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칼럼(pd) 2006-10-09   734

<안국동窓> 북핵위기와 한반도 평화

또 다시 북한의 핵무기 보유와 관련된 논란이 크게 일어나고 있다. 2006년 10월 3일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미 2005년 2월 10일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다고 선언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핵폭탄의 폭발실험을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보유했다는 핵폭탄의 성능은 물론이고 보유했다는 사실 자체가 의혹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 핵폭탄의 폭발실험을 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2006년 7월 초에 여러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발사실험을 강행했다. 미사일은 멀리 떨어진 공격목표에 대해 빠른 시간에 폭탄으로 공격할 수 있도록 해준다. 따라서 현대의 전략전력은 핵폭탄과 미사일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핵폭탄을 장착한 미사일은 상대방을 삽시간에 절멸의 상태로 몰아갈 수도 있는 가장 무서운 무기인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실험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것은 이 때문이기도 했다.

2006년 8월 24일 국회 통외통위에 출석한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05년 초에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북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계속 압박을 강화했다. 이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계속 대응을 강화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미사일 발사실험을 한 뒤에는 핵실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이종석 장관의 설명은 아마도 여러 정보를 분석한 결과였을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9월 초에 평양 주재 중국과 러시아의 외교관들을 만난 자리에서 핵실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금융제재 등 ‘평정전략’에 북한은 계속 ‘벼랑끝전술’로 맞서겠다는 뜻을 밝혔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의지의 천명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평정전략’은 전혀 바뀌지 않았고, 결국 북한은 핵실험을 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히게 되었던 것이다.

국방부는 북한이 1~2기의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을 수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에 비해 미국의 과학ㆍ국제안보연구소(ISIS)라는 단체는 2~9기의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ISIS의 추정은 편차가 너무나 크다. 그만큼 신뢰성이 낮다. 그러나 아무튼 북한이 2기 정도의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을 수 있다고 추정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는 것 같다. 이 정도라도 한국와 일본의 안보에 큰 위협을 주기에는 충분하다.

경위야 어떻든지 간에 북한은 핵실험을 하지 말아야 한다. 1991년 12월 31일 남북은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 역사적 선언은 1992년 2월 평양에서 열린 제6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공동위 구성ㆍ운영 합의서’를 교환함으로써 발효되었다. 북한은 이 역사적 선언을 지켜야 한다. 한반도의 비핵화는 북한이 그토록 강조하는 민족의 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선결과제이다. 북한은 이 사실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그러나 북한이 ‘벼랑끝전술’을 중단하고 ‘정상국가’를 이루도록 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일본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미국은 사실상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붕괴시키기 위한 ‘평정전략’을 계속 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의 강경대응을 이용해서 미국 군수산업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과 비슷하게 북한의 강경대응을 이용해서 군비증강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압박에 북한이 맞설 수 있는 것은 고작 ‘벼랑끝전술’밖에 없을 것이다. 만일 미국과 일본이 북한의 안정적 변화를 돕는다면, 북한도 ‘벼랑끝전술’에 매달리면서 악순환을 자초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에 대해서는 조금 더 얘기할 필요가 있다. 한글날인 오늘 오후에 아베 총리의 요청으로 한일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 잘 알다시피 일본은 저 악랄한 식민지 지배와 전쟁범죄를 부인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와 관련된 ‘망언’으로 악명을 떨치기도 했다. 일본은 역사를 우롱하고 희생자를 계속 괴롭히는 한편 미국의 지원을 받아 군비를 계속 증강해왔다. 그 결과 일본은 세계 2위의 재래전력을 보유한 동시에 불과 3주 안에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북한이 보유한 것보다 10000배나 더 많은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고, 앞으로 매년 북한이 보유한 것보다 2000배나 더 많은 플루토늄을 자체생산할 것이다. 일본은 북한을 비난하기에 앞서서 먼저 반성부터 해야 한다.

한국은 노태우의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1989년), 김영삼 정부의 3단계 통일방안, 김대중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으로 이어지면서 냉전적 남북관계를 탈냉전적 남북관계로 바꾸는 길을 넓혀왔다. 1992년에는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에 이어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남북기본합의서)를 체결해서 남북관계의 새 장을 열었다. 2000년 6월 15일의 ‘6ㆍ15남북정상회담’은 그 한 결과였다. 노무현 정부는 이런 변화를 계속 이어가고 있지만 안팎으로 커다란 장애물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미국과 일본의 강경보수세력, 그리고 한국의 수구세력이라는 장애물을 넘어서야 한다.

그런데 과연 북한이 매달릴 것은 ‘벼랑끝전술’밖에 없을까? 북한은 사실 1992년부터 핵무기를 둘러싼 논란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북한은 체제를 지키기 위해 탈냉전적 남북관계의 진척을 막는 전략을 펼쳐왔다는 강력한 비판을 받고 있다. 북한의 행태는 이런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북한이 정말로 한국의 발전을 인정하고 탈냉전적 남북관계를 이루고자 한다면, 핵무기라는 절멸의 무기를 이용한 ‘벼랑끝전술’은 더 이상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벼랑끝전술’도 한반도의 평화를 가로막는 강력한 장애물의 성격을 가진다.

평화는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서로 적대하는 세력들이 적대를 해소하고 신뢰를 쌓으면서 만드는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은 기존의 적대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그것은 반평화적 수구세력의 준동을 촉진할 것이다. 북한은 민족의 발전과 평화를 추구한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실제로 구현하고, 이것을 ‘동북아비핵화지대’ 구상으로 확대하도록 해야 한다. 북한이 추구해야 하는 것은 ‘동북아 평화 주도권’이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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