은 어디에 그 생명을 품고 있을까. 인간이 만든 NLL을 몰라 훈훈한 난류가 흐르는 아무데서나 교류하고 사랑하는 철없는 꽃게의 자연인가, 아니면 생존의 한계선을 벗어나기 위해 넘어오는 북한 어선에 대해 그 의도를 싸늘하게 분석하고, 여차하면 함포라도 쏘겠다고 경계하는 우리 남쪽 사람들의 이성인가.

장흥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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