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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군축센터    한반도 평화를 위해 비핵군축운동을 합니다

  • 칼럼
  • 2005.08.31
  • 738
광복 60주년을 맞은 2005년 8월, 남북의 민간과 정부가 함께 치른 민족대축전으로 한반도에서 평화와 통일에 대한 희망이 힘차게 솟아올랐다. 남북이 모여 축구경기와 축제를 즐기고 자주·평화·통일을 기원하는 민족대회를 열어 60년 전 해방의 환희를 마음껏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북측 대표단의 현충원 방문을 남측이 환영함으로써, 남북은 전쟁의 상흔을 치유하고 이념의 차이를 극복하는 힘든 여정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평화와 통일로 가는 긴 과정에서 우리의 이성과 감성, 몸과 마음은 때로는 서로 갈등하지만 때로는 서로 보완하여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이번 8·15민족대축전은 남북의 감성을 한 단계 높여줌으로써, 평화·통일을 향한 민족의 의지를 고양하고 창조적인 문제해결책을 발견하는 지혜를 갖도록 해 주었다.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북·미 갈등이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는 2005년 여름 남북이 뜨거운 가슴으로 길어낸 의지와 지혜로 한반도의 불안한 정세를 완전히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1993년 3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으로 시작된 핵문제를 둘러싼 1차 북미 갈등은 94년 10월 북한과 미국의 기본합의로 평화적 해결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 이용될 수 있는 흑연감속원자로를 동결한 뒤 폐기하고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이행할 것을 약속하였다. 미국은 에너지 공급을 위한 경수로 건설 및 중유 지원에 합의하고 아울러 북한에 대해 핵 위협·공격을 하지 않고 관계정상화를 추구할 것을 약속하였다. 이러한 합의 내용은 북미 갈등의 본질이 한편으로는 북한 체제의 안전과 발전에,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의 비확산전략과 대한반도전략에 연결되어 있음을 잘 보여준다. 추상적으로 표현한다면, 북미 갈등은 80년대 말 탈냉전기 한반도에 남아있던 국지적 냉전체제의 해체 및 새로운 동북아 질서의 형성과 긴밀히 연결된 문제이다.

자연히 북미 갈등은 비교적 단순해 보이는 내용에도 불구하고 문제 자체의 사활적 성격 때문에 쉽게 해결되지 않은 채 완화와 심화의 과정을 반복해 왔다. 기본합의 체결 이후에도 북한과 미국은 경수로 건설을 둘러싼 이견뿐만 아니라 금창리 핵 시설 문제, 미사일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었다. 이러한 북미 갈등은 한반도 전체를 반복적으로 긴장 속으로 밀어 넣었으며, 남북관계 진전에 커다란 장애요인으로 작용하였다. 결국 남북이 2000년 6월 정상회담을 통해 열어놓은 새로운 기회를 이용해 북한과 미국은 같은 해 10월 제네바 기본합의의 성실한 이행과 북미 관계개선 및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을 약속하는 공동코뮈니케를 발표해야 했다.

그러나 부시 정부의 출범과 9·11테러는 북한과 미국 사이에 진행되던 관계개선 과정을 완전히 거꾸로 돌려버렸다. 부시 정부는 이라크, 이란, 북한 등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협상을 통해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견제하기보다는 이들 국가의 체제를 교체하는 전략을 추구하기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2002년 10월부터 북한에 대해 농축우라늄프로그램을 이유로 적대정책을 펴기 시작한다. 2002년 7월부터 개혁과 개방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일본과 관계정상화를 도모하던 북한 지도부에게, 미국의 압박정책은 개혁·개방정책의 성공뿐만 아니라 정권과 체제의 생존을 위협하는 제 1의 위험으로 떠올랐다. 2002년 10월 이후 미국과 북한은 중유지원 중단(미국), NPT 탈퇴 효력 발생 선언 및 폐연료봉 재처리, 핵시설 재가동(북한) 등을 통해 한반도에 긴장을 높여 나갔다. 2003년부터 3자 회담(2003년 4월)과 6자 회담(1차 2003년 8월, 2차 2004년 2월, 3차 2004년 6월)을 통해 북미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북한은 2005년 2월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기에 이른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으로 북미 갈등이 점점 더 파국으로 다가가고 있는 듯한 국면에서, 남한 정부는 미국과 북한의 미묘한 태도 변화를 활용하면서 4차 6자 회담의 개최를 끌어내었다.

사실 2기 부시 정부는 이라크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무력 대신 외교를 대외정책의 기조로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북한은 핵무기 보유 선언이 별다른 효과를 가져다주지 않고 개혁·개방정책이 외부 환경의 제약으로 한계에 부딪치자, 협상을 통해 북미 갈등을 해결하고 미국과 관계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에 직면하였다. 바로 이 때 남한 정부는 경수로 건설 대신 직접 송전을 통한 전력 지원을 북한에 제안함으로써, 6자 회담 재개의 계기를 만들어내었다.

4차 6자 회담은 북미 갈등의 평화적 해결 가능성과 그 어려움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북한과 미국을 포함한 회담 참가국들은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안전보장, 관계정상화, 경제협력 등을 공동의 목표로 확인하는 데에 성공하였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문제는 향후 협상을 통해 해결하자는 방법론(소위 출구론)에도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6개국이 모두 참가하는 전체회의, 수석·차석대표회의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양자협의가 이루어짐으로써, 4차 6자 회담은 이전의 회담과 달리 북미 갈등을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를 증진시키는 진정한 협상의 장으로 발전하였다. 특히 이번 회담의 성사와 진행과정에서 보여준 남한의 적극적인 역할은 남한의 통일외교역량도 보여주었다.

그러나 4차 6자 회담을 휴회하도록 만든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에 대한 북미간 이견은 여전히 사태를 낙관할 수만은 없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경수로 건설을 포함한 핵의 평화적 이용권을 북한에 허용할 경우 부시 정부는 안으로는 네오콘과 민주당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밖으로는 이란 핵문제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북한의 경우 핵의 평화적 이용권을 포기한다면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는 셈이 되면서 핵 개발과 에너지 자립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결국 북한과 미국 모두 갈등의 평화적 해결과 관련해서 여전히 마지막 전략적 선택을 남겨두고 있는 것이다.

남한 정부는 4차 6자 회담이 휴회 중인 8월 말 현재 북한과 미국을 설득하고 있다. 미국에게는 NPT에 기초하여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에 대한 원칙적 허용을, 북한에게는 남한 정부의 전력지원을 근거로 경수로 건설의 포기를 촉구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광복 60주년 8·15민족대축전을 통해 남북이 확인하고 나눈 평화에 대한 열망과 믿음이 북미 갈등의 중대 고비에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든든한 자산이 되어줄 것이다.

* 이 글은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드는 참여사회> 9월호에도 실렸습니다.
박순성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평화군축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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