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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군축센터    한반도 평화를 위해 비핵군축운동을 합니다

  • 칼럼
  • 2005.04.04
  • 505
최근 몇몇 인사들의 일제 식민지배 합리화 발언을 두고 이를 국가가 제재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 바 있다. 야당의 모 의원이 새로 법을 만들어 ‘공공장소에서 공공연한 선동이나 언론, 출판을 통해 일제 침략기간의 반민족행위, 전쟁범죄, 반인륜적 범죄 행위 등을 찬양하거나 옹호할 경우, 이를 법으로 처벌’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친일발언을 규제하는 법이 필요하다는 취지이다.

이런 법 만들어지면 의사표현의 자유에 위배된다는 참여연대의 비판에 대해 의원측은 “유엔 인권규약도 개인의 인격을 침해하거나 국가의 안전, 공공복리를 침해하는 경우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반론을 폈다.

그러나 ‘친일’을 잠시 접어두고 보면 문제가 간단치 않다. 먼저 혐오스러운 발언, 사회적으로 문제가 많은 발언을 놓고 국가가 규제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제기된다. 사회적으로 승인된 발언이 무엇인지도 논란이거니와 사람의 마음과 말을 국가가 규제해야 하는가가 큰 문제다. 전쟁범죄, 반인륜적 범죄의 찬양과 옹호 문제는 조금만 찬찬히 생각하면 일제의 침략뿐만 아니라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민간인학살, 베트남전쟁 당시 국군과 미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그리고 최근 이라크 침략전쟁에 대한 동조와 협력이 모두 문제가 된다. 이에 대한 찬양과 옹호를 모두 국가가 규제할 수 있단 말인가.

유엔 인권규약이 의사표현의 자유와 국가의 안전과 공공복리 사이의 충돌을 어떻게 규정하는지는 사실 인권규약이 아니라 이에 대한 가장 권위있는 해석인 “국가안보와 표현의 자유 및 정보접근에 관한 요하네스버그 원칙”을 보아야 한다. 이 원칙은 1995년 10월 남아공 Witwaterarand 대학 법학연구센터의 주최로 국제법, 국가안보 및 인권에 관한 전문가그룹에 의해 채택된 원칙으로서 이 주제와 관련된 국제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승인된 인권규범 및 관련규범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이 원칙은 ‘누구도 자신의 의견이나 신념으로 인해 어떠한 강제, 불이익이나 제재를 받아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면서 국가가 이를 제약할 경우 국가안보에 대한 명시적이고 임박한 위협을 증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의 평화적인 행사는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되어서는 아니되며, 어떠한 규제나 형벌도 과해져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비상사태를 선포하여 의사표현을 제약하는 경우에도 국가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의사표현의 자유가 제약될 수 있는 경우는 다음으로 제한하고 있다.

- 표현이 급박한 폭력을 선동할 의도인 경우

- 그와 같은 폭력을 유발하리라 여겨지는 경우

- 그와 같은 폭력의 발생 또는 발생조짐과 표현사이에 직접적이고도 즉각적인 관련이 있는 경우

마치 한국의 국가보안법을 염두에 둔 듯, 요하네스버그 원칙은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이 되지 아니하는 표현”을 다음과 같이 예시하고 있기까지 하다.

- 정부정책 또는 정부자체의 비폭력적 교체를 옹호하는 표현

- 국가, 국가의 상징, 국민, 정부, 정부기관 내지 공무원 또는 외국, 외국의 상징, 국민, 정부, 정부기관 내지 공무원에 대한 비판 또는 모욕적 표현

- 종교, 양심 또는 신념에 따른 징병, 특정분쟁, 국제분쟁해결을 위한 무력사용 또는 무력위협에 대한 반대표현 또는 반대에 대한 옹호적 표현

여기에는 한가지 일관된 원리가 관통한다. 의사표현의 자유는 항상 철저히 보장되어야 하며 국가가 이를 제약할 경우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의 예를 밟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어떤 사회에서든 외국의 침략, 전쟁범죄 등을 정당화하는 발언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은 항상 존재한다. 어떤 사회든 순백색으로 정화될 수는 없다.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악법 국가보안법처럼, 가장 중요한 인권중의 하나인 의사표현의 자유가 시험대에 오르는 것은 ‘불순’한 생각들 즉 ‘이질적인 생각’이 국가를 위해한다는 두려움이 생길 때다. 이 시험대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인권 기준에 충실하는 일관성이 필요하다. 인권 기준에서 보면 사람의 마음과 발언은 제도를 통해 규제할 수도 처벌할 수도 없다. 실효도 없다. 좋던 싫던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사람의 자유가 존중되어야 민주주의도 존중된다.

침략정당화 같은 범죄미화 발언이 싫다면 우리는 제도적 규제가 아니라 사회적 성숙을 기획해야 한다. 타국 침략을 규탄하기 위해서는 일제의 침략뿐만 아니라 동맹국과 우리나라의 침략행위 또는 침략 동조행위까지 함께 말해야 한다. 성숙한 여론을 위해서는 정치권의 사대주의가 줄어들고 과거사의 왜곡을 시정해야 하며 족벌 언론이 사라져야 하고 시민사회가 강화되면서 민주주의와 인권교육이 평생교육처럼 되어야 한다.

* 이 글은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드는 참여사회> 4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이대훈 (협동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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