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03-18   1125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연속 공개서한(2) – 이라크전 파병은 왜 안되는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소장: 박순성, 동국대 교수)는 정부의 이라크전 파병결정 철회를 촉구하기 위한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이틀째 진행한다. 3월 18일(화) 오전 10시, 정부의 이라크전 지지 및 파병방침 철회를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이 있은 후 11시부터 진행될 1인 시위에는 차병직(변호사,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송경아(소설가), 정의협(참여연대 평화캠페인단) 회원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참여연대는 어제(3월 17일)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공권력으로 제지한 것과 관련하여 청와대에 항의공문을 전달하였다. 참여연대는 공문을 통해 이미 지난 2001년 당시 참여연대의 청와대 앞 1인시위 참가자를 청와대 경비단 및 종로경찰서 측이 제지, 임의동행한 사실에 대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였고 이에 법원으로부터 적법하다는 판결을 받았음을 알리면서, 이에 근거해 청와대는 평화적인 의사표현을 보장할 것을 촉구하였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연속 공개서한 [2]
이라크전 파병은 왜 안되는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소장 : 박순성, 동국대 교수)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과 이에 대한 한국군의 파병을 거부해야 할 절박한 이유를 담은 릴레이 공개서한을 매일 1인 시위와 함께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당국자에게 보낼 예정입니다.   

이라크 파병을 거부해야 할 두 번째 이유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불법입니다.
이라크전 지지 지원도 불법입니다.

노무현 대통령님께

오늘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의 불법성에 대해 지적하고자 합니다.

국제법 상 다른 국가에 대한 무력행사나 무력위협은 다음의 두 조건 중 어느 하나를 반드시 충족해야 합니다. (1) 유엔안보리가 유엔 헌장이 정하는 바에 따라 무력의 행사에 대응하는 무력사용을 결의하거나 (2) 유엔헌장 제51조에 따라 외부공격에 대한 자위권이 인정되는 경우가 그것입니다. 요컨대 군사 행동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의해 승인되거나 자기 방어를 위한 경우일 때만 용인될 수 있고 그 외의 경우는 불법적 침략인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은 국제법상 불법으로 규정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유엔은 이른바 안보리 결의안 678호(1990년 11월)을 가결하여,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에 대해 “모든 필요한 수단”을 사용토록 했습니다. 이에 기초하여 미국이 중심이 된 다국적군이 구성되어 쿠웨이트로부터 이라크를 몰아내는 전쟁, 이른바 걸프전을 개전 이라크를 쿠웨이트로부터 축출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제기되고 있는 미국주도의 이라크 침공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과 같은 의미에서 국제법상 불법이며 침략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걸프 전 종전 이후 유엔 안보리는 “이라크측의 무조건적인 대량살상무기 무장해제”를 골자로 하는 결의안 687호(1991년 4월)을 채택, 무력사용을 승인했던 678호를 대체, 정전체제를 수립하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결의 687호에는 무력사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미국은 이라크가 무장해제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무기사찰과 경제봉쇄를 계속하는 한편, 1998년의 ‘사막의 여우 작전’처럼 유엔승인 없는 일방적 무력사용도 감행하여 왔습니다. 특히 9.11 테러를 계기로 이라크를 악의 축의 하나로 지목한 부시 행정부는 아프간 전쟁 이후 이라크를 테러의 배후로 지목하고 대량살상무기 개발의혹을 제기하며 지난 2002년 11월 유엔안보리 결의 1441호를 이끌어냅니다. 이 결의안의 핵심은 이라크에 대한 대량학살무기 사찰재개입니다. 그러나 이 결의안 역시 무력사용에 대한 어떠한 조항도 명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 전쟁의 위협을 느낀 이라크는 11월13일 유엔 결의 1441호에 따른 사찰을 대통령 전용시설에까지 조건 없이 수용했습니다. 이에 따라 11월25일부터 유엔 무기사찰단이 이라크 무기사찰활동을 재개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라크가 12월7일 1만2천쪽 분량의 대량살상무기 관련 실태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한 데 이어 한스 블릭스 단장이 이끄는 유엔사찰단의 사찰결과 보고서가 2003년 2월 유엔에 제출되지만 이렇다할 대량학살무기의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전쟁을 원했던 미국은 이라크 보고서가 핵심 요소를 빠뜨렸다는 등, 대량학살무기의 증거를 확보했다는 등 문제를 제기했으나 아시다시피 미국은 명확한 증거를 공개하지는 못했습니다. 미국과 영국은 사담 후세인 존재자체가 대량학살무기의 가장 확실한 증거라며 ‘정권교체를 위한 무력사용’을 언급하는가 하면,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을 ‘필요한 행동’이라고 표현한 2차 결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부심해 왔습니다. 그러나 국제법적 근거를 가지지 못한 일방적 무력사용에 국제여론이 등을 돌린 것은 당연한 일.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 주요 이사국이 침공을 반대하고 사찰 기한을 연장하자는 입장을 취하는 등 유엔에서의 논의는 미국의 의도대로 이끌려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부시 대통령은 “우리의 안보가 관련됐을 때 행동할 필요가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그렇게 하는 데는 유엔의 승인이 필요 없다”고 선언했고 안보리 승인 없는 단독침공 의사를 공공연히 밝히기에 이르렀습니다.

나아가 미국은 국제반전여론의 반격 속에 프랑스와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가 확실해지고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중 과반수인 8표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되자 2차 결의안 통과 시도 그 자체를 철회하고 포르투칼령 아조레스제도에서 전쟁을 지지하는 영국, 스페인, 미국 등 3개국 정상회담을 개최, 유엔결의 없는 이라크 침공을 재확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 미국의 이라크 공격 계획은 국제법 상 무력사용이 가능한 두 조건 중 어떤 것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고 그럴 뜻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우선, 이라크 사찰단이 밝혔듯이 미국 CIA가 제기한 이라크의 이동식 대량파괴무기 생산시설에 대한 증거가 없고 어떠한 시설물에서도 생물, 화학무기의 생산 또는 저장시설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부시 미국 행정부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핵개발계획을 입증할 자료로 내세운 문서가 위조된 것이라고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최근 폭로한 바 있고, 미 상원 정보위원회 제이 록펠러의원(민주)이 3월 14일 연방수사국(FBI)에 수사를 촉구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사찰단은 이라크가 현재 장기 미해결 무장해제에 관한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취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들은 미국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폐기를 위해 이라크를 공격한다는 것이 명분이 되지 않을 뿐더러 국제법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둘째, 유엔 안보리 결의안 1441호는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해체 불이행에 따른 무력침공을 명시하고 있지 않으며, 특히 미국이 현재 추구하고 있는 이라크에서의 ‘정권교체 (regime change)’, ‘사담 후세인 제거’와 관련해서는 그 어떤 무력행위나 간섭행위도 정당화하지 않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외에도 그 어떤 국제법에서도 이러한 목적의 무력행위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사담 후세인’이 아무리 몹쓸 독재정권이라 하더라도 무력간섭행위가 용인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독재정권으로 말하면 역대 미국정권이 지원한 무수히 많은 독재정권에 대해서 모두 군사적 개입을 했어야 마땅합니다. 3월 17일 미국과 영국은 안보리 결의 없이 이라크 침공을 감행할 수 있다고 사실상 선언했습니다. 이는 지금까지의 국제법에서 허용되지 않는 선제공격 선언과 같습니다. 이제 어떠한 정부도 ‘선제공격을 통한 정권교체’가 국제정치와 국제법, 그리고 세계평화에 가져올 여파에 대해서 가볍게 보고 넘어갈 수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한국 정부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어떠한 형태로라도 지지, 지원할 경우 이는 곧 국제법을 위반하는 ‘선제공격원리’ 및 ‘선제공격을 통한 정권교체의 정당성’에 대한 지지, 지원이 됩니다. 현재의 국제법은 물론 대한민국의 헌법은 이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셋째, 이라크 침공 지원은 범죄행위의 구성요건이 됩니다.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과 주도적인 외교로 지난 2월 출범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목적과 취지를 벌써 파기했다는 것입니까? 한국을 포함한 세계 절대다수 국가가 국제형사재판소의 설립을 지지하고 제도화한 이유는 바로 국제사회에서 반복되는 집단살해죄, 타국에 대한 침략범죄, 국가간 무력충돌에 적용되는 법과 관습의 중대한 위반(소위 전쟁 범죄) 행위를 체계적으로 처벌하여 그 싹을 근절하자는데 있었습니다. 더구나 한국은 국제형사재판소 설립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면서 초대 재판관까지 배출하는 국제적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한국 정부가 미국의 침략 전쟁에 따른 침략범죄, 전쟁범죄를 지지, 지원하겠다는 것은 어찌된 일입니까? 한국 정부가 국제형사재판소 설립에 참여한 바로 그 정책에 따르면 이라크 침공 지원은 동맹국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범죄행위에 대한 공범행위입니다.

이렇듯 미국은 이라크의 풍부한 석유자원에만 눈독을 들이고, 국제법 대신 군사력을 과시하면서 전세계가 반대하는 전쟁을 벌이려 하고 있습니다. 이런 패권적인 불법전쟁을 왜 지원해야 합니까? 참여정부를 표방한 노무현 정부가 정상적인 민주국가이고자 한다면 응당 전쟁의 적법성에 대한 국민적 논의를 치열하게 전개해야 마땅합니다. 이는 유엔헌장의 정신이자 우리 헌법의 기본정신이기 때문입니다. 부도덕한 불법전쟁을 지원함으로서 전 국민을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끌어들이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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