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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군축센터    한반도 평화를 위해 비핵군축운동을 합니다

  • 칼럼
  • 2006.08.14
  • 504
광복 61돌을 맞는다. 친일파의 재산을 환수하기 위한 활동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게 되었다는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참여정부가 저지른 잘못이 계속 커지고 있기도 하다. 용산 미군기지의 개발계획이 그것이다. 참여정부는 한미동맹을 위해 한미FTA를 강행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용산 미군기지의 개발계획도 이러한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참여정부는 불신과 불안을 키우고 있다.

2004년 1월, 주한미군 2사단을 중심으로 한 한강 이북에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을 한강 이남으로 이전하는 계획의 일환으로 용산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계획이 확정되었다. 이로써 1945년 9월에 미군이 점령군으로서 용산 일본군사령부를 접수한지 거의 60년만에 용산 미군기지를 돌려 받게 되었다. 이에 대해 보수세력은 마치 나라가 망할 것처럼 목에 핏대를 올렸다. 그러나 용산 미군기지의 반환은 노무현이 아니라 노태우가 시작했다. 1987년에 노태우가 처음으로 용산 미군기지의 반환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것이다. 전시작전권을 둘러싼 논란에서 잘 드러나듯이 한국의 보수세력은 사실과 논리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1989년에 서울시는 용산 미군기지를 모두 ‘민족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같은 해에 슐츠 미 국무장관이 용산 미군기지의 반환을 지시했다. 그 결과 1990년 6월에 1996년까지 이전하기로 하는 내용의 ‘용산 미군기지 이전합의서’가 체결되었다. 이에 따라 1991년 6월에 우선 용산 미군지의 골프장을 돌려 받았다. 다 돌려 받은 것은 아니고 12만평 중에서 9만평을 돌려 받아 공원을 만들게 되었다. 그러나 1993년 2월에 들어선 문민정부가 갑자기 이곳에 국립중앙박물관을 짓기로 하면서 공원은 결국 2만 3000평으로 줄어들고 말았다. 그리고 같은 해 8월 용산 미군기지 이전계획은 취소되었다. 대체부지와 이전비용에 관한 미군 쪽의 요구를 우리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1993년으로부터 10년의 세월이 흐른 2003년 초에 미군은 용산 미군기지를 평택으로 이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막 들어선 참여정부와 주한미군 사이에 용산 미군기지의 이전에 관한 재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2004년 1월에 이전계획이 확정되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여러 큰 문제들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이 계획은 참여정부의 무능을 보여주는 중요한 예로 여겨지고 있기도 하다. 참여정부는 주한미군의 일방적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이전부지와 이전비용의 문제이다. 전체적으로 용산에서 83만평, 그리고 파주의 2사단을 돌려 받는 대신에 평택의 350만평을 새로 내주기로 했다. 이 때문에 대추리의 주민들은 큰 고통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부지매입비 1,919억원에 건설비 3조 7,652억원을 더한 3조 9,571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제시되었는데, 실제로는 10조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실 1차 합의 때에 주한미군은 처음에 이전비용으로 17억 달러를 요구했으나 뒤에 무려 95억 달러를 요구해서 합의가 결렬되고 말았다.

그런데 미군은 불평등한 소파협정에 따라 오직 한국에서만 기지의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용산 미군기지의 이전은 사실 미군의 바뀐 세계전략에 따른 것이다. 나아가 미군은 수천억원에 이르게 될 환경복원비용도 한푼 내지 않기로 했다. 이 점에서 용산 미군기지의 이전은 불평등한 한미관계의 상징과 같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의 진정한 우호관계 증진을 위해서 용산 미군기지 이전협정은 전면적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주한미군은 한국을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여러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2007년까지 용산 미군기지를 돌려 받기로 한 계획은 착착 진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돌려 받는 용산 미군기지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관한 논의가 갈수록 무르익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도 참여정부의 무능은 두드러진다. 불평등한 이전협정에 따라 천문학적 금액의 이전비용을 우리가 모두 내기로 했으므로 용산 미군기지를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경우 용산 미군기지라는 넓은 들판에는 60-70층의 초고층 건물들이 들어서게 될 것이다. 결국 투기꾼과 개발업자를 위해 용산 미군기지를 돌려 받는 꼴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고 주한미군의 요구대로 이전비용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참여정부는 단지 쉽다는 이유만으로 가장 나쁜 방법을 택하려고 한다.

용산 미군기지는 결코 이렇게 망가져서는 안 될 곳이다. 박정희의 개발독재 이래로 세계에서 손꼽는 공해도시로 망가진 서울을 생태문화적으로 되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안고 있는 땅이 바로 용산 미군기지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미군이라는 초강력세력이 주둔하고 있는 ‘덕분’에 난개발의 광풍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곳에 센트럴파크, 하이드파크, 티어가르텐과 같은 울창한 숲을 조성한다면, 스모그와 시멘트에 찌들고 짓눌린 회색도시 서울의 면모는 크게 개선될 것이다. 용산 미군기지에는 서울을 살리기 위한 ‘생명의 숲’이 조성되어야 한다. 용산 미군기지는 서울을 생태문화적으로 되살리는 세계적 명소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용산 미군기지는 서울의 생태문화적 재생을 위한 ‘금단의 땅’이다.

참여정부는 2005년 11월에 국무총리실 산하에 ‘용산민족ㆍ역사공원 건립추진위원회’를 설치했다. 그런데 이 위원회의 위원장은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사건으로 불리는 ‘평화의 댐’을 주도했던 선우중호라는 토목학자가 맡고 있다. 그야말로 민족과 역사를 우롱하는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공원을 만드는 위원회에 대형댐 전문가를 위원장으로 앉히는 것은 도대체 어느 후진국에서 배운 처사인가? 또한 컴퓨터 회사의 사장이나 유명한 은행가 출신 사업가도 이 위원회의 위원으로 들어가 있으나, 정작 용산 미군기지의 반환과 공원화를 오래 전부터 주창했던 문화연대, 참여연대, 녹색연합 등의 시민단체나 관련 전문가들은 사실상 완전히 배제되었다. 이런 점에서 이 위원회는 발족 당시부터 커다란 의혹과 불신을 사게 되었다. 참여정부가 내심 추구하고 있는 매각/개발계획의 ‘들러리 위원회’라는 것이다.

2006년 7월 27일 건설교통부는 ‘용산 민족ㆍ역사공원조성 및 주변지역정비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표했다. 이 법안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건교부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다. 그런데 건교부의 법안은 ‘용산민족ㆍ역사공원 건립추진위원회’를 내세워서 2004년에 국방부가 제시했던 매각/개발계획을 ‘복합개발’로 조금 고친 것이다. 이에 비해 서울시는 1989년부터 일관되게 전면 공원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서울의 상태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올바른 것이면서, 또한 대다수 시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서울시가 올바른 공원화를 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근거는 별로 없다. 그러나 이번 법안은 시대착오적 개발부서인 건교부를 하루빨리 폐지해야 할 필요를 다시금 분명히 확인해 주었다.

용산 미군기지는 확장된 서울의 배꼽에 해당하는 곳이며, 서울의 남북녹지생태축을 이어주는 들판이다. 이곳은 아름드리 나무들이 우거진 ‘생명의 숲’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미 이곳에는 ‘생명의 숲’을 만들기 위한 커다란 나무들이 많이 있다. 참여정부가 해야 할 일은 주변의 난개발을 강력히 제어하는 것이지 그것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다. 시민사회는 건교부와 국방부가 주도하는 매각/개발계획을 막고 용산 미군기지를 기필코 ‘생명의 숲’으로 만들 것이다. 이 과정에서 참여정부의 무능은 시민의 엄정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시민들은 ‘생명의 숲’을 간절히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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