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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군축센터    한반도 평화를 위해 비핵군축운동을 합니다

  • 칼럼
  • 2005.09.16
  • 602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는다’이번 4차 6자회담 2단계 회의를 앞두고 미국 측 수석대표인 힐 차관보가 한 말이다. 회담 결과를 예측할 수 없지만, 2차례의 북미 양자 접촉이 결렬된 지금 회담 결과를 낙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북한 측도 회담 전에 내비쳤던‘융통성’을 아직까지 보여주지 않고 있다.

잘 알려진대로 지금 6자회담 최대 쟁점은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 권리와 경수로 문제이다. 지난 1단계 회담에서 북한이 주장했던 평화적 핵 이용권리가 이번에는 구체적인 ‘경수로를 가질 권리’로 나타나고 있다. 북한이 말하고 있는 경수로가 건설 중에 중단된 신포 경수로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평화적 핵 이용을 위한 ‘미래의 경수로’인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경수로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문제나 시간 등을 고려할 때 신포 경수로가 아닌 새로운 경수로를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 핵전용 우려가 있는 원자로 건설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으며, 경수로 건설을 약속한 제네바 합의도 사실상 폐기된 상태라는 것, 또한 한국 정부 역시 경수로 대신 200만KW 전력공급을 북한에게 제안하고 있기 때문에 신포 경수로 건설 재개든 제3의 경수로 건설이든 북한으로서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평화적 핵이용 권리와 경수로

돌이켜보면 북한은 북핵문제가 불거진 이래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철회와 주권존중을 줄곧 요구해왔다. 3차례의 6자회담에서 밀고 당기를 거듭한 가운데 북한과 대화는 하되 협상은 하지 않겠다던 미국은 현재 북한에 대한 체제 안전보장과 북미 관계 정상화 의지를 거듭 표명하고 있다. 물론 미국의 보상안은 여전히 분명치 않으며 무엇보다 제대로 이행될 수 있겠느냐는 신뢰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4차 회담 1단계 회의나 이번 회의에서 북한이 이러한 문제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미국의 보상안에 대한 접점이 형성된 것으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힐 차관보 말대로 북한이 그토록 요구하던 대북안전보장과 체제인정, 국제금융기구 가입, 에너지 지원 등을 제안했다면 북한은 왜 경수로 건설을 요구하고 있는가.

미국은 북한의‘모든 핵폐기’를 요구하면서, 북한에게 핵의 평화적 이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더 정확하게는 북한의 전면적인 핵폐기가 우선 논의되어야 하지 평화적 핵 이용문제를 논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모든 핵을 폐기하되 북한의 NPT 가입과 국제적 사찰과 검증을 거친 후 핵의 평화적 이용은 허용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의 평화적 핵이용 권리 제약에 반발하고 있는 북한은 경수로 건설에 대한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 곧 평화적 목적의 핵활동 권리를 보장받는 길이라고 믿고 있는 듯하다.

사실 주권 국가의 평화적인 핵 활동을 제약한다는 것은 심각한 주권침해이고 부당한 간섭이다. 더군다나 이스라엘, 인도, 이란, 일본 등 각국의 핵활동에 대한 미국의 이중, 삼중 잣대가 평화적 핵 이용에 대한 형평성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국제사회의 규범과 법규를 지키는 한에서 북한의 핵활동은 보장되어야 하며, 미국이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북한이 NPT를 탈퇴한 후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마당에 평화적 핵활동 권리와 경수로 건설을 먼저 내세우는 것을 정당하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북한의 주장은 경수로를 통해 핵전용 가능성을 확보함으로써 언제든지 협상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의도라는 분석들이 뒤따르고 있다. 평화적 핵이용 권리가 곧 경수로 건설이어야 하는 이유는 없으며 따라서 이번회담에서 경수로 건설이 반드시 확약되어야 할 이유도 없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간의 최소 합의조차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미국이 북한의 평화적 이용 권리를 원천봉쇄 하는 것이나, 북한이 평화적 핵이용 권리를 내세워 경수로 건설을 요구하는 것은 그 자체로 바람직하지 않으며 협상의 타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은 핵문제 해결 이후에도 북한의 핵활동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철회해야 한다. 북한 역시 실현 가능성이 지극히 낮은 경수로 건설을 계속 주장해서 얻을 실익이 없다. 오히려 협상을 깨려고 한다는 의혹만 받을 뿐이다.

회담 직전에 북한의 김계관 부상은 "원칙을 견지하는 한편 필요한 시기에 융통성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융통성을 발휘할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

박정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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