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국제분쟁 2008-07-31   8791

독도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독도, 무엇이 문제인가?



                                                         구민교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I. 한국과 일본, 영원한 남남인가?


지난 7월 14일 일본 문부과학성은 오는 2012년부터 전면 사용되는 새 일본 중학교 사회과목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는 한국과 일본이 분쟁 중인 지역이라는 내용을 담기로 결정하였다. 이로 인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과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지난 몇 달 간 하루도 빠짐 없이 뒤숭숭했던 온 국민들의 마음이 다시 한 번 갈기갈기 찢기고 말았다.

일본 문부과학성의 발표가 있던 그 날, 마침 필자는 한국국제교류재단, 일본국제교류기금, 중화전국청년연합회가 공동으로 주관한 제6차 한·중·일 차세대 지도자 포럼에 참석하여 일본 동경에 머물던 중이었다. 7월 10일 중국 상하이를 시작으로 3국의 정치, 경제, 문화, 언론, 학계 등에서 일하는 30-40대 참가자 19명이 열흘간의 일정으로 중국, 일본, 한국을 돌아가며 동북아의 미래에 관해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 자리였다. 하지만 며칠 간 숙식을 같이 하는 동안 화기애애해진 일본 측 참가자들과의 관계는 때마침 터진 독도문제로 금방 서먹해지고 말았다.

그러나 계속 서로 모른 척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일본 측 참가자 중 외무성에 근무하는 사무관에게 물었다. 곧 돌아온 그의 대답은 이번 일은 문부과학성에서 결정한 일이고 외무성은 관계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외무성은 한국의 독도 영유권을 인정한다는 말이냐고 되물었더니 외무성의 공식 입장도 독도는 한일 간의 분쟁지역이고 일본은 독도에 대해 자신들의 주권을행사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사무관은 한일 간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만큼 불필요한 분쟁을 피하는 것이 외무성의 기본적 바람이라는 점도 말해 주었다. 그렇다면 왜 문부과학성은 굳이 이번 일을 일으켰냐고 물었다. 꽤나 명확한 그의 대답은 올 가을에 의회해산과 조기선거가 예상되기 때문에 득표를 노리는 일부 극우 정치인들, 특히 자민당 정치인들의 입김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옆에서 우리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던 일본민주당 초선 참의원이 끼어들었다. 그는 물론 한국 국민들이 독도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본주재 한국대사를 소환하고, 한국국민들이 서울에 있는 일본 대사관 앞에서 일장기와 일본 상품을 불태우고 혈서를 쓰고 하는 등의 행위들이 과연 양국관계에 무슨 도움이 되냐고 물었다. 지극히 일본 정치인다운 반응이었다. 일본인 지인들과 독도문제에 대해 어렵사리 몇 마디라도 나눌 때면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이들의 반응은 공통적으로 차분하고 어찌 보면 얄미울 정도로 냉정하기까지 하다.

그에 비하면 우리 국민들의 반응은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흥분된 상태이다. 며칠 간 일본에서 지내면서 본 신문과 방송 뉴스에서 꾸준히 부각시킨 것도 우리 국민들의 바로 그런 모습이었다. 일본이 생각할 때 독도는 분명히 한일 간의 분쟁지역이고, 이번 중학교 사회과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서 일본정부가 독도의 영유권을 명시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 다만 분쟁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에 불과한데 무엇이 문제냐는 입장인 것이다.

어찌 보면 대단히 이성적으로 보이는 일본 측의 반응 뒤에는 사실 얄미운 이중성이 숨어 있다. 일본 참가자들에게 일본이 그렇게 사실을 중시하는 역사교육을 원한다면 왜 일제 강점기 때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여러 국가들에게 행해진 잔혹성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것이냐고 묻자 모두들 애매한 답변으로 말끝을 흐렸다. 더욱이 일본이 현재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고, 중국과의 분쟁 자체를 인정하고 있지 않는 첨각열도/조어도 문제도 일본 자신이 독도에 적용하는 잣대를 똑같이 적용하면, 전자 역시 국제법적으로는 분쟁지역이 아니냐고 되묻자 우리의 대화는 거기서 끝나고 말았다. 지난 20일 부산에서 포럼의 폐막식을 가지면서 한중일 참가자들 모두는 열흘 동안 공유했던 체험을 잊지 말고 꼭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다. 하지만 독도문제 때문에 그 뒷맛이 개운치만은 않았다.
 


Ⅱ. 일본의 정치·제도적 환경


주지하다시피 일본은 현재 독도 이외에도 북방영토/남쿠릴 4개 도서를 두고 러시아와, 그리고 첨각열도/조어도를 두고 중국 및 대만과 분쟁 중이다. 이들 두 분쟁은 일본국민들 대다수가 알고 있는 국가적 이슈(national issue)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하면 독도는 동해 인접 일부 현(縣)들의 어민들과 관료들, 그리고 일부 극우 자민당 정치인들만 관심을 갖는 지방적 이슈(local issue)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일본이 국가적 이슈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독도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독도를 둘러싼 일본 특유의 정치·제도적 환경을 이해해야 한다.

우선 시마네현, 이시카와현 등의 동해 인접 어민들에게는 독도의 주권이 어느 나라에 속하느냐 그 자체보다 자신들이 생업을 의지하고 있는 어업문제가 더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동해어장을 놓고 우리 어민들과 경쟁관계에 있는 바, 자신들의 이익이 한국어민들에 의해 계속 침해당하고 있음을 지역 정치인들에게 끊임없이 제기한다. 지난 2005년 시마네현이 주축이 되어 1905년 독도가 시마네현에 강제로 편입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하여 한일관계를 큰 혼란에 빠뜨렸던 것도 우연이 아니다. 또한, 최근에는 그 힘이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수산족(水産族) 소속 자민당 의원들은 독도문제와 관련하여 도발적인 언행으로 우리를 계속 자극해 왔다.

독도문제와 관련하여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정치세력은 자민당 내의 소위 교육족(敎育族)들이다. 이들은 80년대 초부터 역사 교과서 문제를 야기하여 한일, 중일 관계를 주기적으로 냉각시켜온 장본인들이기도 하다. 지난 2005년 일본의 극우 보수단체인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만든 후소샤 역사 교과서가 한일, 중일 관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을 때도 자민당 교육족 의원들이 새역모를 지원했기 때문에 문부과학성이 꼼짝 못했다고 한다. 최근의 교과서 파동의 형식상 주체는 문부과학성이지만, 관료들의 영향력은 대단히 제한적인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그 주요 배후에는 소위 ‘애국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족들의 끊임없는 의지가 담겨있는 것이다. 극우성향의 이들 교육족들은 역사 교과서 문제로 주변국들과 마찰을 불러일으키면 일으킬수록 역사문제에 대한 일본국민들의 관심이 커지기 때문에 자신들의 소기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Ⅲ.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과 동아시아의 영토분쟁


일본 문부과학성의 발표로 독도 이슈가 연일 신문지상을 오르내린 지 2주가 되던 지난 주말 우리에게 또 하나의 좋지 않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미국 연방정부 기관인 미 지명위원회가 지금까지 한국령으로 표기해 오던 ‘독도-리앙쿠르 암(Liancourt Rocks)’을 최근 ‘분쟁지역’으로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따지고 보면 그리 놀라운 소식은 아니다. 1950년대 이후 미국은 독도문제에 관해 형식상으로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왔지만 사실상 독도를 한
일 간의 분쟁지역으로 간주해왔기 때문이다.

그 원죄는 1951년 전승국과 일본 간의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전쟁의 발발로 서둘러 일본과 강화조약을 체결하기 원했던 미국정부는 조약의 초안을 만들 때부터 한일 간의 첨예한 입장차이로 골머리를 앓던 독도의 영유권 문제를 의도적으로 명시하지 않음으로써 어려운 문제를 비켜가고자 했던 것이다. 일본의 패망을 앞둔 1943년 카이로 선언을 통해 전승국들은 일본이 ‘폭력과 탐욕(violence and greed)’을 통해 획득한 모든 영토를 포기시킨다는 원칙에 합의한 바 있다.

이 원칙에 따라 1947년부터 1949년까지 만들어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의 다섯 개의 초안은 모두 독도를 한국령으로 명시하였다. 그러나 일본 측의 강력한 로비뿐만 아니라, 당시 일본을 점령하고 있던 맥아더 사령부의 전략적 고려 때문에 1949년 말부터 미국 정부는 새로운 초안에서는 독도를 일본령으로 표시하기 시작했다. 즉, 한국의 공산화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던 당시의 상황 속에서 전략적 가치도 높고, 이후에 영유권 분쟁 소지도 적을 것으로 판단된 독도를 일본에 편입시키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결국 최종 협정문에서 독도의 영유권은 명시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제2조 a항에 따르면 ‘한국의 독립을 인정하는 일본은 제주도, 거문도, 울릉도를 포함한 한국과 관련된 모든 권리와 소유권과 주장을 포기한다’고 명시하였다 (Japan recognizing the independence of Korea, renounces all right, title and claim to Korea, including the islands of Quelpart, Port Hamilton and Dagelet). 바로 이 조항이 오늘날까지
한일 간의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다. 우리 측의 주장은 ‘제주도, 거문도, 울릉도’라고 명시된 것은 하나의 예시일 뿐이며 일본이 포기해야 할 한국 영토에는 당연히 독도가 포함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일본은 독도가 한국의 영토가 아니기 때문에 그 예시에서 당연히 빠졌다고 주장한다.

전후 동아시아의 국제질서를 수립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은 불행히도 독도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여러 도서 분쟁의 씨를 뿌려놓았다. 제2조 b항은 첨각열도/조어도가 중국에 반환되는 것인지 일본이 계속 보유하는 것인지를 명확히 하지 않음으로써 논란의 여지를 남겨두었다. 또한 제2조 c항 및 f항은 북방영토/남쿠릴열도와 남중국해 상의 남사군도, 서사군도를 일본이 포기하되 이들 섬들이 어느 나라에 귀속되는지를 명확히 밝히지 않음으로써 분쟁의 소지를 남겨둔 것이다.

동아시아 영토분쟁의 원죄를 안고 있는 미국은 지금까지 일관되게 중립적 입장으로, 분쟁이 있다면 당사국들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어찌 보면 모순적이고 이중적인 미국의 태도이지만, 그렇다고 어느 한 쪽 편을 섣불리 들 수 없는 미국의 속사정도 그리 편해 보이지는 않는다.


IV. 독도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지금까지 (1) 한국과 일본은 영원한 남인가? (2) 독도문제를 끊임없이 야기하는 일본의 정치·제도적 환경은 무엇인가? (3) 미국은 동아시아의 영토분쟁에 어떤 원죄를 안고 있나? 등 세 가지 질문을 통해 독도문제를 재구성 해보았다. 이를 바탕으로 다음의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첫째, 제3자에게 비친 우리는 독도문제 때문에 지나치게 흥분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들의 속도 모르고 하는 야속한 소리처럼 들리지만, 냉정하게 따지고 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열흘간의 차세대 지도자 포럼이라는 강행군을 하면서 느낀 솔직한 심정은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이 좀 더 가까워졌을 때 우리가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3국의 공조는 북핵위기를 끝내고 북한을 국제사회에 끌어내기 위해 필수적이다. 3국의 교역량의 총합은 2006년 현재 3조6천2백억 달러로 세계 전체 교역량의 14.8%, 동아시아 총교역의 71.7%를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 우리나라는 일본 및 중국과 각각 연간 500만 명 이상의 인적 교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동북아 환경협력은 한중일 환경장관회의와 동북아환경협력계획 등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3국은 동북아에너지협력체 구축을 통해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기도 하다.

이처럼 오늘날 3국이 그 어느 때보다도 대등하고 호혜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 중의 일부는 중국이 동북공정 논란을 일으킬 때나, 일본이 독도문제를 야기할 때마다 이들이 우리 한민족의 역사를 말살하고 새로운 식민주의를 꿈꾸고 있다고 과민반응을 보인다. 이러한 인식은 약육강식의 국제무대에서 우리로 하여금 긴장의 고리를 늦추지 않게 해주는 긍정적인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다수의 인식이어서는 곤란하다. 그러한
피해의식만으로는 중국과 일본의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가 살 길을 찾기가 어렵다. 좀 더 적극적인 대일 인식이 필요한 이유이다.

독도문제로 한일관계가 냉각되면 일본의 국익에도 해가 되기는 마찬가지라는 점을 일본국민들도 명심해야 하지만, 안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환경, 에너지 등의 주요 분야에서 양국의 상호의존성을 생각한다면 ‘독도 음모론’으로부터 우리가 먼저 자유로워져야 한다. 독도를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한, 일본의 주기적인 도발에 의연하게 대처하면 된다. 일본 대사관 앞에 모여 일장기와 일본상품을 불태우고, 때로는 자해를 가하면서 한풀이 하는 것은 더 이상 국제사회의 공감을 받아내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우리 정부나 국회 차원에서 독도의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들로 최근 고려되고 있는 동도와 서도 사이 매립, 부유식 방파제 설치, 접안시설 추가 설치, 수상호텔 건립, 마을 조성 등은 독도의 경관과 생태계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근시안적인 발상이다. 지난 1997년 김영삼 정권 당시 일본과의 독도분쟁이 발생했을 때, 실효적인 지배장치를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주부두와 간이부두, 진입로 등을 갖춘 독도 접안시설을 설치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영유권이 특히 강화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며, 오히려 독도의 자연만을 훼손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둘째, 일본의 정치·제도적 특성 상 자민당의 집권이 계속되는 한, 그 안의 극우세력의 목소리는 일본정부의 정책에 이런저런 형태로 계속 반영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서 생각해본다면, 일부 극우의 목소리를 일본 전체의 목소리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정경유착, 파벌정치의 폐해가 우려스러울 만큼 높은 일본정치가 스스로를 개혁하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비관론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자민당 내 젊은 정치인들과 야당인 일본민주당이 추진하는 개혁의 성패 여부에 따라, 자민당의 패권주의가 깨지고, 따라서 극우정치인들의 영향력도 감소되는 시나리오가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일부 일본 연구자들은 전후 6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자민당 중심의 정치구도가 고비용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지속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고성장을 통한 경제개발의 이익을 사회적 승자들에게는 물론 사회적 패자들에게도 고루 나누어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다시 말해 1980년대 말 이후 지속된 일본의 장기불황으로 인해 자민당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고, 그 독주체제에도 많은 금이 갔음을 시사한다. 다만 일본 정치구도의 바람직한 변화가 당장 1-2년 안에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는 좀더 인내심을 갖고 독도문제에 대응하되, 극우정치인들에게 말려들어 의도하지 않게 일본 이들을 도와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들의 정치적 고립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자민당 내, 일본 정부 내, 그리고 일본 시민사회의 온건파들과의 인적 네트워크 형성에 양국 모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면, 과거에 비해 한일의원연맹이 많이 침체됨에 따라 자민당과의 의사소통 채널이 약화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회 차원에서의 더 큰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이다. 민간차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비록 그 영향력이 약하긴 하지만 일본 내에서 극우주의로의 경도를 반대하는 여러 시민단체들이나 학자들과의 연대가 그것이다. 이를 통해 독도문제를 포함한 한일 간의 건전한 인식공동체(epistemic community)가 형성된다면 일본 극우의 목소리는 더 클 여지를 잃게 될 것이다.

셋째, 우리에게 독도는 엄연한 우리 땅이고 일본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기 때문에 독도는 분쟁지역이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이미 전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들이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인정하는 추세임은 부인할 수 없다. 독도가 분쟁지역이라고 인정하자는 주장은 아니다. 아무리 우리 스스로가 독도는 우리 땅이고 분쟁지역이 아니라고 되뇌어 봐야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얘기이다. 일본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이 어떻게 생각하건 간에 그것은 우리가 알 바가 아니고, 독도는 분명히 우리 땅이니 이들의 주장에 아예 상대를 하지 말자는 주장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이다.

근대국민국가 체제에서 한 국가의 주권, 특히 외적주권(external sovereignty)이 완성되려면 그것이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아야(recognized) 한다. 독도는 분명 분쟁지역이 아니지만, 아직 국제사회로부터 우리의 고유의 영토로 완전히 인정받고 있지도 못하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좀 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일본 측의 도발이 있을 때만 일본에게 격한 감정을 쏟아내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를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하고 그 근거를 찾아야 한다.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이 정도 근거라면 충분하지 않느냐 하는 안일한 생각은 냉정한 국제사회에서 통하지 않는다.

아울러 현재 국내에 턱없이 부족한 국제해양법 전문가와 UN산하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을 양성하고 배출해야 한다. 현행 국제해양법 규정 상 당사국 모두가 동의하지 않으면 국제해양법재판소가 도서분쟁을 중재할 여지가 없지만, 만의 하나 일본이 집요하게 주장하는 것처럼 독도문제가 국제해양법재판소로 갈 가능성에 대비해서라도 인력양성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한편, 일본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갖고 있는 영토분쟁 중 독도만 따로 떼어내어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는 만큼, 우리도 일본에 대응함에 있어서 단순히 독도문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일본의 나머지 두 영토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북방영토/남쿠릴열도의 경우 한때 러시아가 ‘2개 도서 반환론’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기도 했지만, 일본이 ‘4개 도서 완전 반환론’을 고집함으로써 스스로 해결의 실마리를 놓쳐버렸다.

이와는 달리, 최근 첨각열도/조어도 문제를 다루는 일본과 중국정부의 태도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지난 60년대 말 이후 이 무인도서를 두고 양국은 주기적으로 대립해 왔다. 하지만 지난 2005년을 고비로 양국 정부는 민감한 영유권 문제는 건드리지 않으면서, 동중국해의 츈샤오 가스전 등 자원의 공동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치도 양보할 것 같아 보이지 않았던 두 나라를 생각하면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불평등조약이라는 일부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1998년 신한일어업협정에 근거해서 우리도 일본어민들에게 독도 근해에서의 어업권을 인정하면서 자원 공동개발에 나설 수 있는 여지는 있다. 동해에 인접한 일본어민들만이라도 우선 만족시킨다면 일본 내에서 독도문제가 정치쟁점화 될 가능성은 크게 낮아질 수 있다. 우리로서는 결코 아깝지 않은 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은 국내정치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이러한 전향적인 발상을 국민들에게 설득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은 결국 한국과 일본의 정치지도자들의 몫이다.
 

* 이 글은 코리아연구원에 게재(2008/07/29, http://www.knsi.org)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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