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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군축센터    한반도 평화를 위해 비핵군축운동을 합니다

  • 칼럼
  • 2005.03.10
  • 761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선언함으로써 한반도에 다시금 팽팽한 긴장이 흐르게 되었다. 미국의 곤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크리스토퍼 힐 대사는 연일 북한을 비난하고 어떤 타협도 없을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에 맞서서 북한은 6자회담에는 나가지 않겠다는 뜻을 계속해서 밝히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지만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도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미국은 북한을 믿을 수 없는 국가라고 주장하지만, 미국도 그에 못지 않게 믿을 수 없는 ‘위선의 제국’이기 때문이다.

핵무기는 ‘절멸의 무기’로 불린다. 인류의 공멸은 물론이고 지구생태계 자체의 파국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모든 핵무기는 궁극적으로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 아무리 자위를 위한 것이라고 해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보유는 극히 위험한 것이며 비난받아 마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미국의 비난과 위협도 비난받을 소지가 대단히 큰 것이다.

이 세상에는 220개를 넘는 크고 작은 국가들이 있다. 이 중에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10여개 국가들밖에 되지 않는다. 그 중에서 미국과 러시아처럼 ‘공식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은 더 적다. 몇몇 국가들은 ‘비공식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북한과 이스라엘이 이처럼 ‘비공식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에 속한다. 북한은 이번의 선언으로 비공식적 보유국에 속하게 되었지만, 이스라엘은 이미 1986년부터 비공식적 보유국으로 확정되었다.



이스라엘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리라고 추측되기 시작했던 것은 1986년보다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외부의 추측에 대해 이스라엘 정부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이른바 ‘NCND’로 일관했다. 그런데 1986년 10월 5일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는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를 폭로하는 사진과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장본인은 당시 32살이었던 모르데차이 바누누라는 이스라엘의 젊은 핵기술자였다. 섬유공장으로 위장한 디모나 원자력연구센터라는 곳이 사실은 핵무기 생산기지였다. 이곳에서 9년 동안 근무했던 바누누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창설의 정당성에 동의한 까닭에 해고되었다. 중동을 파국으로 몰고 갈 수 있는 핵무기 개발에 환멸을 느끼고 있던 그는 디모나 원자력연구센터의 핵무기 개발실태를 비밀리에 찍은 2통의 필름을 가지고 있었다.

이스라엘의 비밀첩보기관인 모사드는 국가기밀을 누설한 바누누를 체포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당시 그는 해외에 있었다. 모사드는 그를 이스라엘로 압송하기 위해 ‘미인계’를 꾸몄다. 바누누는 로마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깨어 보니 이스라엘의 형무소였다고 증언했다. 이탈리아 정부와 어떤 밀약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모사드는 바누누를 해외에서 납치했던 것이다. 마치 박정희 정권이 김대중을 일본에서 납치했던 것처럼. 납치된 바누누는 1988년 2월 이스라엘 법정에서 간첩죄와 반역죄로 18년형을 선고받았다. 무려 12년간이나 독방생활을 하기도 했던 그는 2004년 4월 22일에 석방되었다. 그 동안 32살의 청년이 50살의 중늙은이가 되고 말았다. 석방되었어도 그는 여전히 자유롭지 않다. 당국은 그를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 그리고 잘못된 국가주의와 시오니즘에 사로잡혀 그를 죽이려고 하는 이스라엘인들도 많다고 한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이어 이란의 핵무기 개발에 관한 의혹이 불거졌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이란에 대해서도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다. 이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미국의 맹방조차 미국의 이중성을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왜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미국의 이중성은 혐오스럽기 짝이 없다. 이스라엘이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도움에 힘입어서이다. 이스라엘의 핵무기 개발과 보유는 미국의 비호와 지원 아래 이루어진 것이다. 이스라엘의 핵무기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하기는커녕 적극적으로 비호하고 지원하면서 이란과 북한의 핵무기에 대해서는 거품을 물고 아우성을 치는 미국의 행태는 분명히 비합리적인 것이다. 이스라엘이 된다면, 다른 나라도 되어야 한다. 다른 나라가 안 된다면, 이스라엘도 안 되어야 한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벼랑끝 외교’는 ‘위선의 제국’ 미국으로부터 믿을 수 있는 약속을 이끌어내기 위한 고육지책의 성격을 갖는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는 북한뿐만 아니라 미국도 변해야 한다. 그때그때 다른 편의적 잣대로 자신의 이익을 일방적으로 관철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이스라엘을 편애하고 이란과 북한을 미워하는 패권적 외교는 미국을 더욱 더 ‘위선의 제국’으로 만들 뿐이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나아가 세계의 평화를 위해, ‘위선의 제국’ 미국이 믿을 수 있는 국가로 거듭나기를 소망한다.

홍성태 (정책위원장,상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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